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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저는 법대로 했습니다!"

[현장] 한국노총 하청 노조, '경찰 유혈진압' 김준영 처장 석방 촉구... "윤 정부에 기대 없다"

등록 2023.06.20 17:19수정 2023.06.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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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저는 법대로 했습니다" 포스코 하청업체인 '포운' 노동자인 박경옥 한국노총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 위원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준영 사무처장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 김성욱


"저는 하청사 노동자로서 법대로 했습니다! 그러나 400일 동안 국가는 하청노동자를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준영 처장이 철탑 위에 올라간 것입니다!" (박옥경 한국노총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 위원장)

20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3권 보장 고공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곤봉을 맞고 구속 수감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하청 노동자는 국민이 아니냐"라며 "제발 이번만큼은 하청사 노동3권이 보장될 수 있는 법안이 확립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제정을 요구한 것이다.

박용락 한국노총 금속노련 상임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는 자신이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가장 힘없는 약자인 하청 노동자들, 그리고 그를 대변하는 사람을 곤봉으로 내리쳤다"라며 "하청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김준영 처장을 석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 노조는 회사와의 교섭권이라도 있어서 임금 등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조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IMF로 간접고용 문제가 발생한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아직까지 IMF를 못 벗어나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 사내하청 '포운' 노동자인 박옥경 한국노총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 위원장은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권과 파업권이 형해화된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포운 노동자들은 사측이 임금협약 등 합의를 지키지 않고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며 지난해 4월부터 400일 넘게 천막 농성을 벌여왔다. 박 위원장은 "하청이 파업을 해봤자 원청은 대체근로를 실시한다"라며 "만약 우리에게 파업권이 제대로 있었다면 회사가 400일 넘게 무관심할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박 위원장은 "김준영 처장은 정치인도, 노동부도 방치했던 포스코 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틀간 고심하다가 철탑을 세우고 올라간 것"이라며 "5월 31일, 올라간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력계 형사들과 사다리차가 오더니 방망이로 머리를 치고 체포했다"고 했다. 그는 "경찰은 이미 실신한 사람을 또 때렸다"라며 "피범벅이 되도록 때려놓고 유치장에 가둬둔 채 병원 입원도 안 시켰다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전관들이 포운의 노무 관리 직원으로 들어와 회사를 지원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노총 하청 노동자들 "더 이상 이 정부에 기대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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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사내하청 포운 등 한국노총 산하 하청 노동자들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준영 한국노총 사무처장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 김성욱

 
다른 기업 하청 노동자들도 한목소리로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김준영 처장의 석방을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나희종 SK넥실리스협력사지부 사무장은 "우리 사업장도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불과 10여일 만에 회사 자체를 없애버렸고, 아직도 10여명 노동자가 현장에 복귀하지 못했다"라며 "하청사 사장이 사업을 반납해 조합원들은 3개 회사로 찢어졌고, 지부 임원은 3년 넘게 해고 상태"라고 했다. 권인규 KG스틸협력사지부 지부장은 "2019년부터 3년째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라며 "회사에 불법파견을 지적하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더니 그제서야 자회사를 세우겠다면서 조합원들을 빼갔다"고 했다.

한국노총 하청 노동자들은 "하청이 노조를 하려면 업체갈이, 폐업, 사업반납을 감수해야 하고, 설사 노조가 유지돼도 아무런 결정 권한이 없는 하청업체를 상대로 형식적 교섭을 해야 한다"라며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더라도 원청이 새로 계약한 다른 하청에 대체근로를 시키면 무력화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사내하청 문제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하청 노동자를 대변한 김준영 처장을 곤봉으로 내리쳤다"라며 "더는 이 정부에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권을 보장하라며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준영 처장을 곤봉으로 수차례 때려 유혈 사태를 일으켰다. 경찰에 강제 연행된 김 처장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한국노총은 이에 반발, 지난 7일 7년여 만에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관련기사]
고공농성 노조 간부, 경찰 곤봉에 맞아 피 흘려... "과잉진압" https://omn.kr/245y1
윤석열 정부 '유혈 진압'에... 한국노총, 7년 만에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https://omn.kr/2499q
 
#한국노총 #하청 #김준영 #경찰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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