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여행지에서의 한 끼 식사를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음식 한 접시는 현지인의 환경과 삶의 압축판이요 정체성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매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기자말] 멕시코 여행도 이제 막바지다. 60박째 잠을 자고 호텔 조식당으로 내려갔다. 멕시코 와서 호텔은 처음이다. 그동안 주야장천 에어비앤비만 이용한 터라 모처럼 남이 차려주는 조식이라니 눈이 번쩍 뜨인다. 조식 뷔페에는 빵이며 햄과 치즈 등 서양 음식도 있었지만 멕시칸 코너에서 발이 멈췄다. 멕시코 사람들의 아침 식사 칠라낄레스(Chilaquiles) 재료가 놓여 있었다. 식당에서 아침 메뉴로 파는 칠라낄레스를 여행 초반에 먹어본 적이 있다. 소스를 끼얹어 눅눅해진 토르티야(Tortilla)와 매운 살사와 가루 치즈가 뒤섞여 나왔고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욱여넣다시피 먹었다. 멕시칸의 전형적인 아침 메뉴라는데 도무지 적응되지 않을 것 같은 음식이었다. 뭘 시켜도 꼭 나오는 토르티아 직접 칠라낄레스를 만들어 보았다. 구운 토르티야 조각에 치즈 가루, 양파채와 고수를 뿌리고 살사를 조금 끼얹고 호두 소스를 뿌렸다. 그리고 콩과 달걀 스크램블을 옆에 담았더니 시중 식당에서 아침 메뉴로 파는 칠라낄레스와 비슷한 차림이 되었다. 큰사진보기 ▲호텔 조식당의 칠라낄레스 재료들김상희 큰사진보기 ▲멕시코식 아침 식사, 칠라낄레스김상희 놀라운 건 맛이었다. 쌀밥에 콩나물국을 먹는 듯 '속 편한 맛' 그 자체였다. 두 달 동안 멕시코 여행하는 새에 나도 모르게 토르티야의 한없이 담백한 맛, 무미건조한 맛을 알아버렸나 보다. 타코는 멕시코 어디서든 먹을 수 있고 동네마다 유난히 손님을 끄는 독보적인 타코집 한 둘은 꼭 있었다. 그래도 멕시코 와서 타코만 먹을 수는 없잖아. 모처럼 별러서 타코가 아닌 다른 메뉴를 시키면 내 보기에 타코와 딱히 다르지 않은 음식이 나왔다. 이렇게 말하면 멕시칸들이 서운해한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큰사진보기 ▲멕시코 대표 음식, 타코(Tacos). 손바닥만 한 토르티야에 고기와 야채, 소스를 얹어 싸 먹는 요리김상희 케사디야(Quesadilla)를 시키면 치즈 넣어 반으로 접은 토르티야(Tortilla)가 나왔고 엔칠라다스(Enchiladas)를 주문하면 속을 채워 소스 끼얹은 토르티야가 나왔다. 식당에서 테이블에 앉자마자 살사소스랑 같이 제공하는 식전 주전부리, 토토포(Totopos)도 구운 토르티야 조각이다. 큰 접시만 한 토르티야에 고기, 야채, 콩 등을 넣어 돌돌 말면 휴대가능한 멕시코식 김밥 부리토(Burito)가 된다. 큰사진보기 ▲케사디야(Quesadilla, 왼쪽)와 엔칠라다스(Enchiladas, 오른쪽) 김상희 큰사진보기 ▲토토포(Totopos, 왼)와 부리토(Burito, 오)김상희 칠라낄레스나 케사디야, 엔칠라다스처럼 토르티야는 단일 메뉴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많은 요리에 있어 토르티야는 탄수화물 공급원이다. 닭고기나 돼지고기 몰레(Mole) 요리든, 수프 격인 포솔레(Pozole)든, 생선구이든, 스테이크든, 고추튀김(Chile Relleno)이든 뭘 시켜도 토르티야 한 바구니가 딸려 나왔다. 물론 무료에, 무한리필이다. 두 달간 옥수수를 주식으로 큰사진보기 ▲파히타 데 레스(Pajita de Les, 왼)와 칠레 레예노(Chile Relleno, 오)김상희 큰사진보기 ▲포솔레(Pozole, 왼)와 몰레(Mole) 요리(오)김상희 이제껏 지구인은 쌀 아니면 밀만 먹는 줄 알았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가본 나라의 주식은 쌀 아니면 밀이었으니까. 연간 강수량 1300mL 이상의 나라는 쌀을 주식으로 그 이하 나라는 밀을 주식으로 한다고 들었다. 쌀과 밀의 양대 주식 문화권을 거쳐 나는 이제 옥수수 문화권에 들어온 것이다. 두 달간 옥수수를 주식으로 먹었다(토르티야의 주원료가 옥수수다). 생존을 위해 현지 음식을 먹었을 뿐인데 나도 모르는 새에 내 몸은 세계관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큰사진보기 ▲직접 토르티야를 구워내는 식당도 많다.김상희 옥수수는 쌀과 밀에 이은 세계 3대 작물로서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고 한다.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콜럼버스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인디언들이 먹던 옥수수가 서구로 전파되었다고 하니 나는 진정 옥수수의 원조 대륙에 와 있는 셈이고 오늘날도 세계에서 옥수수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에 와 있는 게 분명하다. 큰사진보기 ▲토르티야를 굽는 여인들. 툴룸(Tulum)의 거리 벽화김상희 여행을 재밌게 하는 비결은 현지 음식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다. 멕시코 여행을 즐겁게 하려면 토르티야와 친해져야 한다. 이곳에서는 쌀이나 빵 요리는 제한적인 반면에 토르티야 응용 음식은 무궁무진하다. 토르티야 맛에 익숙해지면 음식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평생 쌀만 먹던 우리나라 사람에게 토르티야는 당연히 '낯선 맛'이다. 천천히 씹어먹으면 거칠지만 의외로 구수하고 담백한 토르티야의 맛을 발견할 것이다. 불행히도 나의 남편은 아직도 토르티야에 적응되지 않은지 빵만 찾고 있다. 그가 멕시코 음식의 즐거움을 모른 채 멕시코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동행 여행자로서 아쉬울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멕시코여행 #멕시코음식 추천10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상희 (wetrip) 내방 구독하기 생활여행자입니다. 여행이 일상이고 생활이 여행인 날들을 살아갑니다. 흘러가는 시간과 기억을 '쌓기 위해' 기록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나에게 '눈찢기' 한 프랑스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 구독하기 연재 세계여행 식탁일기 다음글17화들어보셨나요? 기내식 말고 해발 4000m 화산식 현재글16화이것과 친해지면 멕시코 여행이 즐겁습니다 이전글15화멕시코 오지마을서 만난 한국식 식재료, 눈이 돌아갈 수밖에 추천 연재 윤찬영의 익산 블루스 "꽝" 소리 나더니 도시 쑥대밭... 취재기자들도 넋이 나갔다 행담도, 그 섬에 사람이 살았네 전국 최고 휴게소 행담도의 눈물...도로공사를 향한 외침 김봉신의 여론감각 윤 대통령 10%대 추락...여당 지지자들, 손 놨다 박병춘의 산골 통신 다리 위에서 결혼식을? 어느 신혼부부의 특별한 이벤트 SNS 인기콘텐츠 "술 취한 선장 끌어내려야"...조국혁신당, 윤 대통령 탄핵안 공개 경북대 교수·연구자 179명 "윤석열 해고"...박근혜 때보다 2배 [전문] 피해자들이 눈물 흘린 '전세사기 법정 최고형' 판결문 '가격'만 묻는 보험사...반려견 잃은 뒤 벌어진 일 32살 '군포 청년'의 죽음... 대한민국이 참 부끄럽습니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윤석열 모교 서울대에 "아내에만 충성하는 대통령, 퇴진하라" AD AD AD 인기기사 1 은퇴로 소득 줄어 고민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 2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3 소 먹이의 정체... 헌옷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이 왜? 4 32살 '군포 청년'의 죽음... 대한민국이 참 부끄럽습니다 5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이것과 친해지면 멕시코 여행이 즐겁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18화반갑다, 콜롬비아에서 만난 내장국밥 17화들어보셨나요? 기내식 말고 해발 4000m 화산식 16화이것과 친해지면 멕시코 여행이 즐겁습니다 15화멕시코 오지마을서 만난 한국식 식재료, 눈이 돌아갈 수밖에 14화멕시코에서 매운맛 좀 봤습니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