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 녹두전, 도토리묵, 수제어묵으로 차린 생일상
김정아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는데, 한국의 맛을 넣기 위해, 집에서 따서 말려 가루를 낸 쑥을 넣어 쑥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쌉쌀한 이 맛을 싫어하면 어떨까 약간 걱정을 했는데, 아주 히트를 쳤다. 그러면서 쑥의 효능에 대해서도 다들 관심을 갖고 물었다.
시누님의 체류가 열흘이 살짝 넘는 기간이었기에 우리는 여러 가지 한식을 선보였다. 막걸리와 해물파전, 김치부침개, 골뱅이무침을 준비하여 한국식 술상을 차리기도 했고, 김밥을 싸서 소풍을 가기도 했다. 스팸은 캐나다에서 제대로 취급받지 못하는 음식이지만, 부대찌개를 서빙하면서 유래를 들려드렸더니 그 상황을 이해하며 음식의 맛을 즐겁게 음미하셨다.
결정적으로 한식에 요모조모 잘 쓰이는 깻잎을 거부감 없이 즐기셔서 기분이 참 좋았다. 사실 향이 거북하다고 싫어하는 외국인들도 은근 많이 있는데, 우리 식구들은 다들 즐겨주니, 깻잎을 좋아하여 집에서 직접 키우는 보람이 있었다.
결국 떠나시기 전날, 지금 철이 늦기는 했지만, 깻잎 씨앗을 좀 얻어갈 수 있냐고 물으셔서, 진짜로 깻잎 마니아가 되셨다는 것을 실감했다.
벌써 일흔여덟이 되신 시누님을 뵈면, 어쩌면 저렇게 젊은 마음으로 사실 수 있는지 늘 놀랍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서 거부감이 전혀 없다. 또한, 육체노동을 마다하지 않으며, 세상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나이듦이 서럽지 않다.
그런 시누님께 다양한 한국의 맛을 넉넉히 소개할 기회가 있어서 참 좋았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또 한 뼘 가까워졌다. 비록 한 나라의 양쪽 끝에 살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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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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