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유족 역할 정해진 이상한 나라, 국회의원은 뭘 하나"

이태원 참사 유족, 특별법 제정 촉구하며 단식 농성 돌입... "신속한 처리로 고통 끊어달라"

등록 2023.06.20 16:38수정 2023.06.20 18:53
0
원고료로 응원
a

이태원참사 유가족운영위원회 이정민 대표직무대행과 최선미 운영위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 이희훈

 
"대한민국은 피해자의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 같은 사회적 참사가 나면 피해자와 유가족은 거리로 나와 슬프고 억울한 심정으로 정부를 향해 분노하고, 그 뒤로는 경찰과 대치하며 분향소를 차리고, 농성장을 차리고, 노숙 농성, 행진, 삭발, 단식 농성을 해야 합니다. 

정부는 어떤 참사든 유족의 목소리를 정쟁으로 취급하며, 국민들은 정부가 하는 갈라치기에 휩쓸려 버려 같은 국민인 유족을 비난하고 정작 정부에 대해선 책임이 전혀 없다며 옹호합니다. 이것은 무슨 수학공식 같고, 예배 순서 같아서 다음에 해야 될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유족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 나라 같습니다."


애도조차 할 수 없는 유족... "이상한 나라"
 
a

이태원참사 유가족운영위원회 위원 최선미씨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 이희훈

 
a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야당 의원 등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 시작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남인순, 정의당 장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참석했다. ⓒ 이희훈


이태원 압사 참사로 딸 박가영씨를 잃은 어머니, 최선미씨(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가 20일 오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4당 의원 183명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독립조사기구를 따로 설치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두 달이 넘도록 법안은 심사는커녕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족은, 피해자는 이 역할의 수행자가 되어선 안 된다"는 부분부터 최씨의 목소리는 조금씩 높아졌다. 그는 "자식을 잃은 애미가 된 나 같은 유족은 긴 시간 온전히 울어야 하며 그 과정을 통해 아이와의 이별을 끝내야 한다"며 "우리는 싸우는 데에 시간을 보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 아이의 억울함을 위해 누가 싸워야 하냐는 질문이 생긴다"며 "당연히 국회의원이다. 국민의 대표가 되어서 대신 싸우라고 정부와 권력을 나눠줬다"고 했다. 목소리는 더 커졌다.

"그런데 국민의힘, 민주당, 기본소득당, 정의당, 진보당 의원님! 유족이 나와서 단식할 때까지 뭐하고 있었습니까? 우리가 준 권력을 어디에 씁니까? 당신들의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서 씁니까?"

최씨는 특히 "국민의힘 의원님들, 국민들이 쥐어준 권력을 국민을 위해 쓸 줄 모르고, 오히려 국민의 적이 되어 정부에 그 권력을 갖다 바치고 있다"라며 "당신들이 권력을 쓰는 방법은 유족을 만나 위로하며 무책임한 정부를 향해 분노하고, 삭발하고, 단식하고, 노숙농성을 하며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번 양보해서 힘든 걸 못한다고 하더라도, 당신들은 입법기관으로서 법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소리쳤다.
 
a

이태원참사 유가족운영위원회 대표직무대행 이정민씨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 이희훈

 
a

이태원참사 유가족운영위원회 이정민 대표직무대행과 최선미 운영위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 이희훈

 
a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야당 의원 등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 시작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남인순, 정의당 장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참석했다. ⓒ 이희훈

 

유족들은 자신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집권여당의 몽니에 가로막혀 있다며 답답함을 거듭 토로했다. 최선미씨와 함께 단식에 들어가는 고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씨(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도 "특별법은 우리 유족들에겐 마지막으로 걸어볼 수 있는 희망의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라며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 이상 우리를 외면하지말고 유족을 만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달라"고 말했다.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 저의 모든 행동과 삶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입니다.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끝없이 그 고통을 감내하겠습니다. 신속한 법안 처리로 우리의 고통도 함께 끊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노조법 2, 3조 제정 촉구 단식 농성이 있던 자리에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가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단식 중이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농성했던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농성도 모자라 단식까지 하는 상황을 두고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이렇게 만들고 있는가? 국회가, 정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야당 의원님들께 정말 부탁드린다. 국회 안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야당 의원님들, 정말 국회 안에서 제대로 역할해달라"
 
a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야당 의원 등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 시작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남인순, 정의당 장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참석했다. ⓒ 이희훈

 
a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야당 의원 등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 시작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남인순, 정의당 장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참석했다. ⓒ 이희훈

 
a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야당 의원 등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 시작 기자회견 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남인순, 정의당 장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참석했다. ⓒ 이희훈

 
'희생자 159명'을 기리며 오후 1시 59분 기자회견을 시작할 때엔 흐리기만 하던 하늘에 조금씩 빗발이 날렸다. 특별법 공동발의에 참여한 야4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죄송하다"고 말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일 모레 행안위(행정안전위원회)가 열리면 법안을 꼭 상정하고, 또 제대로 신속하게 논의되지 않으면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신속하게, 빠르게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늦었지만 신속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한 번 더 약속했다.    
 
a

이태원참사 유가족운영위원회 이정민 대표직무대행과 최선미 운영위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 이희훈

 
a

이태원참사 유가족운영위원회 이정민 대표직무대행과 최선미 운영위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촉구 유가족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 이희훈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부모님들이 단식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사실 꼭 단식을, 단식까지 해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라고 말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결국 국회의 책임이고, 정치의 책임이고, 여기 있는 야당 의원들의 책임도 함께 있다. 어떻게든 두 부모님의 단식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6월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든다"며 "그 시작은 6월 임시국회 내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그런 말을 했다. '국민의 삶을 돌보는 정치를 하겠다'고. 김 대표께 묻고 싶다. '국가의 부재로 자식들을 잃은 부모들은 그 국민에 포함되지 않는가'"라면서 "그 국민에 유족이 포함된다면 김 대표는 이 자리에 와서 이제라도 빨리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데에 여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그러니까 빨리 단식을 멈추시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 일말이라도 진정성이 있다고 믿을 수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이태원 참사 특별법 발의... "정의로운 법, 이게 어떻게 정쟁이 됩니까" https://omn.kr/23m7w
유가족들의 걱정은 '대통령 거부권'... "이태원 특별법, 꼭 여야 합의로" https://omn.kr/2407u
"국힘 당사 앞에서 일주일 농성, 단 한 명도 못 만났다" https://omn.kr/2493y
칠십 노모가 일주일에 다섯번, 마포대교 걸어간 이유 https://omn.kr/24e7m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특별법 #단식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민주당 180석 맞힌 '엄문어' "이대로면 국힘 승리, 다만..."
  2. 2 윤석열-한동훈의 진심... 총선 후 더 큰 충격 온다
  3. 3 외국 언론이 본 윤 정권의 약점... 이 기사를 제대로 읽는 방법
  4. 4 장관님 명령하면 국회의원 검거... 그러나 검찰은 덮었다
  5. 5 다섯 개의 칼 휘두르는 윤석열의 동지들... 변수는 '2인자'

해당 기사는 댓글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