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내년 총지출 660조... 이러다 큰일 난다

[분석] 감세하면서 재정건전성도 챙긴다? 426조 세입 달성, 쉽지 않아

등록 2023.08.17 16:52수정 2023.08.17 16:52
11
원고료로 응원
a

윤석열 대통령이 5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며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정부 총지출을 얼마로 잡을까? 최근의 보도들에 따르면 660조 원으로 잠정적으로 결정된 모양이다. 올해 639조 원에서 겨우 3%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예정 지출 670조 원보다도 10조 원 적다. 문재인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은 연 7~9% 대였다. 근래 보기 드문 긴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660조 원이라는 숫자조차도, 과연 달성할 수 있는 수치인 것일까? 

가능하기는 하다. 자국환표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정부의 지출은 이론상 제약은 없다. 수입 이상으로 써야 한다고 판단하면 그 이상으로 쓸 수 있다. 코로나 시기 정부는 연간 100조 원 안팎 적자를 감내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균형재정을 선언했다는 데 있다. 양입제출, 들어온 만큼만 쓴다는 것이 보수주의 재정학의 기본 교리다. 광복절 기념사에서조차 '무분별한 방만 재정을 타개하고 건전 기조를 정착'시켰다고 자평한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660조 원의 '세입'은 가능한 것일까?

최악 세수결손 딛고 엄청난 반등해야 가능한 426조 원

세입은 크게 국세수입과 기금이나 각종 회계에서 나오는 국세 외 수입으로 나뉜다. 대체로 국세수입이 전체의 2/3, 국세 외 수입이 1/3을 점한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396조 원, 국세 외 수입은 221조 원였다. 

먼저 상대적으로 변수가 적은 국세 외 수입부터 보자. 국세 외 수입의 대부분은 기금수입인데, 재산수입을 제외하고는 이자율과 급여소득 등에 의지해 일정한 상승폭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결산 기준 지난 5년의 평균증가율을 바탕으로 2024년 국세 외 수입을 추정해 보면 236조 원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발표된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전망치인 237조 원과 거의 같다.

변동폭이 큰 기금 재산수입이 2021년의 역대급 규모로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250조 원까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치로 보이지 않는다. 2023년 값을 최소 추정치로 본다면, 국세외 수입은 234조 원에서 250조 원 사이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제 국세수입이 남았다. 국세 외 수입 추정치를 고려하면 660조 원이라는 세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410~426조 원의 국세수입이 들어와야 한다. 이 숫자는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2021년 국세수입은 344조 원이었다. 2022년은 396조 원이다. 문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결손이 확실시되고 있는 2023년, 올해다. 이미 상반기 기준으로 2022년에 비해 40조 원이 덜 걷혔다. 남은 기간동안 지난해만큼 세수가 들어온다 해도 국세수입은 356조 원에 그친다는 이야기다. 

이것도 낙관적인 전망이다. 9월 법인세 중간예납은 최악이었던 상반기 실적이 반영되고 여기에 법인세율 감세효과까지 일정 수준 부가된다. 11월 종합소득세 중간예납 역시 마찬가지다. 얼어붙은 주택시장과 감세를 감안하면 양도세나 종부세 세수도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법인세, 부가세의 비관적 추이가 하반기에도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세입은 25조 원가량이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 국세수입은 330조 원 언저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내년에 무려 80~96조 원의 국세수입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나머지 세목에서 평균적인 세입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저 변동성이 큰 4개 세목에서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나머지 모든 세목에서 역대급 세입이었던 2022년 수준을 2퍼센트 상회한다고 가정해도, 426조 원의 세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2년 대비 부가세는 9조 원, 법인세는 15조 원 더 들어와야 한다. 기도가 필요한 숫자다. 

감세와 세수결손, 엎친 데 덮친 격
 
a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22년 12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 남소연

 
이것도 매우 희망적인 가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힘, 그리고 민주당과 함께 대규모 감세를 결행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감세 규모는 연간 평균 18조 원에 달한다. 올해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세법의 구조상 내년에 감세효과가 본격화된다. 기업실적이 호전되고 자산시장이 반등해서 세입이 극적으로 늘어난다 해도, 감세 규모 역시 함께 증가하게 된다. 실적이 나쁘면 나쁜대로 문제고, 실적이 괜찮으면 감세폭도 커져서 세입증가 수준도 제한된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올해 세수결손이다. 예상 결손액 40~70조 원을 국채 없이 어떻게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산불용을 감안해 잉여금과 기금여유자금을 다 털어넣는다 해도 메워볼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결국 적자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재정건전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한다는 윤석열 정부가 이걸 임기 내 그대로 둔다는 건 언어도단이 아닌가?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처럼 '미래세대를 약탈'할 생각이 아니라면, '예측을 실수했으니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게요' 하면서 눙칠 게 아니라면, 남은 임기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 국채를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즉 연간 15~25조 원의 적자분이 남은 임기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떠넘겨진다. 감세와 합쳐 33~43조 원에 달하는 부담까지 안으며 국세수입 426조 원이 가능할까? 

보수정권은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가 늘고 민간에 돈이 돌아서 그만큼 경기가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세입도 늘어난다는 신앙을 설파하며 감세를 결단했지만, 현실은 딴판인 듯하다. 기업실적은 대외 시장여건이 절대적이고 자산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가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낙수효과는 없었고, 감세와 경기하강이 결합해 고질적 재정악화와 긴축 위협으로 이어질 태세다. 

감세하면서 재정건전성 챙기겠다는 오랜 거짓말

윤석열 정부는 완벽하게 트릴레마에 빠졌다. 지출을 늘리면서 감세와 균형재정을 동시에 유지할 수는 없다. 감세하면서 균형재정을 하려면 정부 지출을 파국적으로 줄여야 하는데, 이 경우 총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이 두려울 것이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선택할 길은 '양치기 소년' 전략이 아닐까. 세입예산을 최대한 낙관적으로 보고 세입을 뻥튀기해서 지출축소를 방어한 뒤, 나중에 계산을 잘못했다, 경제 여건이 나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다. 전 정부의 과도한 지출이 재정에 장기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식의 예의 '문재인 탓'도 빠질 리 없다. 추경호 부총리가 올해 세수결손에 대해 변명하는 각종 수사들은 그 예고편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대응으로 재정적자를 확대한 정부라면, 윤석열 정부는 감세 사랑과 뻥튀기 세입예측으로 재정적자를 늘리는 정부가 될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전자가 낫다. 후자는 돈이 주로 부자들에게 흘러들어가고, 전자는 그나마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돈이 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양쪽 다 증세를 포기함으로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매한가지다. 

660조 원이라는 숫자가 언론으로 흘러나온 것을 보니, 어느 정도 규모로 과감하게 '뻥'을 칠 것인가로 지금 당정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이다. 총선을 앞둔 여당은 '지르고' 싶을 테고, 감사 리스크가 있는 기재부는 '적당히' 하고 싶을 터다. 두고 볼 일이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교훈은 얻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감세하면서 재정건전성도 챙기겠다는 보수정권의 오랜 거짓말, 이제는 무덤으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는 국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4년예산 #감세 #기재부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