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의 신고식인가. 오십견에 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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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평소 유연한 편이라 자부했던 신체의 일부가 하루아침에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졌다. 문제의 한쪽 팔을 들어올리지도 못할 뿐더러, 옷소매 안에 가까스로 팔을 끼워넣을 때마다 몸이 뒤틀리고 꺾인 채로 하악질하는 좀비가 떠올랐다. 반려견이 흥분해서 앞으로 뛰쳐나갈 땐 목줄을 잡고 있던 아픈 팔에서 천둥번개 같은 통증이 내리쳤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얼어붙는 듯 했다.
말머리에 붙은 '오십'이란 숫자가 지레 거부감부터 키운 탓이리라. 다른 근육통들은 저마다 그럴싸하고 외우기 어려운 진단명으로만 불리는데, 왜 하필 놀림조같은 별칭이 붙었을까. 듣는 순간부터 우울해지게 말이다. 허나 아픈데 장사 있겠는가. 결국 주저했던 병원에 제 발로 들어가 재활치료 침대 위에 눕고 말았다.
의사로부터 환자의 70~80% 정도가 2~3년 이내에 반대편 어깨에도 오십견이 온다는 시즌 2 예고편을 들었다. 멀리서 도수치료 받는 오십견 환자들의 비명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무기력한 고통의 시간들이 또 한 차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고갯짓이 절로 나왔다.
오십견 신입생이 되고 보니 주변에 선배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산책 중에 만난 모리 어머니도 꽤 고생을 했었다며 미소를 띠셨다. 동네 카페 사장 할머님은 밤잠도 이룰 수 없는 통증에 차라리 아픈 팔이 사라져 주길 바랐을 정도였다고 했다.
카페 단골이자 병원을 소개해준 이웃동네 어머님도 가끔씩 찌릿한 저림이 찾아온다며 곧 불어닥칠 한파 소식에 옅은 몸부림부터 쳤다. 혹독했던 중년의 성장통을 이겨내고 사뿐히 머그잔을 들어 올리는 경량의 팔들이 마냥 부러워 보였다.
엄마의 생신날에 오십견을 주제로 핀 얘기꽃에서 소외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새언니 역시 양쪽 어깨를 차례로 앓았단다. 출근 때 가까스로 올린 원피스 지퍼를 집에 돌아와 3시간 동안 내리지 못해 결국 서러움에 복받쳐 울었다고 했다. 오빠는 벽에 살포시 붙어있던 파리를 잡으러 파리채로 스매싱을 날리다가 오십견에 걸렸단다. 왁자지껄한 대화 속으로 어느 순간 엄마의 나지막한 음성이 스며들어 왔다. "똥 닦기도 힘들었다."
엄마는 오십견을 앓으며 어떻게 손주 넷을 안고 업어 키우셨던 걸까. 새언니도 친정엄마의 굼뜬 동작이 늘 불만이었는데 뒤늦게 이유를 알아채고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고 했다. 제때 살펴드리지 못한 송구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