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와 한국은 꾸밈의 기준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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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꾸미기의 대표적인 방식은 '꾸안꾸'다. 말 그대로 '꾸민 듯 안 꾸민 듯' 과하지 않은 선에서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외출의 목적이 무엇이 되었건 간에 기본적으로 이 '꾸안꾸'는 하고 나간다. 이게 너무 당연하다 보니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다. 대놓고 티 나게 꾸미기에 비하면 이 정도는 꾸민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캐나다는 어떤가 하면 한국의 '꾸안꾸' 정도만 하고 나가도 온갖 칭찬이 쏟아진다.
재밌는 사실은, 한국과 달리 캐나다는 남이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 예컨대 한국처럼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아서 몸매와 상관없이 노출이 심한 옷이나 괴상망측(?)해 보이는 옷도 스스럼없이 입고 다닌다. 이렇게만 들으면 앞뒤 주장에 모순이 있는 듯하다. 남 옷차림에 아무 관심은 없는데, 잘 꾸미고 나가면 관심을 받는다?
다시 말하면, 캐나다는 멋을 안 내고 다니는 게 기본값이다. 까치머리를 하고 잠옷바지 차림으로 쇼핑몰을 가도 아무 상관이 없고 오히려 그와 비슷하거나 훨씬 넝마 같은 차림새를 한 사람들을 수시로 마주치기까지 한다.
그에 비해 꾸민 사람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은 멋을 내는 게 기본이다. 본질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남에게 비치는 겉모습에 신경을 많이 쓴다. 양국의 꾸밈에 대한 인식은 기본값의 설정이 정반대다.
꾸미지 않는 문화의 장점
물론 캐나다 사람들이 꾸민 사람을 죄다 이상한 시선으로 본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자연스레 눈에 띈다. 어둡고 칙칙한 털을 가진 새 무리 사이 알록달록한 새 한 마리가 섞여 있을 때 단연코 눈에 띄는 현상과 비슷한 논리다. 꽤 멋쩍고 성가신 반응을 마주할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스몰톡(small talk)이라는 문화 때문에 그렇다.
평상시에는 상관없지만, 꾸미고 나가면 단연 차림새가 화제에 오른다. 낯선 사람이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 옷과 머리 스타일을 칭찬한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상대를 칭찬하는 것이니 나쁘다 할 수 없다. 그럴지라도 일단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상황 자체가 불편하고 쑥스러운 게 사실이다.
캐나다의 꾸미지 않는 문화는 장점이 많다. 일단 가계에 도움이 된다. 쇼핑에 드는 지출이 현저히 줄어든다. 시간도 절약된다. 출근을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은 십분 남짓이다. 콘택트렌즈도 끼지 않고 안경을 쓴다. 머리는 하나로 질끈 묶고 화장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나마 여름에는 선크림을 바르지만 해를 전혀 볼 수 없는 겨울 동안은 그것조차 바르지 않는다.
옷장을 열면 주로 일주일 간 직장 갈 때 돌려 입을 옷 몇 벌이 전면에 걸려있다. 겨울이면 기모 안감이 달린 후드티, 맨투맨티와 츄리닝 바지, 레깅스를 매치해 입는다. 여름에는 더 간단하다.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몇 장이면 된다. 옷장 앞에서 뭘 입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사실 옷 쇼핑하기는 한국보다 캐나다가 좋다. 일단 세일을 엄청 자주 한다. 할인 폭도 꽤 크다. 세일을 잘 활용하면 알만한 브랜드나 고가의 제품을 괜찮은 가격에 득템 할 수 있다. 사이즈 폭도 다양하여 살이 쪄도 몸에 맞는 옷을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 예쁜 옷을 세일가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당장에라도 사고 싶다. 매번 망설이는 이유는 한국이라면 모를까 당장 여기서는 입지 않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순전히 한국에 갔을 때 입을 요량으로 옷이나 구두를 산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매번 후회했다. 가뜩이나 옷장도 좁은데 한두 번 입겠다고 쟁여두는 게 영 마땅치 않은 데다 한국 방문시기도 들쭉날쭉하여 사놓은 옷과 계절이 맞지 않아 한 번도 못 입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쇼핑하기 좋은 환경인데 활용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오히려 꾸밀 일이 없는 상황이 갑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전혀 가꾸지 않은 모습이 스스로 견딜 수 없을 때도 있다. 한국에서 유지되는 외모와 이곳에서의 상태가 너무 동떨어져 그 격차를 받아들이는데 혼란이 있다. 어쨌거나 나는 내가 예뻤으면 한다. 오랜만에 한국에 갔을 때 '왜 이렇게 망가졌니?' 따위의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비록 몸은 캐나다에 있을지언정 한국 수준에 뒤떨어지고 싶지 않아 한동안은 반짝 다이어트를 하고 얼굴에 마스크 팩도 수시로 붙이고 외출할 때도 옷을 차려입고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으므로, 이런 노력은 금방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동기부여가 될 만한 요소가 그다지 없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꾸미는 노력을 지속하기란 어렵다. 결국 예전으로 돌아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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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살고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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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꾸안꾸'만 해도 캐나다선 칭찬 만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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