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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월급으로 받은 50만 원, 윤선씨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65세 되었다고 공공일자리 참여서 배제... 선택권과 자기 결정권 보장해야

등록 2023.09.14 16:57수정 2023.09.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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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서울시 가라. 서울시는 은평구 가라. 은평구는 서울시 가라. 꼭 살지 말고 죽으라는 소리처럼 들린다"

65세를 맞이한 장애인들이 그간 지원받던 활동지원서비스 축소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행정기관 문턱을 넘어가면 마치 서로간의 핑퐁 게임 마냥 이리저리 돌림을 당하기 일쑤다. 

진관동 주민인 최윤선씨는 지난해 9월 65세가 되면서 그간 지원받던 활동지원서비스가 매월 815시간에서 545시간으로 270시간이나 줄어들었다. 뇌병변장애인인 그는 활동지원서비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서비스 시간이 축소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매월 420시간 보장하던 활동지원서비스를 300시간으로 줄였고 서울시는 매월 350시간에서 200시간으로 줄였다. 은평구는 매월 45시간 지원서비스를 축소 없이 유지하고 있다.

대신 보건복지부는 윤선씨에게 노인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내리고 방문요양서비스를 매월 116시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노인장기요양과 활동지원 서비스와의 관계 규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65세를 맞이한 장애인 노인의 활동지원 서비스 축소는 장애인 노인들에게는 심각한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a  최윤선 씨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축소 내용

최윤선 씨의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축소 내용 ⓒ 은평시민신문

 
65세 되었다고 공공일자리 참여에서 배제 

2007년부터 시작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윤선씨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줬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이 장애로 인하여 하기 힘든 활동을 활동보조인을 통하여 보조받음으로써 일상생활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장애인 활동지원은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관리하며 자신의 '선택권'과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보장받으며 지역사회에서 독립생활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다. 


평생을 뇌병변장애인으로 살던 윤선씨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통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장애인 권익 옹호 활동, 장애인식개선 등의 활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역할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았다. 생애 처음으로 받은 50여만 원의 급여는 그를 크게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애인공공일자리에 참여하고 급여를 받은 윤선씨는 그 기쁨을 '사람됨을 인정받음'이라고 표현했다. 평생을 뇌병변장애인으로 살아온 그가 처음으로 근로지원서비스를 받으며 장애인식개선 등의 공공일자리사업에 참여한 건 64세가 되던 해의 일이다. 그동안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생활과 사회생활 등 다양한 인간관계 등을 맺지 못한 채 지내왔기에 더없이 소중하고 귀한 활동일 수밖에 없었다. 


첫 급여를 받은 윤선씨는 처음으로 동생에게 밥을 사주며 눈물을 흘렸다. 내 손으로 돈을 벌어 그 돈으로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이제야 이런 기회를 얻었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그런 꿈같은 시간은 기대만큼 오래가지 못했다. 그간 참여하던 공공일자리사업 참여도 더 이상 참여할 수 없게 됐다. 그의 걸음을 멈추게 한 건 단 하나의 이유였다. 바로 65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활동지원서비스 축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방문요양서비스를 추가로 받게 되었다고 해도 활동지원사 없이 혼자 생활하기도 밖으로 나가는 것도 무리이기 때문이다. 그간 함께하던 활동지원사들이 일부 무료지원에 나서고 가족들이 나섰지만 활동지원서비스 축소라는 빈 구멍을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윤선씨는 기초생활수급비를 털어 활동지원사들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8개월간 그가 지불한 금액은 천만 원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매월 지급받는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인 상황에서 이런 개인부담을 언제까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활동지원과 요양급여 수급의 선택권 제도적 보장 필요 

윤선씨의 활동지원서비스 축소를 보며 밤잠을 설치는 이가 있다. 바로 동생 최윤정씨다. 

윤정씨 역시 뇌병변장애인으로 활동지원서비스가 없이 혼자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2월이면 65세가 되는 윤정씨는 언니인 윤선씨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곧 자신에게도 닥칠 것이라 생각하니 하루에도 수십 번 한숨이 나오고 밤잠을 설친다. 
 
a  65세가 되면 활동지원서비스가 축소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는 최윤정 씨 (사진 : 박은미)

65세가 되면 활동지원서비스가 축소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는 최윤정 씨 (사진 : 박은미) ⓒ 은평시민신문


제대로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윤정씨는 검정고시로 초중고 교육과정을 마치고 사이버대학을 졸업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뇌병변장애인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는 끈기 있게 도전하며 앞으로 나갔다.

그도 지금 공공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내년 2월이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매일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활동지원서비스 축소는 이들이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 보증금도 위협하고 있다. 활동지원사 비용을 감당하려면 보증금을 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정씨는 며 "65세가 넘으면 활동지원과 요양급여 수급의 선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며 "이런 행정은 결국 우리들보고 시설에 들어가서 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5세가 되어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이 줄어든 장애인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문에서 '장애인은 24시간 활동지원 급여가 필요하고 활동지원 서비스는 나이와 무관하게 필요한 것이고 노인장기요양은 노인에게 필요한 별도의 서비스'라는 밝히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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