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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천하'이던 수도권... 2024년 4월 어디로 바람 부나

[22대 총선 맛보기①] 121석 걸린 최대 승부처... 4년간 변화한 표심 놓고 여야 대응 고심

등록 2023.09.28 12:03수정 2024.02.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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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후면 22대 총선입니다.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던 21대 총선, 0.7%p 차로 갈린 20대 대선,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난 2022년 지방선거까지. 지난 4년, 민심은 끊임없이 요동쳤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마이뉴스>는 대표적인 '스윙보터'이자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각 지역구를 가로지르는 이슈와 인물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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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 투표일인 2020년 4월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배드민턴장에 마련된 홍제 제3동 제3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은 늘 선거의 승부를 좌우해 온 곳이다. 21대 총선 당시 위성정당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이라는 사상 초유의 의석수를 얻은 비결도 수도권 대승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수도권 121석 가운데 103석, 무려 85%를 싹쓸이했다. 내년 총선 수도권 판세가 승패를 가르는 기준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2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지금, 거대 양당의 화두 역시 '수도권 위기론'이다.  

"우리 당 요직에 계신 분들이 '수도권 위기론은 가짜뉴스'라면서 '그걸 누가 퍼뜨렸는지 잡아가겠다' 이러는데 저 잡아가세요."

김웅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구갑)은 2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수도권 위기론이 느껴지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실감한다. 저희는 완전 박빙, 초박빙"이라며 "저희가 저 이전에는 2000표로 이겼고, 저는 3600표 차이로 이겼다. 정말 숨 한 번 잘못 쉬면 넘어가는 숫자"라고 말했다. 

반면 조응천 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갑)은 "민주당 사정이 더 급박하다"고 했다. 여당 일각의 '수도권 위기론'이 급부상하던 8월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기성정치에 대한 환멸, 이제 기대조차도 하기 귀찮다는 게 (민심에) 다 깔려 있다. (내년 총선) 투표율은 지금으로선 굉장히 낮을 것이다."

국민의힘·민주당 모두 '수도권 위기론'을 말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2020년 총선-2022년 대선-2022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보여준 표심의 변화 때문이다. 대선 땐 0.7%p 격차의 박빙승부였고 지방선거 땐 여당이 압승했다. 하지만 최근 6개월간 한국갤럽 조사에서 드러난 국민의힘·민주당 양당에 대한 전체 지지도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등하다. 

여기에는 양당이 각자 처한 상황에 대한 고민들도 녹아있다. 민주당이 대선·지방선거 연패 과정에서 드러난 수도권 표심 이탈을 우려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30%대를 넘지 못하는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인물난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차출론·역할론 쏟아지는 국힘
30%대 대통령 국정 지지율도 부담 


2023년 9월 현재 수도권 121석 가운데 민주당이 차지한 의석수는 총 99석이다(21대 총선 당시 103석 중 김진표·김남국·윤관석·이성만 탈당). 국민의힘 입장에선 탈환해야 할 숫자다. 

그런데 현재 수도권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은 총 17명이다. 이 가운데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권영세·박진·김학용·안철수·유의동 등 5명뿐이다. 22대 총선이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30%대에 멈춘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또한 여당에 불리한 지표다. 선거 때마다 이슈와 바람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보터'가 많은 수도권의 특성상, 야당 후보들에 버금가는 중량감이 있는 선수가 투입되거나 새로운 얼굴이 영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는 '한동훈·이복현 차출설', '나경원·원희룡 역할론'을 낳고 있다. 지난 총선 당시 서울 동작을에서 민주당 이수진 후보에게 패했던 나경원 전 의원은 본격적인 선거행보에 이미 나섰다. 그는 8월 말 국회에서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포럼 창립식을 개최했고,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에 합류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우 일산·평촌·산본·분당 등 노후 신도시 정비 지원 특별법인 '1기 신도시 특별법' 성과 등을 이유로 수도권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출마예상자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그래도 최근 선거 결과들은 국민의힘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이 그렇다. 21대 총선 당시 전체 49석 중 41석을 민주당에 몰아줬던 서울 유권자들은 2021년 4.7 보궐선거 때부터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 때 전체 25개 구 중 14개 구에서 이겼다. 같은 해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선 25개 구 전역에서 승리했다. 대선 당시 비등했던 인천에서도 지난 지방선거 때 '탈환'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경기도에서는 민주당이 아슬아슬하게 앞서고 있다. 

수도권 유권자 지형은 바뀌었다
민주당 인적쇄신 없는 반윤 승부 위험 


대선·지방선거 결과가 보여주듯 수도권 유권자 지형은 민주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했다. 몇 년간 집값 폭등에 따른 부정적 평가, 또 그에 따른 친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탈(脫) 서울'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2022년 대선에서 성동구·광진구·동대문구·마포구·양천구·영등포구·동작구·강동구 등 이른바 '한강 벨트'가 21대 총선과 달리 윤 대통령을 더 많이 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감지된다. 한국갤럽 9월 3주 차(9.19~21)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민주당 지지도는 33% 동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서울 지역(191명)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41%, 민주당 26%였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평가 역시 박한 곳이 서울이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의 윤 대통령 직무긍정률은 39%, 부정률은 54%였다. 하지만 검찰의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견해를 따로 물었을 땐 "정당한 수사절차"란 의견이 61%에 달했다. 

수도권 다선 의원들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도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 내 3선 이상 의원 수는 39명. 이 가운데 박병석·변재일·이상민·도종환·이개호·민홍철·박범계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지역구가 수도권이다. 앞서 같은 갤럽 조사에서 인천/경기(323명)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31%, 민주당 37%로 사실상 큰 차이가 없었다. 여기에 서울 27%, 인천/경기 30%에 달하는 무당층 비율을 생각하면 '쇄신' 없이 '반윤석열'만으로 승리의 재현을 기대하긴 어렵다. 

조응천 의원이 지난 8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성정치에 대한 환멸"을 위기론의 이유로 거론한 까닭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제1당' 자리를 놓고 '수도권 위기론'을 말한다면, 정의당은 '생존'이 걸렸다. 현재 경기 고양갑이 지역구인 심상정 의원은 물론 인천 연수을을 다져온 이정미 대표, 서울 마포을에 출사표를 던진 장혜영 의원과 경기도 성남 분당갑에 출마하려는 류호정 의원, 인천 남동구청장 출신인 배진교 의원, 서울 노원병을 준비하는 이은주 의원 등 대부분 수도권 지역구를 목표로 삼고 있어서다. 하지만 4~5% 수준인 당 지지도에 비춰보면 현실적으로 전망이 어둡다. 
   
아직은 '안갯속 판세'

전문가들은 '수도권 중 경기도는 민주당 박빙 우세'로 분류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가능케 했던 '세대포위론(20·30대와 60대 이상이 국민의힘을 지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50대를 포위)'이 내년 총선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이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방선거까지의 흐름은 서울과 인천이 국민의힘 우세였지만, 이후 너무 많이 달라졌다"며 "청년층, 특히 남성 청년들이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면서 세대포위론이 통하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보수 성향 유권자도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홍범도 장군 흉상과 국격 논란 등으로 현 정부에 의심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특히 서울의 경우, 부동산 이슈가 세게 등장하면 민주당에 좋지 않지만 국격 이슈가 터지면 보수 성향 유권자가 (국민의힘 지지에서) 빠진다"면서 "최근 잼버리 사태 등 (국격 이슈 발생이) 너무 많이 있었다. 정권에 대한 실망이 너무 크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거나 다수당(제1당)이 되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 문제가 가장 핵심 이슈"라며 "이 대표 구속 여부를 떠나 민주당이 (수습 실패로) 엉망이 된다면, 또 지지자들이 과도하게 뭉치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떨어져나갈 수 있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40·50대는 민주당, 20·30대 남성은 국민의힘, 20·30대 여성은 민주당이라는 정치지형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렇게 보면,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론'은 다소 과장됐다"며 "여전히 서울은 국민의힘 우세 분위기가 있고, 경기도는 민주당이 다소 앞서지만 인천은 양당이 거의 똑같이 가져가거나 여당이 한두 석 더 많을 수 있다"고 했다.

엄 소장은 또 "'민주당 천하'가 2016년부터 계속돼서 (수도권에는) 상당히 피로도가 쌓여있다"며 "국민의힘도 인물난이라고 하지만 비슷하다. 민주당도 새 인물을 발굴하지 못한 데다 '올드보이'들이 귀환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남성보다 여성의 결집이 좀 더 강하다. 2017년 대선 이후 여성의 투표율이 계속 높았다. 20·30대의 경우 5~10%P 차이 난다"며 "여성의 결집 강도가 세지면 민주당이 우세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한국갤럽 : 9월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2024 총선 #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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