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이주민인권연대가 진행하는 생활한국어 교실에 참여한 주민들
월간 옥이네
물론 이 수업에 이주 1~2년 차의 '신입 주민'만 있는 건 아니다.
"옥천에 온 지 14년 됐어요. 그만큼 말하기는 잘했지만 쓰기를 잘 못해서 문법과 맞춤법을 더 배우고 싶었거든요. 여기서 한국어 쓰기를 배우면서 이제는 중학생, 초등학생인 딸들에게 문자 메시지도 보낼 수 있게 됐어요. 딸도 요새 '엄마 이제 문자 잘 보낸다'며 칭찬해줘요(웃음). 딸들과 같이 받아쓰기도 해보고요."
베트남에서 온 쩐티뉴(한국이름 이예경, 옥천읍 장야리)씨가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어 교실의 효용을 설명한다. 무엇보다 같은 이주민인 선배에게 문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한국인 선생님에게 한국어를 배울 땐 도통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쉽게 의문이 풀리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닌 이주민의 입장에서 가르치고 배우다 보니 서로가 느끼는 한국어 습득의 어려움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 10살과 생후 6개월의 딸을 두고 있는 웬티김풍(한국이름 김혜정, 옥천읍 문정리)씨는 수업이 자녀 한국어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듣기 수업도 같이 해서 전보다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쓰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앞으로 계속 배우면 훨씬 나아지겠죠? 잘 배워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잘 가르쳐주고 싶어요."
옥천읍 장야리 누구나 센터에서 진행되는 이 수업에는 동이면 혹은 이원면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은 동이면 금암리에 사는 쩐티녹흐엉(한국이름 전미나)씨도 함께다.
"한국 온 지 12년 됐는데 저는 아직 발음이 많이 어색해요. 듣는 것도 좀 어렵고요. 한국 사람들하고 얘기할 때 잘 못 알아들어서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여기서 수월하게 배우고 있어요."
계절근로자 지원제도 등을 통해 옥천에서 일하고 있는 누옌넛남씨는 이날 근무 일정이 잡혀 아쉽게도 수업엔 함께하지 못했다. 대신 부티탄화씨의 전언을 통해 그의 의지를 접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 돈을 벌며 한국어를 배운 후 고국인 베트남에 돌아가면 한국어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생활에 필요한 실용 교육으로서의 한국어 교실뿐 아니라 누군가에겐 새로운 꿈을 키울 배움과 성장의 장이 되기도 한 셈이다.
이주민인권연대가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겠다고 했을 때 강사로 발벗고 나선 부티탄화씨는 서로가 공감하며 배움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국어 선생님이 알려주는 한국어는, 아무래도 이제 막 한국어를 접해 낯선 이주민들에겐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하지만 같은 이주민이 한국어를 가르쳐 줄 땐 이미 앞서 겪은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 조금 더 공감하며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되기도 하죠. 무엇보다 말을 잘 할 줄 알아야 본인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실은 앞으로도 더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주민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