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빈대 쪽방 주민이 잠깐 벗어놓은 마스크. 피를 빨아 빨갛게 몸집이 부푼 빈대가 붙어있다
동자동사랑방
주거취약계층에게 주거사다리는 '반값 아파트'가 아니라 '매입임대주택'이다. 서울시도 SH공사를 통해 매해 300호 가량의 매입임대주택을 쪽방, 고시원, 지하층 거주자 등에게 공급하고 있다. 위 물량은 앞서 언급한 거대한 취약거처 거주 가구의 규모에 비할 때 크게 미달함은 물론이고, 김헌동 사장 체제 혹은 시차를 두고 더욱 축소될 우려가 크다. 해당 사업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국토교통부훈령)에 의해 집행되는데, 지침은 매입임대주택 공급물량의 30% 범위로 공급호수를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입임대주택과 연동되는 또 하나 중요한 정책으로 '지원주택'이 있다. '지원주택'은 어르신, 장애인, 노숙인 등에게 매입임대주택과 함께 주거유지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주택이자 정책이다. '집'만 제공할 경우 주거유지가 힘든 이들에게 집과 함께 대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주거정착을 돕는 '주거우선' 전략에 입각한 적극적 주거복지 정책이다.
매입임대주택 정책이 축소된다면 이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미 '노숙인 등'에게 공급된 지원주택은 2020년 100호, 2021년 54호, 2022년 14호로 지속 줄고 있다. 감소 추세도 문제지만, 서울시의회 연구용역의 공급 추계에 따르면 매해 최소 300호 이상 공급을 제시하고 있어 물량의 절대적 부족이 심각하다. 이렇게 지원주택이라는 주거 대안이 형해화될 경우, 정신질환, 알코올릭 등에 노출된 홈리스들은 더욱 만성화되며 홈리스 상태를 벗어날 가능성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고시원에서는 밥 안 먹을 때가 너무 많았어요. 어떨 땐 굶고 어떤 때는 먹고 그랬어요. 방이 40개가 넘었는데 주방이 하나 있었어요. 밥때 되면 여럿이 뭐를 만들기 때문에 못 먹을 때가 많았었어요. 그래서 영등포 옹달샘이나 햇살 같은 노숙인시설에 가서 먹고 그랬어요. 요즘은 집에서 밥해서 먹고 있어요. 포기 김치 잘게 썰어서 넣어 놓고 된장찌개에다가, 돼지고기 비계 사다가 김치에다 넣어서 끓여 먹고."(A씨, SH공사 매입임대주택 입주자)
지난 10월, 평생 염전, 생활시설, 고시원 등지를 옮겨가며 살던 A씨는 난생 처음 '집'에 들어갔다. SH공사의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한 이후 평생 처음 집밥을 먹었고, 집에서 씻었고, 세탁하고, 거실에서 TV를 보았다. 시세차익은 못 만들지언정 매입임대주택이 가져온 성과다.
서울역 광장에서는 2023홈리스추모제 사전마당이 열리고 있다. 저녁 7시에는 홈리스추모문화제가 열릴 것이다. 모든 홈리스의 죽음은 집다운 집이 없어 생긴 죽음이다. 부디, SH공사 사장의 왜곡된 확신이 가난한 이들의 집앓이를 심화시키지 않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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