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이 당장 제과점을 차려도 되겠네요"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와 모두의학교의 '금천한마을축제' 현장

등록 2023.06.05 15:26수정 2023.06.0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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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독산동에는 펜스를 두고 <모두의학교>와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가 마주하고 있다. 모두의학교는 서울시평생교육기관이며,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이하 정보학교)는 일반고 학생을 위한 공립직업학교이다. 외부간판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두 학교를 마치 한 기관으로 착각할 수 있다. 


두 학교는 이런 인접성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금천한마을축제>를 마련해 정보학교 학생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봉사를, 모두의학교 학생주민들은 정보학교 학생들의 꿈과 미래를 응원하는 등 상호교류와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두 학교 모두 생긴 지 얼마 안 돼 최근에서야 주민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데 축제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축제는 정보학교 학생들이 배운 기술과 재능을 주민들에게 뽐내고, 모두의학교는 축제장소를 빌려주고, 관할 독산동주민센터는 주민들에게 축제를 알리고 초대하는 등 '합동축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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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한마을축제에 참여한 독산동 주민들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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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 학생들이 만든 파운드 ⓒ 이혁진

 
학생들이 만든 빵과 과자, 인기 만점

지난 2일 오후 1시 모두의학교의 '일일카페' 앞에는 마을주민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정보학교 '카페디저트과' 학생들이 손수 만든 롤케이크, 머핀, 파운드 등 디저트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카페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5분마다 기다리다 입장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주민들 표정은 밝았다. 독산3동 주민 김정자(55)씨는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데 싸고 맛있다는 소문이 나 여러 가지 구입했다"고 말했다.      

모두의학교 강당 옆 임시 매대 위에 진열된 '제과제빵과'와 '외식조리과' 학생들이 만든 빵, 양갱, 바람떡도 순식간에 팔려 주민들이 세 번에 걸쳐 기다렸다가 살 정도로 인기였다. 현장에서 구입해 맛을 본 최윤희 주민은 "학생들이 만든 것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과자가 달지 않으면서 고소하다. 지금 당장 제과점을 차려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을 치켜세웠다. 학생들은 자신들이로 만든 과자와 빵이 날개 돋친 듯 팔리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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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 학생들이 만든 바람떡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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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 학생들의 공연무대 ⓒ 이혁진

 
'연기예술과' 학생들은 축제 오프닝 공연으로 뮤지컬을 선보여 주민들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지난해 처음 개설된 '퍼스널트레이너과' 학생들은 주민을 대상으로 '인바디' 검사를 진행했다. 측정기기를 통해 비만분석과 인체 성분의 과부족을 살피는 검사이다. 졸업 후 헬스장 등 운동시설에 취업해 전문가로 나서는 학생들은 서로 업무를 분담해 검사 서비스를 안내했다.      

필자도 검사에 직접 참여했다. 결과지를 바탕으로 김도현(17) 학생은 내가 100점 만점에 73점이라며 연령과 몸무게를 감안하면 근골격은 적고 상대적으로 체지방량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물을 많이 섭취하라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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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트레이너학과 학생들이 주민들을 안내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혁진

 
축제 시작에 앞서 정보학교 조풍구 교감은 인사말을 통해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축제를 개최하다가 지난해부터 마을의 일원으로 주민들과 화합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라고 축제 배경을 설명했다.    


정보학교는 위탁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곳으로 외식조리과, 제과제빵과, 실용음악과 등 7개 학과를 두고 있다. 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은 소속학교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2016년 진로를 모색하는 학생들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정보학교는 개교 후 지난해까지 총 922명의 학생이 수료했다.      

<금천한마을축제>는 지역사회 상생모델

최근 모두의학교는 축제를 앞두고 빈 운동장을 농구장과 축구장 등을 갖춘 '열린 운동장'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우레탄 트랙은 마을주민들의 산보용으로 조성하고 농구장과 축구장 등은 정보학교 학생들이 체육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축제를 계기로 운동장이 주민과 학생들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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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 학생들이 새롭게 단장한 농구장에서 운동하고 있다.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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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학교 시민커뮤니티 <허그도그>가 주민들에게 배부한 반려동물수제간식 ⓒ 이혁진

 
평생교육기관인 모두의학교에서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활동하는 <시민커뮤니티> 회원들도 이날 축제에 참여해 학생들을 응원했다. 반려견 산책모임 '도그허그'는 책임 있는 보호자의 슬기로운 반려생활을 주제로 펫티켓 캠페인을 벌이고 반려동물용 수제간식을 주민들에게 배부했다. 현재 모두학교에는 총 21개 시민커뮤니티가 다양한 주제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축제는 격려하는 주민들 속에서 학생들이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축제를 준비한 학생들 스스로 즐거워하는 분위기였다. 마을주민들도 학생들이 땀 흘려 활동하는 모습에 성원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축제는 평일인데도 주민들이 쇄도했다. 축제 현장을 끝까지 지켜본 김성수(60·독산동)씨는 "학생들은 우리 자식이자 조카들인데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면 언제든 달려와 응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주최 측 모두 축제가 주민과 학교간의 소통을 넘어 함께 발전하는 '지역사회 상생모델'로 승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스토리>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모두의학교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 #금천한마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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