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트럭잔뜩 흐린 하늘, 습기를 머금은 아스팔트, 옥수수 장수 아저씨가 계실까 안 계실까 두근거리는 마음.
안사을
중간 식사는 보통 괴산군에서 하게 된다. 전주에서 두 시간 반 정도 걸리니 딱 쉬어가기 좋은 지점이다. 청천면 읍내에서 먹을지 괴산군 소재지에서 먹을지 정하면 된다. 이날은 청천면으로 향했다. 버섯과 올갱이(다슬기) 관련 요리가 많은 곳이다. 특히 이곳은 버섯을 테마로 한 전시관이 있을 정도다.
문 연 식당 중 두세 곳을 골라 인터넷 평점을 비교해 최종 선택을 한다. 대부분 좋은 평점이라 차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다. 메뉴를 쓱 보고 보리밥 비빕밥을 시켰다. 한국인, 더구나 전주 사람의 능숙한 솜씨로 된장국 몇 숟가락과 참기름까지 넣고 쓱쓱 비볐다. 그런데 맛이 이상했다.
주인장이 참기름이라고 준 통에는 연한 간장 소스가 담겨 있었다. 말씀드리니 믿기지 않는 표정이시다. 식탁으로 와서 연신 죄송하다고 하시더니, 아내로 보이는 주방에 계신 분께 조심스레 타박을 하신다. 평소 인품이 느껴지는 듯한 착한 말투다.
"아니, 이 사람아. 왜 간장통을 여따가 뒀어..."
"이? 내가요?"
본격적으로 밥을 먹기 전이었기 때문에 사장님께는 별 문제 없다고 말씀드렸다. 참기름통으로 바꿔만 주시면 잘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너무 짰다. 사실 처음에 참기름인 줄 알고 간장을 상당히 넉넉하게 둘렀기 때문이었다. 동행인과 나는 이 상황조차도 재미있어서 킥킥대기만 했다.
"사장님. 아까 사실 간장을 뿌려버렸거든요. 좀 짜서 그런데 맨밥만 한 그릇 더 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고, 당연히 그래야지요. 간장을 밥에다 넣어버린 줄은 몰랐네..."
결과적으로는 훈훈하게 한 끼 식사를 잘 마무리 했다. 밥에 들어간 야채도, 장도, 뜨끈하게 끓여 나온 된장국도 모두 맛있었다. 간장 대신 참기름을 옳게 넣은 동행인의 밥과 내 밥은 서로 다른 맛이었지만 간장 소스 자체가 강하지 않고 달큰한 맛이 있어서 그랬는지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