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 선택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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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침공 현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다. 지난해 수능의 경우 국어 영역과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무려 13점 차이나 서울대에서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합격 비율이 50%를 넘겼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이과 통합 첫해인 2022학년도 서울대 정시 모집에서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합격 비율은 44.3%였으나 2년 차인 2023학년도에는 그 비율이 51.6%로 높아졌다. 연세대와 고려대를 포함한 서울 시내 주요 대학도 일제히 이과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입학해도 떠나는 학생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하며 상위권 학교에 이름을 걸어놓고 반수를 하는 이른바 '중도 이탈자'가 늘어나고 있다.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의 경우 2022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생 중 60% 이상이 과학탐구를 선택했으며 이 중 대부분의 학생은 2학기에 휴학을 신청했다. 실제로 문과대학에서 정시모집으로 들어온 휴학생 중 90% 이상은 과학탐구 선택자다.
대부분의 휴학생은 의학 계열이나 공학 계열로 가기 위해 수능에 재도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고려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던 A(21세, 여)씨는 1학기에 수업을 한 개만 신청했다. 의대에 가기 위해 반수를 결심했지만, 학칙상 1학년 1학기에는 휴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씨는 '처음부터 경영학과가 아닌 의대를 희망해 우선 점수대에 맞는 대학에 등록하고 반수를 시작했다'며 '재수학원에는 소위 SKY 대학 문과에 이름을 걸어놓고 온 학생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