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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잘못 가는 환경부"... 청소년이 '진짜 주민' 찾아 호소한 이유

[현장] 제천간디학교 학생들, 금호강 팔현습지 현장에서 '보도교 공사 반대 서명전'

등록 2023.06.04 19:57수정 2023.06.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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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산과 강이 연결된 자연스러운 저 곳에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가 산지 벼랑을 따라 보도교를 놓아 산책길을 만들겠다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의 강 금호강은 산업화 시절을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아름다운 강이다. 12종의 법정보호종 야생생물과 수많은 동식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생명평화의 강이다. 이런 금호강에 다시 '삽질'이 준비되고 있다.
 
팔현습지 망치는 환경부발 '삽질'을 반대한다
 
이른바 대구의 '삽질'인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환경부발 '삽질'마저 준비되고 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수성구 고모지구에 위치한 팔현습지에서 슈퍼 제방공사와 산책길인 교량형 보도교 공사를 준비중에 있다.
 
민가도 거의 없는 곳에 슈퍼 제방공사란 과잉 토목공사를 하는 것도 모자라 팔현습지 핵심 생태 구간을 가로지르는 보도교를 건설해 팔현습지의 생태환경을 심각히 교란하는 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어 환경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사업들을 위해서 국민혈세 367억 원(기존287억에서 증설)이 투입된다. 이 중에서 보도교 사업에만 무려 170억 원이 투입된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박호석 대표는 "별 필요성도 없고 팔현습지 생태환경만 심각히 교란시키는 사업을 위해 국민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면서 "탐욕적 토건자본의 농간으로 이 일이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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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전후 팔현습지의 모습이다. 공사 전(위) 팔현습지는 아래와 같이 바뀐다. 저 보도교가 들어서면 산과 강을 오가는 야생동물들은 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생태젹 교란행위가 심각히 발생하게 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사업의 핵심은 팔현습지의 무제부 구간(산지 구간) 벼랑 앞으로 교량을 세워 길을 내겠다는 것이다. 그곳은 그동안 사람이 접근하지 않는 곳으로 산에 사는 야생동물이 강으로 물을 먹기 위해 내려오면서 왔다 갔다 하는 중요한 생태이동 통로다. 그곳에 길을 내버리면 야생동물들은 강으로 내려올 수 없고 산으로 올라갈 수 없는 심각한 생태적 교란행위가 일어난다.
 
또한 이 사업을 위해서는 아름드리 왕버들 숲마저 모조로 베어내야 한다. 공사중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공사 후 더 심각하게 생태환경 교란하는 사업을 환경부가 벌이려는 것이다. "잘못 가도 한참 잘못 가고 있는 환경부가 아닐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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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진행되면 모조리 베어지게 되는 왕버들 숲. 이 숲을 간디학교 학생들이 둘러보고 있다. ⓒ 권정택

   
이 공사로 아름드리 왕버들 숲이 모조리 베어지는 심각한 환경파괴 행위에 대해서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대표는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불과 몇 주 전 내성천변의 일부 구간의 왕버들 군락을 베어냈다가 결국 지자체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일이 생생하다. 일개 지자체도 환경파괴 행정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이 시점에 환경보전을 절대적 임무로 녹을 받는 환경부가 도대체 무슨 일을 자행하고 있다는 말인가?"
 
제천간디학교 학생들, 금호강 팔현습지 서명운동 벌여
 
이런 환경부의 반환경적 개발사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천간디학교 학생들이 '움직이는 학교'란 이름으로 지난 3일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았다. 금호강 팔현습지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온몸으로 느껴보고 이곳 팔현습지를 찾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환경부발 '삽질'인 보도교 건설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기 위해서다.
 
이들은 먼저 필자의 안내로 팔현습지의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이 일대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강변 숲을 찾아 습지의 진면목을 느껴보고, 이후 사초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고 이름 모를 나비들의 군무가 아름다운 습지대를 지나 수령이 100년은 되어 보이는 왕버들 숲까지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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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사초군락지를 지나 오고 있는 간디학교 아이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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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학생들이 왕버들 숲에 들었다 그리고 함께 외쳤다.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산책로 공사 즉각 중단하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고는 수령이 100년은 되는 큰 왕버들 앞에서 모두 함께 서서 외쳤다.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산책로 공사 즉각 중단하라!"
 
이어 학생들은 다시 왕버들 숲을 뒤로 하고 강촌햇살교 앞 산책길로 자리를 옮겨 "팔현습지 망치는 보도교 공사 중단 촉구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이 일대가 보도교 공사로 어떻게 변하는지, 이 공사가 이루어지면 야생동물들이 강으로 맘껏 이동을 할 수 없게 된다든지, 공사가 진행되면 아름드리 왕버들 숲이 모조리 잘려 나간다는 이야기를 하며 환경부발 '삽질'을 고발하고, 시민들과 함께 팔현습지를 지켜나가자는 서명운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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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강촌햇살교 앞 산책로 한편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간디학교 학생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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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를 찾는 '진짜 주민'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간디학교 아이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학생들이 직접 서명판을 들고 간절한 눈빛과 목소리로 호소하는 소리에 지나가는 주민들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날 적지 않은 서명을 받았다.
 
이렇게 2시간 정도의 서명전을 마치고 대구환경운동연합 중앙홀에서 있었던 우리 강 이야기 말미에 필자는 제천간디학교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팔현습지는 대구의 3대 습지로 대구를 대표하는 중요한 습지 중의 하나였지만, 지자체인 수성구청에 의해 많은 개발이 이루어졌다. 대단위 파크골프장이 들어와 있고 인공정원 또한 들어와 있다. 개발이 이루어져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시설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더 이상의 개발은 팔현습지 생태계를 되돌릴 수 없이 망치는 행위로서 대구의 중요한 생태적 공동 자산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모든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개발해도 되는 곳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곳이 있다. 팔현습지 산지 벼랑 앞으로 건설하려는 교량형 보도교 사업은 후자에 해당하는 사업으로 팔현습지 생태환경을 되돌릴 수 없이 망치는 사업이다.
 
이런 사업을 환경부가 강행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도저히 믿을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이 반생태 토목사업을 자진 철회할 때까지 우리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동원된 '가짜 주민'과 팔현습지 찾는 '진짜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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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의 한 가운데 이미 파크골프장이 들어서 있고, 아래쪽에는 꽃밭을 조성해뒀다. 수성구청이 이미 이렇게 팔현습지를 개발해뒀다. 그런데 환경부가 이런 팔현습지에 다시 삽질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제천간디학교 한 학생은 "서명을 받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다. 내가 직접 해보니 어려움을 실감했다. 길을 가다가 서명운동을 하는 곳을 만나면 그동안은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음부터 꼭 달려가서 서명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명판을 들고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서명을 받아온 또 다른 학생은 "서명을 너무 안 해주시더라. 관심이 없더라. 그래서 서명받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서명을 해주시는 분들을 간혹 만나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고 전했다.
 
한 학생은 "이렇게 서명을 받는 것이 과연 이 공사를 막아내는 데 정말 힘을 발휘하는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처음에는 공사를 안겠다고 했다가 주민설명회장에서 많은 주민들이 나와서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거 같으니까 다시 공사를 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주민들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지금의 낙동강유역환경청이다. 그러나 그 주민들은 이곳 팔현습지 인근의 주민들이 아니다. 이곳에서 6~7㎞나 떨어진 곳의 주민들로 동원된 '가짜 주민'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팔현습지를 찾아 산책을 나오는 '진짜 주민'들의 반대 서명은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많은 서명을 받아낸다면 아마도 이 공사를 막아내는 데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학생들은 세계 환경의 날인 오는 5일(월) 다시 한번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는다. 이날은 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와 함께 민물고기 조사를 하고, 필자와 함께 금호강 물길 걷기도 한다. 그리고 늦은 오후엔 팔현습지를 찾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보도교 공사 반대 서명전을 다시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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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금호강의 여울목 모습. 맑은 강물이 힘차게 흘러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운동을 벌여 오고 있습니다.
#금호강 #간디학교 #환경부 #팔현습지 #낙동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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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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