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부르도그 우산부르부르도그 우산
박유정
올해의 달력이 딱 3장 남았다. 찾아간 지 오래 되어 알 수는 없지만 우리 본가의 달력은 2장 또는 1장 남아 있을 것이다. 서로 먼저 달력을 떼고 싶어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주 강력한 문화라 한 달이 다 가기도 전에 달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모른다. 우리집이 연말을 살고 있을지 아니면 연초를 살고 있을지.
이처럼 사람은 저마다 조금씩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면이 있다. 나만 해도 그렇다.
보라색 곱슬머리, 가진 옷의 9할이 빈티지, 깨어 있는 동안은 계속 상상을 하고, 문구점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어른이다.
누군가가 보기엔 평범하겠지만 여전히 동네 버스를 타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씩 머물곤 한다. 어릴 때부터 괴상하고 오묘한 점에 끌리는 것이 고민이자 자랑이다. 요즈음 대단한 산리오 열풍에 굴하지 않고 20여 년 전 산엑스의 캐릭터를 사랑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여기서 산리오와 산엑스는 모두 자체 제작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일본의 기업 이름이다. 산리오의 대표작은 헬로키티, 폼폼푸린, 마이멜로디, 시나모롤 등이 있다. 한 번이라도 이 캐릭터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하나같이 보드랍고 사랑스럽고 말하자면 구김살 없는 캐릭터들이다(산리오는 과거 영아트사와 협약을 맺어 생산되었던 문구들에 대한 기사로 추후 다루도록 하겠다).
그리고 20여 년 전 산엑스의 대표적인 캐릭터에는 부르부르도그, 코게빵(아래 탄빵), 아프로켄, 타래팬더 등이 있었다. 나는 압도적으로 산엑스의 캐릭터들을 더 사랑했다. 그렇다는 건 산엑스의 캐릭터들이 어딘가 삐딱선을 타는 애들이라는 의미인데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