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검열될 수 있는 사회, 괜찮을까?

[MZ정치칼럼] 공권력을 대체하는 SNS, 이게 올바른 사회인가

등록 2023.12.31 17:17수정 2023.12.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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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범죄 사실 여부나 사생활의 논란을 떠나 강도 높은 수사 기관의 수사행태와 지나친 언론 보도가 비판받고 있다. 수사 기관과 언론을 향한 비판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sns에 정제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퍼지는 콘텐츠와 영웅 행세하는 일부 유튜버, 그리고 이를 더 부추기는 댓글들을 보며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누가 그들에게 권한을 주었나

이선균 배우의 사망 이후 한 유튜버가 그를 협박한 여성의 신상을 공개했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얘기하자면 협박한 여성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여성의 신상은 다른 sns에도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수백, 수천 개의 좋아요가 달리고 누군지 더 찾아내려는 댓글들과 처벌해야 한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협박범을 처벌해야 한다는 댓글에 동의한다. 그러나 처벌을 받는다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법과 질서가 존재할 이유가 없으며, 사회는 무방비 상태로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사건들이 일부 유튜버나 sns를 통해 재공론화되면서 해결이 될 때는 필자 역시도 통쾌함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지, 유튜버나 sns에 기대는 것이 맞나라는 의문이 든다.

웹툰이자 드라마였던 <국민 사형투표>는 '개탈'이라는 신원 미상의 인물이 악질범을 국민 사형투표에 올리고 투표 결과에 따라 사형을 집행한다. 드라마 속 일부 여론은 공권력이 미처 처벌하지 못한 악질범을 대신 처벌하는 '개탈'을 영웅처럼 대한다. 그러나 '개탈'은 사행을 집행할 권리도, 악질범의 신상을 공개할 권리도 없었다. '개탈' 역시 악질범과 마찬가지로 살인을 한 범죄자에 불과했다.

협박범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 역시 어떠한 권한이 없다. 과거 그는 신상 공개에 대해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콘텐츠에 달린 댓글들도 그를 응원하는 댓글이 많다. 수사할 권리도, 신상을 공개할 권리도 없는 사람이 절차를 무시한 채 범죄자를 단죄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까. 이런 지금의 상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


배우 이선균씨나 가수 GD씨에 관한 마약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도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는 그들의 과거 캐거나 최근 행동을 보도하는 콘텐츠가 수두룩하게 도배됐다. 언론 윤리를 지키지 않은 채 보도한 언론, 윤리 의식 없이 무분별·무차별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한 유튜버와 sns 콘텐츠 제작자들이 이선균씨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은 아닐까.

검열의 사회, 괜찮을까?


최근 sns를 통해 공개되는 사건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작은 사고가 하나 발생하면 누군가 cctv나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다. 그리고 이는 삽시간에 sns로 퍼지고 여론은 그 사람이 누군지를 찾는다. 누구나 쉽게 검열자가 되어 사소한 사건 하나까지 만천하에 공개되는 사회는 과연 괜찮을까?

누구나 쉽게 검열되는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이 모두 조심하게 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나를 촬영하고 공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옥죄고 통제한다. 검열이 심했던 군사독재 시절 사람들은 책 하나 읽는 것에도 신경을 쓰며 신중을 가했다. 몸에 새긴 작은 타투로 인해 잡혀갈까 몸을 감싸고, 늦은 시간 통행하다 적발될까 숨어다녔다. 검열의 사회에서 벗어났지만, 2024년 우리는 다시 디지털 검열의 시대로 다시 접어든 것은 아닐까.

윤리 의식 없는 언론, 유튜브, sns의 무분별한 보도로 한 배우의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갔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정의'를 앞세워 협박범을 신상을 공개하고 일부 대중은 이를 정의구현으로 생각한다. 정작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공권력은 어디에 갔고, 보도 윤리는 어디로 간 것일까.

권한 없는 사람들이 절차를 무시한 채 범죄자를 단죄하고, 이를 정의구현으로 생각하는 지금의 한국 사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공권력과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성윤씨는 전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공권력 #윤리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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