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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상생협약 맺은 '할리스'와 '투썸'... "그래도 걱정"

[인터뷰] 하승재 할리스커피 점주협의회장, 김광부 투썸플레이스 점주협의회장

등록 2023.12.14 14:42수정 2023.12.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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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은 분명한 듯싶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우리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프랜차이즈 브랜드명으로 판매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견고한 편이라고 한다.

201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프랜차이즈에 대한 소비자 인식 및 이용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프랜차이즈 점포와 일반 점포의 경쟁력 비교 물음에 응답자의 79.4%가 '프랜차이즈 점포가 더 낫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물론 이 자료는 십여 년이 지난 빛바랜 자료이지만 현재도 이 분위기가 전혀 달라지 않았다는 사실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동네 상가를 조금만 둘러봐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이제는 절정에 달한 분위기다. 그 결과 전 세계의 맥도날드 가맹점보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이 더 많다는 블랙코미디 같은 사실이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영업이익률 압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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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압도적인 영업이익률 ⓒ 권성훈

     
작년, 여러 기사를 통해 유명 치킨 브랜드인 bhc의 영업 이익률이 2년 연속 30%대를 달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재를 일으켰다. 그런데 커피 신흥 강자 메가커피의 2021년 영업 이익은 48%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경이적 영업 이익률에 모두 경악했다. 그런데 여기서 여론이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중소브랜드라는 이미지로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피자스쿨'의 2021년 영업 이익률은 남부지역 본부((주)씨에이치컴퍼니)까지 합쳐 52%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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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유통서비스 업종 연도별 영업이익률 ⓒ 통계청

 
이처럼 프랜차이즈 영업 이익률은 관련 업종인 유통서비스 전체 업종의 2021년 평균 영업 이익률 5%와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이에 대형 경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어느 회계사는 "리스크 높은 첨단 산업을 할 필요 없다. 잘 키운 프랜차이즈가 훨씬 낫다"라며 왜곡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시장을 꼬집기도 했다.

문제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라는 속담처럼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의 본사와 점주 간 분쟁이 성장세에 비례해 나날이 심화한다는 현실이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프랜차이즈 가맹점 갑질이 7건이나 국정감사 대상이 되며 우리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흥미롭게도 이 혼돈 속에서 '상생'을 맺은 브랜드가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할리스커피와 투썸플레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인터뷰에 응한 하승재씨는 서울 강동구에서 '할리스커피'를 운영하며 점주협의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할리스커피] "평범한 협약, 지속가능한 게 중요"

- 이번에 본사와 상생 협약을 맺었다고 하던데 얼마만의 결과인가요?
" 저희가 2016년 9월에 협의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상생 협약'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꼬박 7년이 걸렸네요. 그사이 회사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었죠. 한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모펀드가 주인이었던 적도 있고요. 지금은 KG그룹이 주인입니다."

- 본사와의 상생 협약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나요?
"그동안 기프티콘이라 불리는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를 점주가 전액 부담하고 있었는데 이걸 반반 부담하기로 했죠. 또 본사가 자체 발행한 쿠폰은 지금까지는 본사가 원가만 정산해 줬는데 이것도 매년 단계별로 조정해 최종적으로 모바일 상품권처럼 반반 부담하기로 했고요."

-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사실 비슷한 업종의 대형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이미 시행하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혁신적 변화는 아니라는 거죠. 물론 어떤 브랜드 점주들은 부러울 겁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활동하면서 확인해 보니 신흥 커피 브랜드들은 직전의 저희처럼 수수료 상당액을 오로지 점주들이 부담하고 있으니까요."

- 수년 전에도 이런 상생 협약이 다수 브랜드에서 나왔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는데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상생 협약을 했다고 당장 뭐가 크게 달라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도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고 있고요. 장기적으로 저희는 당장 본사와 더불어 이 치열한 커피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날 것인지를 같이 고민하고자 합니다. 저는 대화가 법보다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생 협약안이 비교적 평범합니다. 바로 지속 가능하게 하고자 한 겁니다."

이어 인터뷰한 김광부 사장은 할리스커피처럼 본사와 상생 협약을 맺은 투썸플레이스 점주협의회 회장으로 서울 을지로에서 투썸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정치와 언론이 지켜봐야 협약 지켜질 것"

- 어떻게 이번에 본사와 상생 협약을 체결하게 되었나요? 그동안 본사를 상대할 때 쟁점은 뭐였나요?
"6개월 전에 경기도 공정거래지원센터에 분쟁 신고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수익이죠. 갈수록 심화되는 수익 악화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본사가 납품하는 원부자재 가격을 낮추고 메뉴 가격을 높여서 점주들의 수익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죠. 문제는 이 수익 개선은 법적 분쟁 사항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감독기관의 참여 속에서 상호 협상이 아니면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경기도 공정센터로 갔습니다."

- 협상은 잘 진행되었나요?
"협상이 잘 안되니 국정감사 직전까지 간 거죠. 국감 직전에 본사와 극적으로 상생 협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 협상안의 중요 항목은 뭐였나요?
"일회용품 줄이자는 정부 정책 일환으로 커피숍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라고 했어요. 이에 우리 브랜드는 텀블러 고객에게 매장에서 300원을 할인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할인 금액을 오로지 점주가 부담했습니다. 이걸 개선해서 본사가 부담하기로 했고요. 본사가 점주에게 강매하는 '필수품목'도 조정해서 줄이기로 했는데 대표적으로 종이컵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됐죠. 그리고 그동안 본사 물류비용을 현금으로만 결제했는데 카드 결제도 가능하게 되었고요."

- 이 상생 협약이 앞으로 지켜질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과거 상생 협약을 맺었던 브랜드들 대부분 본사의 변심으로 협약서가 휴지가 된 걸 압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상생이라는 그럴듯한 이 약속이 지켜지려면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안 됩니다. 공정위는 물론 민생을 보살피는 정치인들 그리고 언론의 관심이 있어야 이 약속이 지켜지겠죠."

이처럼 이번 두 브랜드의 상생 협약 체결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다. 그동안 점주들에 대한 일방적인 수수료(모바일 상품권 등) 전가, 종이컵·식용유와 같은 필수 품목 폭리 등이 기사화되며 본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정치권이 반응을 보였고 이에 감독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움직이면서 나온 결과였다.

이와 관련하여 할리스커피 하승재 사장의 마무리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죠. 앞으로는 이런 문제를 방치하다 끝에 몰려 어쩔 수 없이 하는 그런 선택은 하지 말았으면 해요. 이게 무슨 에너지 낭비입니까? 상생을 위한 협상과 협약은 프랜차이즈 기업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당연한 절차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감독기관의 접근이 쉬워야 합니다. 요즘 사장들은 직원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합니다. 의식 개선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곳곳에 있어 노동자들의 접근이 쉬운 것이 큰 이유입니다. 마찬가지로 가맹사업을 감독하는 기관들이 고용노동부처럼 곳곳에 있다면 지금 이런 불필요한 분쟁은 없었을 겁니다."
#상생협약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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