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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에도 최저임금을... 미국·영국을 보시라

최저임금 권리 보장 하고 있는 두 나라의 사례... '서버'엔 모든 것이 기록돼 있다

등록 2023.08.02 18:09수정 2023.08.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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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 권리'가 보장될 수 있을까?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얘기가 나오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하거나 관심 갖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 세계 플랫폼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노동기본권이 보장되고 플랫폼 기업 사용자책임을 인정받는 사례가 늘면서 최저임금 권리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플랫폼 경제가 성장하고 노동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그러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사례들도 생겨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례 중 미국과 영국의 사례 각각 하나씩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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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 unsplash

 
미국 뉴욕에서는 몇 년 전부터 우버·리프트와 같은 승차공유 앱 택시 기사들에게 시간당 또는 건당으로 최저 표준 운임(minimum pay standard)을 보장하고 있다. 

뉴욕시 택시 기사들은 오래전부터 생활고로 인한 자살률이 심각했다. 뉴욕 택시기사노조는 우버, 리프트 등 앱 기사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며 뉴욕택시노동자연합(NYTWA)을 결성해 오랜 기간의 투쟁 끝에 뉴욕시 택시-리무진 위원회(Taxi Limousine Committee, TLC)가 앱 택시 기사들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도록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최저 표준 운임 액수는 최저임금제도와 마찬가지로 매년 물가인상 등을 감안해 인상률을 정하고 있다. 특히 뉴욕 TLC는 인플레이션과 생활고 등을 감안해 지난해 연말에 시간당 최저 표준 임금을 17.22달러로 결정했다. 이 수치는 뉴욕시의 평범한 노동자들이 보장받는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에다, 평범한 노동자들이 보장받는 유급휴일 효과 2.22달러를 보탠 것이다. 만일 여기에 기름값·수리비·보험료 등 앱 택시 기사가 부담해야 할 제반 비용을 시간당 10.64달러로 계산하고 있어서, 이 비용을 보탤 경우 시간당 표준 임금은 27.86달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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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시간당이 아니라 건당(운행당)으로 운임을 계산하는 방법도 있다. 마치 택시요금이 시간과 거리의 함수인 것처럼, 운행거리와 운행시간에 일정한 계수를 곱해서 유효 운행률로 나눈 숫자가 된다(아래 산식). 여기서 유효 운행률이란 앱에 로그인해 있는 전체 시간 대비 승객을 태우고 운전한 시간의 비율이다. 뉴욕 TLC는 플랫폼 기업들로부터 모든 로그인과 운행기록 데이터를 넘겨받아 매년 매 분기별 유효 운행률 평균치를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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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비정규노동센터

 
2년 전 유효 운행률은 56%였으나 지난해는 58%인 것으로 통계 분석치가 나왔다. 위 산식 중 운행거리에 7.5마일을, 운행시간에 30분을 넣고 운행률에 0.58을 대입하면 정확히 23달러가 나온다. 즉 7.5마일 30분 주행 기준으로 운행당 23달러를 표준 운임으로 정한 것이다.

유효 운행률을 계산한다는 것은 승객을 태우고 있는 시간만이 아니라 대기시간 역시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운행당이 아니라 시간당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할 때에도 로그인해 있는 모든 시간, 즉 대기시간을 포함해 최저임금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뉴욕시는 배달 라이더에게도 제반 비용을 포함할 경우 시간당 23.82달러를 지급하는 법이 통과되어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의 경우 최저임금 제도 자체에 플랫폼 노동을 비롯한 도급제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권리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임금 지급 유형을 다음 네 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의 경우에 최저임금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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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중 플랫폼 노동은 대부분 세 번째, 즉 건(과업)당 또는 작업량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Paid per task or piece of work done)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최저임금 관련 홈페이지에 어떻게 과업당(건당) 최저임금을 계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래와 같이 쉬운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원 페이지는  https://www.gov.uk/minimum-wage-different-types-work/paid-per-task-or-piece-of-work-d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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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과업당(도급제)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위의 사례처럼 반드시 과업당 평균적인 노동시간을 측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이를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제시되어 있고 수십 년간의 경험이 축적돼 있다. 

독특하게도 과업당 평균적인 노동시간을 계산한 뒤에 이를 1.2로 나누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과업당 최저임금 수준이 1.2배로 높아지게 되는 효과를 낳는다. 영국 정부가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있는 설명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노동자 대부분이 신참이며, 신참의 경우 평균적인 노동강도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설이 붙어 있다.


영국에서 1.2라는 숫자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 노력이 쌓여 있을까? 마찬가지로 뉴욕시 앱 기사를 위한 최저 표준 운임 역시 뉴욕시 택시리무진위원회가 우버, 리프트를 비롯한 모든 플랫폼 업체들의 운행기록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최저 운임 계산을 위한 유효운행률 58%라는 수치는 거기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플랫폼의 경우 이런 적정 단가, 표준 운임, 최저 소득 계산이 훨씬 편리하다. 왜냐면 플랫폼 서버에는 모든 것이 기록돼 데이터화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실

한국의 현실을 보자.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세금도 건당으로 떼고, 산재보험료·고용보험료도 건당으로 떼어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을 통해 한 건 한 건에 대한 데이터가 국세청과 근로복지공단에 모두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모든 데이터를 쥐고 있는데 왜 최저임금과 노동기본권 적용을 못 한다는 말일까?

"하고자 하는 이는 방법을 찾고, 회피하고자 하는 이는 구실을 찾는다." 올해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플랫폼 노동에도 최저임금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처음 최저임금 투쟁에 뛰어들었다. 비록 한달음에 쟁취 가능한 과제는 아니지만, 올해 첫발을 떼고 최저임금위원회에 논쟁적인 의제로 올리는 데까지 성공했다. 올해 어디까지 더 갈 수 있을지 미리 가늠할 순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발걸음이 멈춰지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오민규씨는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입니다.
#노동 #플랫폼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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