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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만 문제? 부동산PF, 우리 경제 뇌관 될 수 있다"

올해 건설사 19곳 부도, 금융 시장으로 확산 우려... "3개월 중요" "내년과 2025년 장담 못해"

등록 2023.12.29 12:23수정 2023.12.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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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풀리자 2030세대 아파트 매입 증가... 25개월 만에 최대 지난 4월 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 연합뉴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경우 증권회사·보험회사들이 다 물려있어, 결국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내년 경제 회복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시공 능력 평가 16위 대형 건설회사인 태영건설이 지난 28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가운데, 관련 위험이 건설산업 전반과 금융시장까지 확산할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향방에 따라 최소 3개월에서 2년 동안은 경제 상황이 경색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방송사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모태 기업인 태영건설의 현재 PF 대출은 약 3조2000억 원에 이른다. 태영건설은 지난 28일 만기가 돌아온 480억 원의 서울 성수동 오피스 빌딩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다. 금융회사들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이면,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에 시공순위 30위권 이내 대형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된다. 

이에 지난 28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 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발표했다. 

"위험 전이 가능성 없다"는 정부... "건설업 중심 건설사들 내년 더 힘들 것"

정부는 "높은 부채비율(258%), PF 보증(3조7000억원) 등 태영건설 특유의 요인에 따른 것으로, 여타 건설사의 상황과 다르다"며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만 없다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영건설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태영건설과 비슷한 사업장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건설의 경우에도 지난해 부도 맞을 가능성이 컸는데, 대기업이기 때문에 계열사 내에서 자금을 지원해주면서 버텨낸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대기업들은 버텨내겠지만, 건설업을 주로 하는 태영건설과 같은 건설사들은 내년에 특히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12월까지 부도난 건설사는 총 19곳으로, 24곳이 부도났던 2020년 이후 가장 많았다. 또 한국기업평가(한기평) 자료를 보면, 올해 8월 말 기준 건설사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 원으로 지난해 6월 말보다 29% 늘었다.  

올해 벌써 건설사 19곳 부도...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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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 회의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설 논의…PF 도미노 위기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멤버들은 전날 회의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능성과 그에 따른 부동산 PF 현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 연합뉴스

 
건설사들의 신용등급도 잇달아 내려가고 있다. 한기평은 일성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BB+(안정적)에서 BB+(부정적)로 하향했고, 신세계건설의 경우에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낮췄다. GS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A+에서 A로 하향했다. 

지난 2021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 건설사들이 한계에 봉착한 시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소장은 "건설사들도 지난 2년 동안 사업장 수를 줄이고, 계열사 건물도 매도하는 등 자구노력을 해왔다"며 "밑천이 다 떨어진 상황인데, 내년에도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자금 사정이) 악화하는 데가 더 나올 것"이라고 했다. 

내년 금리 인하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약·분양시장이 경색된 점도 불안 요소라고 짚었다. 김 소장은 "(부동산 PF 위험의) 원인을 따져보면, 첫 번째는 금리"라며 "PF 대출 이자가 10%를 넘어가는데, 이 경우 사업(이익)이 잘 안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내년에는 금리가 내려야 하는데, 미국에선 내린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나 내릴지, 특히 (우리나라의) PF 대출 금리가 얼마나 내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금리 인하? PF 대출 금리 얼마나 내릴지 장담 못 해"

이어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만약 청약이 잘 되고, 분양이 잘 돼서 수익이 발생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그런데 내년에도 청약 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까지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김 소장은 "예를 들어, 암에 걸리더라도 초반에는 겉으로 티가 잘 안 나지만, 몸속에선 암세포가 어디까지 전이됐는지 알 수 없지 않나"라며 "금융회사들의 손실 흡수능력이 아직은 괜찮다고 하지만, 브릿지론을 대거 일으킨 상황이라 완전히 괜찮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수술에 나서야 하는데,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며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이 온전히 회복하리라 기대하기 어려운데, 2025년 역시 나아질 것을 장담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시사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3개월이 고비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 금리 인하 시사... 앞으로 3개월이 고비, 정부 적극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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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 한국은행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미 연준이 내년에는 금리를 인하한다고 했는데, 내년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금리를 내리게 된다면, (그 이전까지인) 앞으로 3개월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은행 연체율은 0.4%밖에 안 되지만, 2금융권 연체율은 7%대이고, 특히 증권사 PF 연체율이 17%로 위험한 수준"이라며 "그러나 3개월 뒤 기준금리가 인하한다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예상대로 금리가 인하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 PF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기준금리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 물가 상승률이 3.1%로 낮아져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이 파산하면 일자리가 대거 사라져 서민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된다"며 "은행과 정부가 앞으로 2~3개월만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PF #태영건설 #부동산 #워크아웃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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