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라고 해도 기사 제목에 '돈 부족'을 직접 표현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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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다. 원래의 문장 '조금 덜 가지는 만큼 생기는 삶의 여유와 기쁨들'은 제목스러운 문장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부제에 어울리는 문장이었다. '은퇴 후 부족한 돈, 그래서 이게 필요합니다'로 수정한 후 이건 어떨지 의견을 구했다. 다시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기사 제목에 '돈 부족'을 직접 표현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네요... 그래서 아래와 같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떠신지요.
은퇴로 마주한 경제적 변화, 이렇게 넘기고 있습니다
조금 덜 가지는 만큼 생기는 삶의 여유와 기쁨들
불편한 마음이 드는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글 본문 안에 있는 내용이지만, 제목으로 사용하고 싶지 않은 내용일 수도 있으니까. 대안으로 주신 안에서,
'이렇게 넘기고 있습니다'는 문장은 내 생각에도 제목으로 살리면 좋을 것 같았다. 나와 글쓴이의 의견을 절충해 보기로 했다.
은퇴 후 부족한 돈, 그래서 이게 필요합니다(내 안)
+ 은퇴로 마주한 경제적 변화, 이렇게 넘기고 있습니다(글쓴이의 안)
→ 은퇴 후 줄어든 수입, 이렇게 넘기고 있습니다
돈을 '수입'으로 바꾸고 뒤 문장은 글쓴이가 보낸 대로 쓰고 보니 괜찮았다. 그래, 이렇게 가보자. 글쓴이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방금 보니 기사 제목이 '은퇴 후 줄어든 수입, 이렇게 넘기고 있습니다'로 바뀌었네요. 저의 글 작성 취지를 잘 반영해 주신 것 같네요.
오케이. 드디어 제목이 완료되었다. 제목 하나를 완성하기까지의 공정을 읊자니 가죽공방 사장과 내가 나눈 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렇게 제목을 완료하기까지의 과정을 공유하고 의견을 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싶어서다.
노력했으니 받아들인다
이 일을 하면서 늘 최선의 제목을 고민하고, 독자들을 좀 더 유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그 최종 결과물을 글쓴이가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고 좋은 제목도 아니고 조회수가 안 나온다고 안 좋은 제목도 아니다. 그건 그냥 운명일 뿐이다. 요즘은 알고리즘의 운명쯤 되려나.
그리고 생각보다 제목에 대한 의견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렇다고 제목을 고민할 때마다 매번 글쓴이의 의견을 구하거나 확인받는 일도 쉽지 않다(물론 예민한 내용의 기사인 경우는 시간을 내어 상의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간적 어려움. 의견을 전부 받아들이기도 현실적으로 어렵거니와 이러저러한 이유로 조심하는 것이겠지만.
제목에 대한 의견이 많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글쓴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편집권이라고 하는, 편집기자의 일을 존중하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인 듯하다. '제목 수정을 요청합니다', '제목 수정을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제목을 바꾸면 어떨까요'라고, 조심스럽고 완곡하게, 때론 정중하게 요청하는 글을 볼 때 그런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니까.
이런 이유로 제목이 사실과 다르거나 취지와 맞지 않거나 오자가 났을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목은 편집기자가 알아서 해주리라 생각한다. 제목의 공정 과정에 글쓴이가 참여한다고 해서 항상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결과물이 마뜩잖은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알 거다. 서로 노력했다는 것. 최선을 다했다는 것. 그랬기에 결과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거겠지. 내가 가방을 수선하는 공정에서 경험한 것처럼 말이다.
수선한 가방이 마음에 들었던 것처럼 다듬어진 제목으로 나간 기사는 평소 그분이 쓰신 글보다 꽤 반응이 좋았다. 조회수를 보고 약간 놀랄 정도였다. 은퇴 후 경제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겠고. 어쩌면 '돈'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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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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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에 안 맞는다"는 제목, 이렇게 바꿨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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