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후 안권수의 모습안권수의 마지막 경기 중계를 남편과 핸드폰으로 촬영했다. 이날 안권수의 적시타로 마지막 점수가 났다.
김지은
정규리그 마지막 3연전은 한화와의 경기였다. 롯데 응원석에 안권수를 응원하는 플랜카드가 유독 많았다. 사실 그는 6월 팔꿈치 수술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간혹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시즌 초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팬들은 그를 보내기 아쉬워한다.
안권수는 자신이 뛰든지 못 뛰든지 더그아웃에서 열심히 선수들을 응원한다. 팬들은 안권수를 더그아웃을 밝혀주는 선수라고 말한다. 항상 웃는 표정의 그를 보면 긍정에너지가 솟는다. 그래서인지 롯데에 1년밖에 있지 않았지만 많은 팬들이 그를 보내지 못하겠다 말한다. 비단 성적이 다가 아닌 것이다.
야구 중계에서 안권수 응원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팬들을 보니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안권수의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안권수 선수, 응원합니다!', '안권수 선수의 응원가를 다시 부를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이런 댓글을 달기도 했다. 안권수의 1년 6개월 병역을 하루씩 대신 해 줄 사람을 모집한다는 댓글, 안권수 대신 남동생을 다시 군대에 보내겠다는 댓글이 넘쳤다.
안권수의 떠남을 슬퍼하는 팬들을 보고, 어쩌면 안권수는 좋은 타이밍에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외의 생각이 들었다. 병역 이슈로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즌이 다 끝난 후 다른 팀으로 이적했거나 수술 후 부진으로 2군에 있다가 떠나갔다면 분명 지금처럼 아쉽진 않았을 것이다.
퍼뜩 예전 일이 생각났다. 2001년, 처음 중국 어학연수를 갔을 때 거기에 사는 한국 유치원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했다. 6개월이란 짧은 기간의 연수였는데 날짜를 잘못 계산해서 학기가 끝나는 12월이 아니라 11월에 귀국하게 됐다.
학기 중간인 11월에 돌아가니 봉사를 했던 집마다 귀국 전에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엄청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남들이 다 돌아가는 12월에 귀국했으면 그런 환송을 받지 못 했을 게 분명하다.
난 지금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고르라고 하면 난 2001년 여름과 가을의 중국이 떠오른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타이밍 때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사랑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내 마음을 꽉 채운다.
안권수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후 그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힘들 때마다 지금 받은 넘치는 사랑이 그의 가슴을 든든하게 해주는 추억이 되기를.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기억해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