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위한 공간 마련 꿈꾸는 한 남자

[인터뷰] 임영창 바람(HOPE) 호스피스지원센터장

등록 2023.07.03 18:08수정 2023.07.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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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성마루 인문학 웰다잉 강연 중 임영창 바람 호스피스 센터장 모습 며칠 전 나눈 친구와의 이야기를 꺼내며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김민지

 
목사인 임영창 바람(HOPE) 호스피스지원센터장은 <삶이 묻고 죽음이 답하다>의 저자다. 그는 책을 통해 분주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울림을 주고, 언젠가 닥칠지 모를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그와 관련된 용어로 '웰다잉(Well-Dying)'은 남은 시간 동안 의미 있게 보내다가 맞이하는 죽음을 일컫는 말이다. 임 센터장은 삶의 마지막이 존엄한 죽음이 되도록 준비할 것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임 센터장은 한신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신학석사와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목회를 하는 과정에서 병원에 문병을 갔다가 우연히 '죽음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호스피스 표준 교육을 수료한 후 그는 바람(HOPE) 의료복지회를 세우고, 바람(HOPE) 호스피스 지원센터를 설립하였다. 호스피스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영적돌봄프로그램'과 '마지막 소원성취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전남도립대학에서는 겸임교수로 인문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화순만나교회 담임목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농협 로컬푸드복합문화센터에서 능성마루 인문학 웰다잉 강좌열렸다. 지난달 15일에는 '행복한 노년, 나이 듦에 관하여', 22일에는 2강 '삶이 묻고 죽음이 답하다, 삶과 죽음의 역설적 이야기' 강연이 진행했다. 이후 임영창 바람 호스피스지원센터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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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호스피스지원센터 화순 전남대학교병원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차량으로는 1분, 걸어서는 11분 거리다. ⓒ 김민지

 
- 강연 잘 들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바람(HOPE)호스피스지원센터가 나오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말기 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뜻깊고 행복한 추억을 이루게 합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지요. 신체적·정서적·영적 돌봄도요. 그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마지막 소원 성취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책에 나온 H씨의 사례처럼 가족사진 찍기 소원을 들어드리려 의사, 간호사, 구급차 준비와 장소 섭외, 가족들과 교류하는 일을 하지요."

- 전라남도 화순군이어야만 했던 '특수성'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화순 전남대학교병원은 2004년 개원하고, 2007년 암센터가 문을 열면서 광주·전남지역의 암 전문병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권역별·거점도시별로 지역암센터 중 광주·전남지역은 이곳 암센터가 담당하지요.

항암 환자들의 진료 과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5년 전 직접 겪어보니 암이란 게 그렇더군요. 하루에 화순 전남대학교병원의 하루 방문 환자가 몇 명쯤 될까요. 자료를 조사해보니 약 6천 명이 다녀갑니다. 긴 시간 동안 정처 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참 많은 숫자가 화순을 다녀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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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내려다본 1층 대기실 모습 환자와 보호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기다리고 있다 ⓒ 김민지

 
- 바람 호스피스센터가 화순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꼭 필요한 것이나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많은 암 환자들을 만나는데 기다림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없는 병도 생기겠다고 하면서요.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집에서 나옵니다. 진료 전 피검사부터 합니다. 검사결과가 좋아야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요. 환자들은 예약 시간에 맞춰 와도 치료나 검사, 협진(병원 내의 서로 다른 과가 함께 진료)으로 인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아쉬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정신적으로까지 힘들죠. 몸도 축나고 환자 보호자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기약 없이 자동차나 카페를 전전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 바람 쉼터를 건립하려고 마음 먹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람 쉼터가 있다면 기다림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보호자와 환자가 아늑한 공간에서 함께 휴식을 취하며 기다릴 수 있으면 합니다. 바람 쉼터는 의료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의료서비스라 '바람 의료복지회'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 구상하고 있는 바람 쉼터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1층은 휴식공간으로 환자용 전동식 의자와 침대를 겸용으로 마련하여 기다림으로 허비되는 시간을 줄일 생각입니다. 관리비, 운영비는 쉼터를 운영하며 받게 되는 실비와 자원봉사단체의 지원을 받아 충당할 예정입니다. 얼른 실현되어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화순군에서 배정된 예산이 2천 만원이 있습니다. 결과는 예산 심의가 끝나봐야 알 수 있습니다.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말하자면, 먼저 한 달에 한 번꼴로 운영해 볼 예정입니다. 커피숍을 대여하거나 가족이나 암 환자 코드를 가진 분들에게는 50% 이상 할인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아직 바람 의료복지회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서울이나 다른 곳에서 운영 중인 쉼터와 화순에 건립할 쉼터와는 성격이 약간 다릅니다. 수도권 지역 쉼터는 지방에서 서울까지 이동해야 하는 수고로움에 숙박 시설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화순 전남대학교 병원을 출입하는 환자가 전남이 45%, 광주가 54%, 화순이 1%입니다. 그만큼 전라권에 거주하고 있는 암 환자들이 머물 곳이 많이 부족한 실태라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그렇습니다."

- 다른 지역의 사례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나음센터'는 지방에서 서울까지 다녀가며 통원치료를 받는 가족에게 숙박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동양생명, 인천항만공사, 신용카드 사회공원재단의 후원을 받아 실비를 받고 숙소를 제공하고 있지요.  

삼성 서울병원 '참사랑의 집'은 2002년 구홍회 소아청소년과의 교수가 환자를 도울 방법을 찾다 고안해낸 방법의 하나입니다. 삼성 카드사의 후원으로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병원 주변에 단독 주택을 빌려 편히 쉴 공간을 제공하고 올해로 21년째가 되어갑니다. 암 환자들의 정서 관리, 피로 관리까지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화순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국립암센터 인근 '헬렌스테이'는 침구 브랜드 헬렌스타인이 치료를 위해 지방에서 국립암센터에 내원하는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국립암센터 인근 빌라에 마련한 16평 규모 공간이고요. 헬렌스테이 공간 운영은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맡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화순저널에 실립니다. 네이버블로그(mjmisskorea, 북민지) "애정이넘치는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바람(HOPE) 호스피스 지원센터 홈페이지 http://www.hopehsc.co.kr/

#애정이넘치는민지씨 #북민지 #화순저널 #방방곡곡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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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저널에 기고한다.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넘치는민지씨>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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