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문학비조천읍 너븐숭이4.3기념관 옆에는 현기영 소설 <순이삼촌>의 내용을 적은 문학비석들이 널브러져 있고 서있는 비석 앞에는 고무신 두 켤레가 놓여있다. 이처럼 우묵한 ‘옴팡밭’에서 특히 많은 학살이 자행됐다.
이봉수
반향실 안에 갇힌 제주4.3의 울림
2년 전 12월 제주도민이 된 뒤 제주학에 빠졌는데 특히 '4.3'이란 주제는 언론인이자 연구자인 내게 '양심의 가책'을 불러일으켰다. '명색이 글 쓰는 자가 4.3항쟁에 이렇게 무지했던가?' '4.3 이슈'는 주로 제주도 안에서 연구되고 제기됐을 뿐 육지에는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다.
특히 보수성향 중앙 언론사들은 관심 밖이었고 심지어 제주 MBC나 KBS 같은 공영방송이 만든 특집방송들을 서울 본사에서 무시하기 일쑤였다. 반향실(echo chamber)처럼 제주 안에서만 울림이 반복돼 제주민은 너무나 심각하게 느끼는 사안인데 육지에서는 반향이 없는 상태가 지속돼 왔다.
지금까지 30여 권 4.3 관련 책과 진상조사보고서 등을 읽고 현장을 답사하고 제주4.3연구소에 후원자로 가입한 것은 그런 반성의 결과였다. 지난 28일 4.3연구소와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하는 '현기영과 함께 읽는 <제주도우다> 조천 기행'에 참여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항일과 4.3투쟁이 조천에서 가장 치열했던 이유
70여 명 답사단이 버스 두 대로 처음 도착한 곳은 제주시 외곽 조천초등학교. 조천은 소설 <제주도우다>의 중심 무대인데 제주도의 모든 면을 압도할 만큼 희생자가 많았다. 2021년 6월까지 파악된 4.3희생자 1만4533명 가운데 1950명이 좁은 조천면 출신이었다. 1919년 독립만세운동도 제주읍이 아니라 조천면 출신이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