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범도 장군의 평전을 펴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
조정훈
이에 일부 누리꾼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이동순 시인 시 퍼나르기' 페이스북 캠페인을 펼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도 동참했지만, 시 전문이 담긴 일부 게시글이 삭제되기도 했다.
김동규 동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삭제 조치의 이유로 판단되는) 시구 속의 '왜놈'이란 단어는 결코 비속어가 될 수 없다. 격정과 절규로 형상화된 '문학적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박경신 교수 "홍범도 시 '왜놈'은 강자를 향한 저항 표현"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1일 <오마이뉴스>에 "홍범도 시에 '왜놈'이란 표현은 나라를 빼앗긴 약자가 강자에게 저항하는 일종의 '저항표현'이어서 '혐오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혐오표현은 특정 국적이나 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폭력 등 외부적 피해를 유발할 위험이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페이스북에서 게시물을 관리할 때 지역적 특성과 역사적 맥락을 고려했다면 '저항 표현'임을 알아낼 수 있는 게시물인데, 글로벌 차원에서 일반적인 원칙을 적용하다 보니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기업의 게시물 관리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겨지는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무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면서 "나라를 뺏긴 그 당시 언어로 쓴 저항표현까지 혐오표현으로 쉽게 삭제하면, 일제강점기 수탈이나 피해를 당한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경시받고 비하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측 "해당 게시물에 혐오발언 포함, 삭제 조치"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12일 <오마이뉴스> 질의에 "해당 게시물은 혐오발언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어, 관련 정책에 따라 삭제 조치됐다"면서 "혐오발언은 위협적이거나 배타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때로는 오프라인상 폭력도 유발할 수 있기에 페이스북에서 허용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다만 '왜놈'이란 시구 때문인지, 역사적 관점에서 '저항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견해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메타는 "저희 정책에서 혐오발언이란 인종, 민족, 국적, 종교, 성별, 장애 등 보호받아야할 사람의 특성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공격이란 폭력적이거나 비인격적 발언, 해로운 고정관념, 열등한 대상으로 묘사, 배제나 분리 주장 등을 말한다"면서 "페이스북은 이러한 정책을 철저히 준수하며 해당 정책을 위반하는 게시물은 발견 즉시 삭제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혐오 발언 삭제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9년 '한남충'은 혐오 발언으로 삭제하면서 '김치녀'는 그대로 둔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페이스북코리아는 '쪽바리'처럼 특정 국적을 비난하는 표현을 예로 들어, '한남충'도 한국 국적 남성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어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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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놈'이 혐오발언? 페이스북, '홍범도 장군의 절규' 삭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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