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건설업체 수연도별 건설업체 수
더불어삶
주목할 점은 위의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매년 건설업체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2023년 올해 2분기 전국 착공 면적이 전년 동기 대비 46.5% 줄어들었는데(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3221만3천㎡에서 1721만9천㎡으로 급감했다),건설업체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늘어났다. 일감은 줄어들었는데 일하는 업체는 늘어나는 기이한 현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한마디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건설 현장에는 도급만 하는 페이퍼컴퍼니가 엄청 많아요."
불법 그자체, 페이퍼컴퍼니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산업에서 발주처-원청(종합건설업체)-하청(전문건설업체)-건설노동자로 이어지는 것 외의 도급은 불법으로 규정한다. 전재희 실장은 지난 4월 29일에 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건설과정을 예시로 설명했다.
"검단 아파트의 경우에는 LH가 발주자이고, GS건설이 원청업체입니다. 하청업체로 전문 건설업체가 몇 개 있었을 거고 그 밑에 건설 노동자를 고용하는 게 건설산업기본법상 합법적인 구조입니다."
건설업계의 페이퍼컴퍼니는 건설공사 수주만을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한 곳들로, 단어 그대로 물리적인 실체 없이 서류 상에만 존재한다. '건설업 등록기준'에 미달하거나 건설업 관련 먼허를 불법 대여하여 등록하는 부적격 건설사업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불법 하도급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이를 테면 100만 원이라는 돈이 있는데, 내가 10명에게 돈을 10만 원씩 주면 내가 가질 돈이 없죠. 근데 9만원씩 주게되면 10만원이 남고 그걸 내가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주는 돈을 8만원, 7만원, 더 적게 줄수록 내게 남는 돈이 더 많아지죠. 이게 도급이죠. 도급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어서, 건설 현장에는 도급만 하는 페이퍼컴퍼니가 엄청 많아요."
설립 단계부터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니 페이퍼컴퍼니가 끼어든 공사 시행 과정에서 부실시공과 안전사고가 부지기수로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테다. 정부와 지자체가 집중 고강도 단속을 벌여 페이퍼컴퍼니들을 적발하기도 하지만, 고강도 단속이 지속적으로는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오야지,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돌아가는 건설업
우후죽순 생겨나는 페이퍼컴퍼니도 심각한 문제지만, 건설업계가 '불법 다단계 하도급'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핵심 근간은 건설 노동자가 일자리를 구하는 구조에 기인한다.
건설업 특성상 항상 공사 현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업체는 필요한 시기에만 일할 사람을 구한다. 그러면 건설 노동자는 어떻게 일을 구할까?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팀·반장의 인맥'이 84.2%로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유료직업소개소'(5.5%), '공공 무료직업소개소'(4.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팀·반장의 인맥'은 주로 '오야지'로 불리는 팀장을 통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