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분당구 서현역 역사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 보안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유성호
-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와 '불특정 다수에 대한 흉기 난동 범죄'를 같은 맥락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견해도 있던데, 어떻게 보세요?
"당연하다고 봅니다. 정신질환은 중증과 경증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은 오히려 사람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중증 정신질환의 특성 중 피해망상이나 환청 같은 것이 심할 때는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또 자신을 해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현역 사건 같은 경우, '나를 스토킹 하는 조직이 있다. 전파무기가 관련됐다'고 하는 건 피해망상을 시사하는 소견입니다.
그런데 중증 정신질환이 악화되면 사실 자살이 훨씬 더 큰 문제입니다. 또 주변이 다쳐도 대게 가족이 다칩니다. 그러나 이번 같이 무고한 시민을 공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데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화가 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 중증 정신질환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암이 있는데 그 누군가가 치료를 안 받겠다고 하면, 그것은 개인의 자유죠. 그런데 의학적 질환 중 이 자유가 예외되는 질환이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증 정신질환이고 다른 하나는 감염성 질환입니다. 감염 질환과 같이 자신과 타인을 다치게 할 수 있을 때의 정신질환은 일단 치료부터 받게 해야 합니다."
-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와 '불특정 다수에 대한 흉기 난동' 같은 범죄를 어떻게 구분하죠?
"정신질환과 관련된 범죄도 다양한 경우가 있습니다. 범죄자가 감형을 목적으로 '정신질환이 있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겠고요. 한편으로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범죄의 원인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별도 원인이 있어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환청·망상 등에 의한 행동에 의해 폭력행위가 발생했다면, 정신질환 범죄라고 할 수 있겠죠. 또 '방치된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겠죠.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범죄와는 매우 차원이 다르다고 봅니다."
- 언론은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런 범죄가 있긴 한가요?
"개인적인 의견인데 '묻지마 범죄'라는 것은 별로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마치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로 들릴 수도 있어요. 어떤 원인이 분명히 있겠죠. 요새 '이상 동기 범죄'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하지만 다르게 용어를 정립하고, 관련 사회적 조사 연구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최근 이야기 나오는 것이 '사법입원제'입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시나요?
"사실 저희는 사법입원제를 '정신질환 관련 범죄가 있을 때 위험하니까 다 가둬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제대로 될 수도 없고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봅니다.
중증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부분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은 알아서 치료를 받습니다. 그리고 또 본인이 주저하면 가족들이 설득해서 함께 오기도 하고요. 문제는 정도가 심각한데 본인이 거부하는 경우, 또 가족이 연로하거나 따로 살거나 혹은 없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판사가 판단해 자해 혹은 타해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진찰을 받게 합니다. 진찰 결과에 따라 경증이면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고, 심각하면 입원도 시키겠지만 훨씬 큰 비율로 외래 치료를 받도록 지역사회 치료 명령을 내립니다. 이런 걸 판사가 하는 나라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인데요. 이것을 '사법입원'이라고 합니다. 호주·영국은 별도의 국가기관인 정신건강심판원이 합니다.
우리나라엔 본인은 물론 가족이 발을 동동 구르는데 자해·타해 위험이 있어도 무슨 사고가 나기 전엔 아무런 조치를 못 하는 경우가 현장에 너무 많습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리나라 현황에 맞게 법·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 우리 사회에는 정신질환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죠. 이런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중요한 말씀이고요. 사실 이런 사건이 발생한 뒤 '정신질환이 있다'면서 비난만 하면 편견이 깊어지고, 결국 정신질환이 있는 다른 분들이 더 숨습니다. 괴로워합니다. 제때 제대로 도움과 치료를 받지 못하면 오히려 사고는 더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누구나 편견과 차별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는 사회로 나가는 것이 모두가 안전하고 또 질환으로 인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처벌 강화보다는 빠른 치료가 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