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가 재심 재판에서 읽은 최후진술서. 고문으로 사건이 조작된 과정과 이로 인해 가족이 받은 피해가 고스란히 기술되어 있다.
변상철
선고에 앞서 어렵게 열린 재심 마지막 재판에서 신씨는 직접 자필로 쓴 최후 진술서를 법정에서 읽어 내려갔다. 신씨는 먼저 '나의 억울함을 알아주고 이렇게 재판을 열어주시어 고맙고 감사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재심 재판을 열어준 재판부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신씨는 '고의'로 북방한계선을 넘었다는 기존의 범죄 사실은 수사 과정에서 '고문에 못 이겨 살기 위해 했던 거짓 자백'이며 당시 신씨는 그저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으로 조업한 것일 뿐 월선 조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자신이 보안법 위반자로 실형을 선고 받은 뒤 "우리 자식들은 빨갱이 새끼로 손가락질 받고 살게 되었다"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출소 뒤에도 "전향하라는 경찰들의 회유와 감시, 고향사람들마저 경찰에게 돈을 받고 나와 가족들을 감시하는 그런 세상을 살아왔다"라며 "나로 인해 시작된 우리 집의 비극은 나뿐만이 아니라 나의 아내와 자식들까지 힘들게 했다"며 출소 후 연좌제로 인해 고통 받았던 가족의 비극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신씨는 "억울함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죽는다면 자식들에게 빚을 지어주는 것 같아" 마음 편히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라며 "부디 이 늙은이의 억울함을 알아주시어 얼마 남지 않은 삶 홀가분하게, 편안하게 마감할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며 최후 진술을 마쳤다.
이런 신씨의 마음이 통했을까. 재판부는 두 번째 속행 기일이었던 9월 7일 당일 선고 결정을 해 수사기관의 불법 감금, 가혹 행위 등을 통해 증거 능력과 신빙성이 결여된 당시 기소 내용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신씨와 가족들은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라며 그동안 가족에게 가해졌던 국가의 폭력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제대로 받고 싶다고 했다. 특히 신씨의 과거 재판 기록이 형법 교재 판례로 실리는 등 사회적으로 억울한 차별과 명예 훼손을 당했다며 이제라도 국가가 이 모든 잘못을 바로 잡아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말했듯이 과거 신씨의 재판은 형법총론 등의 각종 교재에 '강요된 행위, 기대가능성'을 설명할 때 판례로 등장한다. 법률적 낙인이 예비 법조인들에게 그대로 대물림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 형법 교재의 내용들도 전부 수정되어야 한다.
신씨는 여전히 재심을 기다리는 동료 선원들의 재심도 곧바로 열려 그들의 명예 역시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
당시 범죄 사실을 조작한 여수경찰서 등 수사기관에 바라는 말이 있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신씨는 "나를 수사했던 수사관들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나 검찰의 사과를 받고 싶다"라며 자신을 수사한 수사기관이 책임을 잊지 않고 반드시 사과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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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교재에 실린 이 사건, 이제 바로 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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