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2회 국회의원선거(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유성호
"저는, 지금의 국민의힘이 민주적 정당인지를 묻습니다. 제 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그래서 저는 국민께 표를 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배경을 "우리 당이 바로 서기를 간절히 기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탈당을 하거나 제3지대에 합류하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이 가야 할 곳은 대통령의 품이 아니다"라며 "우리 국민의힘이 가야 할 곳은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것이 보수주의 정당의 책무이고 미래를 여는 열쇠"라며 "운동권 전체주의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바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고, 이제 제가 가진 마지막 카드를 던진다"라며 "우리 당이 바로 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당에 요구한 것은 ▲ 채 상병 사망 사고 대응 관련 사과 ▲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백지화 ▲ '김건희 특검법' 수용 등이다.
'채 상병 사망 사고' 관련 당 대응이 결정적
▲ 김웅, 총선 출불마 선언 결심한 이유 ⓒ 유성호
김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로 꼽은 것이 '채 상병 사망 사고' 관련 대응이었다. 그는 "해병대원 사망 사고 그 이후 수사 단장에게 가해졌던 그 행태 때부터 '과연 내가 생각한 정치를 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불체포 특권 포기' 조건부 공천 기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체포동의안 제도는 17세기 초 제임스 1세 때 의회가 절대왕정을 상대해 첫 번째로 거둔 승리, 그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그 제도를 고작 이재명 잡겠다고 보수주의 정당에서 그렇게 우습게 여기는 것은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정치적 고향을 바꾸는 일은 없다"는 말로 탈당을 하거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축이 된 개혁신당(가칭)에 합류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 당이 보수주의 정당인데 여기서 더 우경화되면 사실은 남아 있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김 의원은 "전체적인 질서를 위해 개인이 어느 정도 희생될 수 있다고 하는 게 우경화의 가장 주요한 특징 중 하나"라며 그 예로 '채 상병 사망 사고'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대령에게 '항명죄'를 뒤집어씌운 것을 언급했다.
한편 유승민 전 의원은 김 의원 불출마 선언 직후 페이스북에서 "김웅 의원의 불출마, 마음이 아프다"며 "이 나라를 위해 이 사람이 소중하게 쓰일 날이 언젠가 올 거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역임 당시 1호 영입인재로 김 의원을 정치권에 등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