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모 공립중학교 행정실장이 행정실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감사 일기'를 결재한 일이 드러나 논란이다.
심규상
[기사 보강 : 15일 오후 4시 50분]
충남의 모 공립중학교 행정실장이 행정실에 근무하는 직원의 '감사일기'를 수개월동안 결재한 일이 드러나 논란이다. 충남도교육청은 '부당 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국민권익위의 판단에도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주의' 처분을 했다. 하지만 해당 행정실장은 "감사일기를 쓰라고 지시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충남 B중학교 행정실에서 사무보조를 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지난 2003년부터 일해왔다. A씨는 지난 2021년 초 C 행정실장이 새로 부임하자 평소 부당하게 느껴온 자신의 업무분장에 대한 조정을 요구했다. 학교 보안 업무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구였다. 그동안 사무보조 외에 숙직자 관리는 물론 한밤 중 비상벨이 울릴 때 조치 등 보안관리 업무까지 떠맡아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에 따르면 C 행정실장은 같은 해 3월 보안 업무에서 A씨를 제외하는 대신 매일 감사일기를 써 결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A씨는 "감사일기를 쓰다 보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생길 것이라며 일기를 써 결재 받을 것을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A씨는 아침마다 결재판에 전날 쓴 감사일기를 넣어 C씨에게 올렸다. 매일 서너 가지의 감사한 일을 찾아 적는 형식이었다. 지난 2021년 5월 어느 날에는 '기도해주는 친구가 있어 감사합니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그때마다 C씨는 감사일기를 결재했고 간간이 포스트잇에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두 달째가 된 날에는 일기장에 '두 달 동안 감사일기 매일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두 달 동안 더 밝아졌다고 느낍니다. 긍정적인 변화를 스스로도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는 일기 평을 남겼다. 감사일기 결재는 3개월여 동안 이어졌다.
일기 검사는 초등학교에서도 사라진 지 오래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04년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 관행에 대해 '국제인권기준 및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라며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개선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A씨는 "심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이 일기 검사를 받았다"라며 " 당시 50대 초반의 나이로 새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먹고 살기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창피해 다른 직원들에게 들키지 않게 하려고 아침마다 몰래 결재를 올렸다"라며 "울컥할 때마다 '먹고 살려면 참아야 한다'라며 매일 저 자신을 위로했다"라고 덧붙였다.
"심한 모멸감 느껴" 국민권익위로 간 A씨 ... C행정실장 "강요 없었다"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