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러시아 눈치 보며 '바닷속 죽음의 덫' 해체 나서

나토 동맹국 불가리아, 루마니아와 흑해 기뢰 제거 공동 계획에 합의

등록 2024.01.13 14:15수정 2024.01.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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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나토(NATO) 동맹국인 튀르키예, 루마니아, 불가리아가 흑해에 떠다니는 기뢰를 제거하기 위한 공동 계획(MCM Black Sea initiative)에 합의했다. 야사르 귈레르(Yasar Güler) 튀르키예 국방부 장관, 앙헬 틸바르(Angel Tilvar) 루마니아 국방부 장관, 아타나스 자프리야노프(Atanas Zapryanov) 불가리아 국방부 차관이 이스탄불에서 만나, 기뢰 제거를 위한 3국 간 기뢰 대책 실무단을 구성하기로 하고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삼국 간 합의에 따르면 연안 3개국이 기뢰 탐색 및 제거 작업을 수행할 소해함 한  척씩을 파견하고, 소해함들을 지휘통제할 소해모함 1척을 작전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 6개월에 최소 두 차례 15일간 합동소해작전이 전개된다. 삼국이 작전 지휘권을 6개월마다 번갈아 맡게 된다.

야사르 귈레르 튀르키예 국방부 장관은 "삼국의 해군 사령관들이 작전 수행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다른 흑해 국가들도 소해 작업에 참여하게 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기뢰는 흑해를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을 크게 위협해 왔다. 개전 8일 만인 3월 3일에 에스토니아 화물선 헬트호가 오데사 인근에서 기뢰에 부딪혀 침몰했고, 7월 2일에는 러시아 상륙정도 자국군이 부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뢰에 희생됐다. 2023년 12월에는 곡물을 싣고자 다뉴브강 항구로 향하던 벌크선이 기뢰에 피격되는 등 여러 척의 상선이 피해를 봤다.

이에 흑연 연안 3개국 국방부 장관은 2023년 10월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회의와 11월 앙카라에서 열린 지뢰 제거 계획 회담에서 소해 계획을 타결하고자 노력했다.

러시아 대놓고 적대하지 않으려는 튀르키예

야사르 귈레르 장관은 흑해 역외 나토 동맹국들이 소해 작업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치있다'고 밝혔으나, 흑해 연안 동맹 3개국의 군함에만 개방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튀르키예 국방부는 러시아를 의식한 듯 기뢰 제거 활동이 다른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성명을 내놨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군사용 무인기를 판매하면서도, 두 교전 당사자 간 평화 협상을 주선하는 등 러시아와 '친구도 적도 아닌' 미묘한 관계 유지에 애쓰고 있다. 튀르키예는 러시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데다 핵심 산업인 관광 부문이 러시아인 인바운드 관광객에 크게 의존한다.

또한,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동의를 얻어 시리아 북부 국경 지대에 완충 지대를 설정했고 그곳으로 난민 송환을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2024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첫날에 끝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자 미국의 대러 정책 전환에도 대비하고 있다.


지난주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소해함 두 척을 기증하려 했으나, 튀르키예 정부는 보스포러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의 전시 통과에 관한 국제 조약인 1936년 몽트뢰 협약(Montreux Convention) 위반 소지가 있다며 영국 소해함의 자국 해역 통과를 허용하지 않았다. 해당 협정은 전략적 요충지인 두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튀르키예에 부여하고 해군 전함 통과를 규제한다. 평시에 민간 선박의 통항 자유는 보장되나, 흑해 연안 국가에 속하지 않는 해군 함정의 통행은 제한된다.
#흑해 #기뢰 #나토 #몬트뢰협약 #소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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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 터키중앙아시아몽골학과에서 석박사통합과정 재학 중입니다. 튀르키예를 비롯한 주요 거점 국가의 소식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여러분들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얼룩소에서도 글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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