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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령 측 "수사초기부터 대통령실이 자료 제출 재촉"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지는 대통령실 수사 외압 의혹

등록 2023.08.31 12:12수정 2023.09.0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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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28일 오후 항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 하기 위해 김정민 변호사와 함께 도착하고 있다. 2023.8.28 ⓒ 권우성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폭로한 '고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박 대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들 사이에 진술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31일,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해 수사 초기부터 대통령실이 해병대 수사단에 관련 자료 제출을 재촉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이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수사 계획서를 보내라는 요구를 받고 "당시 바쁜데도 제1광역수사대장에게 지시해 (수사계획서를) 별도로 작성해 보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후에도 국방비서관실은 수사와 관련된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박 대령 측 주장은 전날(30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수사 관련 자료 제출을 먼저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던 임기훈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의 답변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임 비서관은 국회 답변을 통해 "국방비서관실은 (관련 자료를) 단 한 번도 (해병대 수사단에) 요구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임 비서관은 "담당 행정관이 수사단장에게 '조사가 진행이 될 텐데 필요한 자료가 있느냐'고 물어본 것이 전부고 수사단장이 답변으로 '자료를 정리해서 주겠다'고 해서 받은 게 계획서라고 타이틀이 적혀 있는 한 장짜리 문서"라면서 "수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1일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받은 수사 계획서가 A4용지 한 장 분량의 일반적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령 측은 수사계획서에는 사망 사건 원인과 수사 쟁점, 수사 예정 대상자 등이 명시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임 비서관은 당초 해병대 수사단장의 언론브리핑이 예정되어 있던 지난달 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통화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령이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와 녹취 파일에 따르면, 박 대령은 지난 7월 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청와대 군사 보좌관'(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을 의미)과 통화했다는 설명과 함께 "오전 11시 대통령실에서 VIP(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윤 대통령을 지칭)가 격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채 상병 조사 관련 보고를 했느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 조 실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통화한 적이 없다"면서 대통령실이 사건을 축소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박 대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나도 그렇지만, 박 대령은 국방장관을 보좌하는 군사보좌관과 대통령의 참모인 국방비서관을 구별하지 못하는 분"이라면서 "이런 분이 어떻게 7월 31일 오전 11시에 대통령이 주재한 비공개 수석비서관 회의의 존재를 알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군 형법상 항명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대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9월 1일 오전 10시 용산 국방부 영내 군사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사안의 중대성 및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데 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냐'는 질문에 전 대변인은 "그것은 제가 정확히 답변드리기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첩 기록 탈취 행위를 주도한 검찰단장에 대한 국방장관의 조속한 조치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훈 대령 #채 상병 #김정민 변호사 #국방비서관 #조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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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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