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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제보12화

교직원에 '감사일기 쓰고 결재 받으라'... 행정실장의 황당한 요구

[제보] 충남 A중학교 행정실장.. 도교육청 '주의' 처분에 "사건 축소" 비판

등록 2023.09.14 18:10수정 2023.11.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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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의 모 공립중학교 행정실장이 행정실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감사 일기'를 결재한 일이 드러나 논란이다.
충남의 모 공립중학교 행정실장이 행정실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감사 일기'를 결재한 일이 드러나 논란이다.심규상
[기사 보강 : 15일 오후 4시 50분]

충남의 모 공립중학교 행정실장이 행정실에 근무하는 직원의 '감사일기'를 수개월동안 결재한 일이 드러나 논란이다. 충남도교육청은 '부당 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국민권익위의 판단에도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주의' 처분을 했다. 하지만 해당 행정실장은 "감사일기를 쓰라고 지시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충남 B중학교 행정실에서 사무보조를 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지난 2003년부터 일해왔다. A씨는 지난 2021년 초 C 행정실장이 새로 부임하자 평소 부당하게 느껴온 자신의 업무분장에 대한 조정을 요구했다. 학교 보안 업무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구였다. 그동안 사무보조 외에 숙직자 관리는 물론 한밤 중 비상벨이 울릴 때 조치 등 보안관리 업무까지 떠맡아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에 따르면  C 행정실장은 같은 해 3월 보안 업무에서 A씨를 제외하는 대신 매일 감사일기를 써 결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A씨는 "감사일기를 쓰다 보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생길 것이라며 일기를 써 결재 받을 것을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A씨는 아침마다 결재판에 전날 쓴 감사일기를 넣어 C씨에게 올렸다. 매일 서너 가지의 감사한 일을 찾아 적는 형식이었다. 지난 2021년 5월 어느 날에는 '기도해주는 친구가 있어 감사합니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그때마다 C씨는 감사일기를 결재했고 간간이 포스트잇에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두 달째가 된 날에는 일기장에 '두 달 동안 감사일기 매일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두 달 동안 더 밝아졌다고 느낍니다. 긍정적인 변화를 스스로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는 일기 평을 남겼다. 감사일기 결재는 3개월여 동안 이어졌다.


일기 검사는 초등학교에서도 사라진 지 오래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04년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 관행에 대해 '국제인권기준 및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라며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개선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A씨는 "심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이 일기 검사를 받았다"라며 " 당시 50대 초반의 나이로 새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먹고 살기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창피해 다른 직원들에게 들키지 않게 하려고 아침마다 몰래 결재를 올렸다"라며 "울컥할 때마다 '먹고 살려면 참아야 한다'라며 매일 저 자신을 위로했다"라고 덧붙였다.


"심한 모멸감 느껴" 국민권익위로 간 A씨 ... C행정실장 "강요 없었다" 주장
 
 충남도교육청은 C행정실장의 행위가 국민권익위의가 부당 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에도 경징계인 주의처분에 그쳤다.
충남도교육청은 C행정실장의 행위가 국민권익위의가 부당 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에도 경징계인 주의처분에 그쳤다.심규상
 
참다못한 A씨는 지난 5월 부당한 일기 결재 강요로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며 국민권익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6월 C씨에 대해 충남도교육청에 '직무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 행위 금지 위반(공직자 행동강령)에 해당한다'라고 통지했다.

C씨는 감사일기를 써 볼 것을 권유했을 뿐 강요한 적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C씨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니 감사일기를 써 볼 것을 제안, 권유했는데 이를 A씨가 받아들여 시작한 일로 강요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라고 말했다.

도 교육청 처분심의위원회는 지난 7월, C씨의 이런 주장을 반영해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주의 처분을 내렸다.

C씨는 1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도 "A씨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해 제 경험을 토대로 감사 일기를 써 보라고 추천했을 뿐 지시나 강요한 적이 전혀 없다"고 국민권익위의 판단 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A씨가 결재판에 감사 일기를 넣어 왔을 때도 감사 일기는 혼자 쓰는 것이지 결재할 일이 아니라고 만류했다"며 "그런데도 계속 일기를 올려 거부할 수 없었고 도움을 주기 위해 따뜻한 독려와 도움말을 써 소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도 제 조언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며 "뒤늦게 이를 강요했다며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권익위의 판단 결과에 대해서도 "당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충분히 소명하지 못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사법기관에서도 무혐의 처분했고 도 교육청 처분 심의위 또한 강압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해 주의 처분을 내렸지만 이마저도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는 "오랫동안 이뤄진 일에 대해 어떻게 강요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며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해 오랫동안 인권을 침해한 사안에 대해 주의 처분에 그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맞서고 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감사의 마음은 원초적인 개인 감정의 문제로 감사일기를 오랫동안 결재한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강압이자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인격권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사안에 대해 주의 처분에 그친 것은 사안을 안일하게 보고 축소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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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일기 #결재 #충남도교육청 #국민권익위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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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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