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철인 시마바라 철도
Widerstand
하지만 민영화의 문제점도 뚜렷합니다. 특히 지역별로 회사를 분리해 민영화한 것은 불가피한 면도 있었지만, 분명 문제적이었습니다.
인구 밀도가 높고, 신칸센을 비롯해 이익률이 높은 철도를 가진 지역의 철도회사는 금세 적자를 극복했습니다. 흑자를 낼 수 있는 회사였으니, 주식도 빨리 매각되었죠.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도카이도 신칸센을 가진 JR도카이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인구 밀도가 적고, 신칸센이 없던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JR규슈는 한동안 적자 경영을 이어갔습니다. JR시코쿠와 JR홋카이도, JR화물은 지금까지도 적자 경영입니다. 당연히 주식도 매각되지 못하고 아직도 100% 정부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익이 나는 구간은 민간에 매각되고, 손해가 되는 구간만 정부가 떠안는 꼴이 되었죠. JR규슈도 이제는 완전 민영화되었지만, 그 사이 정부는 3천억 엔 넘는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당연히 민영화된 JR규슈는 이 돈을 갚지 않았습니다. 채무가 아닌 지원이었으니까요. 3천억 엔을 그대로 민간 자본에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다른 회사의 부채도 대부분 국가가 떠맡았습니다. 정부는 이를 토지와 주식 매각 등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버블 경제가 붕괴하며 계획은 수포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는 담배에 특별소비세를 매겨 이 부채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지방 노선이 사라지고, 운임이 늘어난 것은 물론입니다. 특히 인구밀도가 적은 지역에 그 타격은 심각했죠. 철도가 사라지면 인구 유출은 더 가속화되고, 인구가 줄어들면 철도는 또 사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졌죠.

▲ JR홋카이도의 원맨카. 승무원 한 명만 탑승한다.
Widerstand
일본 정부가 이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닙니다. 1985년 철도 민영화 방안을 연구한 국철재건감리위원회는 전국 철도를 단일한 회사가 운영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는 감리위원회 총재를 경질하고 분할 민영화를 밀어붙였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강경파 노동조합이었던 철도노조를 탄압하기 위함이었죠.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도 2005년 NHK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했습니다. 철도 민영화 이후 1천 명 넘는 노동조합 조합원이 해고됐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일본의 국민에게 교통비의 상승으로 돌아왔습니다. 폐선과 운임 상승은 인구의 감소와 일본 경제의 멈춰버린 성장이 만든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이익은 민간 기업에, 손해는 국가에 돌아오는 구조를 정당화하긴 어렵습니다.

▲ 에키벤
Widerstand
일본의 역에는 도시락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키벤(駅弁)'이라 부르죠. 철도 이동이 많은 문화가 만들어낸 특색입니다. 큰 역뿐 아니라, 작은 역에서도 역마다 특색 있는 에키벤을 파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에키벤을 찾아 여행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에키벤>이라는 만화도 나와 있고요.
저도 긴 기차 이동을 할 때면 에키벤을 자주 찾았습니다. 환승을 위해 들린 작은 역에서, 그곳에서만 파는 에키벤을 발견하는 여행의 재미를 즐기기도 했죠.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재미를 누릴 수 있을까요?
운임은 오르고, 작은 역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과오를 어디서부터 수정할 수 있을지, 아직 저는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에키벤을 먹으며 열차를 보내면서도, 생각은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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