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로시냇물을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엔 곳곳에 쉼터와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다. 다슬기를 줍는 사람, 먹이를 찾아 찾아 오는 많은 철새등 다양한 삶의 풍경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박희종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들이 활기찬 아침을 선사한다. 운동을 하면서 만나는 회원들이지만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서둘러 체육관을 나서는 이웃들, 이제서 들어서는 회원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나름대로의 삶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해 오늘도 체육관은 만원이다. 언제나 늙지 않고 살아갈 것 같았던 젊음이었다. 가도 가도 잡히지 않는 사막 위의 신기루, 나의 젊음은 늘 그러려니 했다. 늙어가는 청춘의 초행길은 늘 낯설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생 즐겨하는 운동이 남겨준 아직 쓸만한 몸뚱이다.
시골에 위치한 근처 체육관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환경에 쑥스러웠다. 어떻게 낯선 사람들을 맞이할까? 망설임 없이 체육관 문을 열고 신참임을 고백했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면서 바라보는 눈빛은 낯설었다. 희끗한 머릿결에 파마를 하고, 긴 머리를 질끈 묶어 꽁지머리를 했으니 말이다. 어떤 인간일까 하는 표정을 뒤로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언제나 하는 루틴대로 몸을 풀고,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여러 운동기구를 이용해 죽을힘을 다해 근육을 괴롭힌다. 처절할 정도의 근육운동이 끝나면 러닝머신으로 오른다. 서서히 속도를 내다 예열이 되면 숨이 가쁠 정도의 속도를 낸다. 러닝 머신에서의 시간은 30여 분 정도로 온몸이 땀으로 젖어든다.
기어이 온몸에 땀이 흐르고 숨을 헐떡이며 숨 고르기를 한다. 머릿결은 희끗희끗한데 머리는 꽁지머리를 했다.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살았는지 도대체 가늠이 되지 않나 보다. 머뭇거리는 회원들에게 다가가면서 낯이 익고 서서히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이야기하다 보니 서로가 아는 사람들이다. 한 집을 건너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이웃이 아니던가? 시골이 이래서 좋은 곳이지만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은 나이였다. 도대체 얼마나 살아온 세월인가가 늘 궁금한 것이 우리 아니던가? 끊임없는 운동과 취미로 살아온 세월에 깜짝 놀란다.
포기하지 않은 젊음, 가을을 걷고 있다
젊어서 시작한 운동을 쉼 없이 하고 있다. 대단한 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몸은 유지되어 있고, 가능하면 젊음에 가까이 하려 했다. 조상이 물려준 DNA를 무시할 수 없어 작은 극복이라도 하려 함이다. 무던한 노력으로 가느다란 몸매를 얼추 추슬렀고, 어느 곳에서나 떳떳한 몸을 갖추어 갖가지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희끗해진 머리칼이 하나둘 줄어드는 세월,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다. 고민 끝에 파마를 하고 나타난 모습에 주변엔 파마머리가 하나둘씩 늘어갔다. 늙어가는 청춘의 모습이 그럴듯했나 보다. 깔끔하면서도 신세대다운 머리칼도 가끔은 바꾸어 주어야 했다. 다시 도전한 것은 긴 머리를 해보자는 것이었는데, 하나둘씩 줄어드는 머리칼이 얼마 후엔 묶어지지도 않을 듯해서다. 서서히 머리칼을 기르며 파마를 했고, 급기야는 꽁지머리를 하게 되었다. 어디를 가도 표 나는 머리, 파마에 꽁지머리다.
처음 만난 사람이 곱게 봐 줄리 없을 것 같아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수채화를 그리고 색소폰을 연주해서 한 꽁지머리가 아닌, 지금 아니면 죽을 때까지 못 할 것 같아 해 본 꽁지머리라고. 일흔 번째의 여름은 운동과 함께 한 세월이 준 선물이다. 시골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러 가는 자동차 위에는 자전거 캐리어가 설치되어 있고, 평범하게 봐줄 수 없는 모습에 놀라기도 하지만 격하게 응원도 해준다. 신나게 운동할 수 있는 체육관엘 늘 가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