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환전소
안사을
비슈케크 서부 터미널 근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고, 또 다른 나라에 왔다는 느낌을 만끽할 새도 없이 곧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의 첫 번째 목적지는 송쿨(Соң-Көл)이었는데, 그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코치코르(Кочкор)라는 시골 마을을 기착지로 삼아야 한다. 러시아 말도, 키르기스어도 인사말밖에 못 하는 상황에서 그곳으로 갈 일이 막막했는데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자마자 그 걱정은 사라졌다.
"코치코오르! 코치코오르!"
"발릭취! 발릭취!"
승객을 부르는 굵고 거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선글라스를 쓴 구릿빛 피부의 털북숭이 아저씨들이 우리를 에워싸며 연신 코치코르와 발릭치를 외쳐댔다. 잠시 주눅이 들었다가 조심스럽게 우리도 "코치코르?"라고 말을 건넸다.
미니버스인 마슈르카를 타면 500솜(약 7500원)에 이동이 가능하지만 전날 달리는 불구덩이에 데인 놀라움이 채 가시지 않은지라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그 녀석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다른 승객 없이 우리만 타기로 하고 코치코르까지 3000솜(약 4만5000원)에 흥정을 마쳤다. 역시 무섭게 생겼지만 순박한 기사님이 모는 택시였다.
시내를 벗어난 택시는 신나게도 달렸다. 에어컨이 없으니 창문을 활짝 열어야 했고 속도계보다 체감속도가 훨씬 높았다. 전면 유리창은 잘 맞춘 퍼즐처럼 예쁘게 금이 가 있었는데, 비단 우리 차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도시를 잇는 도로는 포장이 잘 되어있지만 그 외에는 비포장도로가 많기에 대부분의 차량은 금 간 전면 유리를 복식(服飾)처럼 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