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초리마을 ‘무주초리넝쿨마을협동조합’이 꾸려가는 전북 무주군의 농촌체험휴양마을 <초리넝쿨마을>
정기석
사람 사는 세상, 용기있는 지혜, 아웃사이더, 무정부주의자, 혁명가를 다룬 책을 좋아한다. 가끔 시나 소설도 끼적거린다. 법적으로는 시인이자 문화예술인인 셈이다. '마을'을 주제로 삼아 <오래된 미래마을> <마을시민으로 사는 법> <마을을 먹여 살리는 마을기업> <사람 사는 대안마을> <농부의 나라> <농촌마을공동체를 살리는 100가지 방법> <행복사회유럽> <마을주의자> <귀농의 대전환>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고고인류학개론 개정증보판(시집)> <마을학개론> <사회적 농부>는 용케 이미 펴냈다.
<마을사회주의자(소설집 1)> <한국혁명(소설집 2)> <사랑했지만, 사랑했어요(소설집 3)> <오늘,하루(소설집 4)> 따위를 더 짓고 싶은 욕심이다. 꼭 소설을 쓰고 싶다기보다는 차마 하지 못하거나 어려운 말을 털어놓기에 소설이 그럴듯한 형식이라는 생각이다. 이른바 '마을당문고Commune Books'를 한상 차려 세상 사람들과 밥 대신 나눠먹고 싶다.
끝으로, 결국 아무 짓도 안 하고 싶다. 최소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거나 바라지 않겠다. 반드시, 정신노동은 그만 하고 싶다. 그냥, 산과 물은 맑고, 하늘과 들은 밝고, 바람과 사람은 드문, 작고 낮고 느린 어느 마을의 마을사람이고 싶다. 그 무엇도 아닌 마을에서, 아무 것도 아닌 마을사람으로 겨우 살아가다 깨끗하게 죽고 싶다. 마치 나무나 풀, 돌이나 흙, 비와 바람 같은 자연과 우주가 당연히 그런 것처럼
어느 마을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나
그래서 <마을학각론(各論)>을 쓰는 것으로 마을사람으로서 개인적 욕심과 사회적 책무를 마치려 한다. <마을학각론>은 어쩌면 10여년 전에 펴낸 <마을학개론>의 속편으로서 일종의 마을생활현장 실천매뉴얼이라할만 하다.
<마을학개론>은 '마을에서 사람답게 먹고 사는 법'을 공부하는 기본교재를 표방했다. 그러자면 마을, 공동체, 시민. 기업, 정책, 사회 등에 대해 다시, 새로,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다만, 공부에 그치지말고 현장에서 행동하고 실천하고 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마침내 마을에서 사람답게 먹고 살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특히, '마을'이려면 최소한 삶(생활)과 일(생업)이 하나의 시공간에서 조화롭게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거기에 쉼(휴식)과 놀이(문화)까지 보태 누릴 수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마을이란, 그렇게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사람들과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기대고 돌보고 보살필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 그렇게 삶과 일, 그리고 쉼과 놀이가 하나되는 곳이라야 한다. '마을이란 무엇인지', '공동체를 왜 하는지', '지역사회는 어디에 있는지', '마을자치를 어떻게 할지' 끊임없이 묻고 답을 구해야 비로소 마을은 보일 것이다. 그런데, 그건 잘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건지에 대한 방향과 해법을 이제 <마을학각론>을 통해서 구해보고 싶다.
일단, '마을(농촌지역사회)'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어떤 곳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정리할 생각이다. 마을, 나아가 농촌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더불어 함께, 잘 먹고 살아가려면, '마을'이 어떤 곳인지부터 잘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마을'을 잘 몰라서 겪은 실수와 실패가 안타깝고 아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