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항명' 혐의 박정훈 해병 수사단장 국방부 조사 거부고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힌 뒤 경례를 하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OCS 출신이기에 가능한 '항명'인 듯
박정훈 대령이 소신껏 처신할 수 있었던 데는 그가 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점도 작용했던 것 같다. 언론에는 '해군사관후보생(OCS) 출신'이라고 소개돼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오해하는 독자가 있을 텐데, 'OCS'는 해군·해병 장교후보생을 함께 교육하는 사관후보생과정(Officer Candidate School)을 뜻한다.
그들은 대학 이상 졸업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쳐서 선발하기에 자유분방한 편이고 대부분 중위로 전역해 사회에 진출한다. 사관생도 출신은 4년간 군사교육에 집중하고 진급이 초미의 관심사여서 분위기가 다르다. 개인 경험을 말한다면, 나도 OCS 출신으로 백령도 레이더기지 등 최전방에 배치됐다가 해군본부에서 감찰감 부관으로 근무했는데, 감찰감이 "이 중위도 말뚝 박아, 잘하면 대령까지는 올라갈 텐데"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해병대사령관과 <한겨레>의 '악연'
OCS 출신 해병장교 중에는 장기근무자로 잔류하는 이도 있지만 진급에서는 밀리는 경우가 많다. 해병대는 1980년대부터 24명의 사령관이 취임했는데 전도봉 장군을 빼고는 전원 해사 출신이다. 그도 김영삼 대통령과 같은 거제도 출신에 경남고 후배여서 가능한 발탁이었다. 미국은 사관학교 말고도 다양한 경로를 거쳐 참모총장이나 해병대사령관이 되는 이가 많아서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
전도봉 장군은 소위 임관 직후 동기생들과 함께 공군비행학교 습격사건을 주동하는 사고도 쳤지만, 해병대의 자존심을 높여주는 각종 일화를 남겨 해병대 마니아에게는 '레전드'로 통한다. 그런데 나와는 직무상 어쩔 수 없었던 '악연'이 있다. 1998년 <한겨레> 경제부장 시절 '야간국장' 당직을 서고 있는데 그가 해병대사령부 참모들 대여섯과 함께 전투복 차림으로 편집국에 들이닥친 것이었다.
진급 청탁과 뇌물을 받은 혐의를 <한겨레>가 1면에 단독 보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사가 잘못됐으니 들어내라"라고 을러댔다. 참모 중에는 OCS 우리 기수 훈육관으로 낯익은 대령도 있었지만 모른 체하면서 애꿎게 사진부를 질책했다.
"사진 야근은 지금 뭐하고 있냐? 군인들이 편집국을 점거했는데… 이거 사진 찍어서 1면 사진 교체해!"
그들은 곧 물러갔는데 사진은 원래 교체할 생각이 없었다. 사진부를 질책한 것은 부당한 압력에 대항하는 수단이었으니까. 그는 결국 대법원에서 500만 원의 벌금형과 자격정지 1년형을 받았고, 나중에 한전KDN 사장으로 재직했다.
해병대는 제주와 인연이 깊다
사실 해병대는 제주와 인연이 깊다. 해병대는 1949년 4월 진해에서 창설됐지만 12월에 제주도로 사령부를 옮겼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신병 3000여 명을 제주에서 모집해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하는 등 많은 전공을 세웠다. 이때 제주여중과 교사양성소 여학생 그리고 미혼 여교사 등 126명은 해병대 제4기로 '자원입대'해 여군의 효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