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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특별법 거부한 정부·여당, 두려움에 억지 주장만"

유족과 야4당 대통령 거부권 규탄 대회... 특별법 다음 국회 재발의 예고

등록 2024.02.01 16:16수정 2024.02.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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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시민대책회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대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정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합니까?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합니까?"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500여 일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유족들이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유족들의 한결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담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아래 이태원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까닭이다.

이태원 특별법은 당초 '통과'를 위해 만들어졌다. 진상 규명과 희생자 추모, 피해자 회복을 지원하는 법안은 유족들의 묵은 한을 씻어내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오죽하면 유족들이 이태원 특별법을 "(국회의원들의) 노력은 알지만 박수는 쳐줄 수 없는 법"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유족들의 마음을 돌렸다.

김진표 국회의장 역시 통과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의힘이 반대했던 '특별검사 수사 요청권'을 원안에서 삭제하는 등 중재안을 마련했다. 정쟁에 휘말릴까 법률 시행일마저 4월 총선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지난 30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에 적힌 '진상 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이 사법·행정 권한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정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합니까?"... 유족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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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시민대책회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대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이태원참사 유가족 "정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합니까” ⓒ 유성호

 

희생자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야 4당이 공동 주최한 '10·29 이태원참사특별법 거부권 행사 규탄대회'에서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묻게된 건 이 같은 맥락에서다. 지난한 시간을 거쳐, 사회 각계 공감으로 만들어진 법안조차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면 "국가가 왜 필요하냐"는 이야기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거부권을 말할 때마다 정쟁을 이야기한다, 정쟁은 정부를 향한 칼끝의 두려움에 떠들어대는 억지 주장일 뿐"이라고 정부·여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 권한을 무시하고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도 야당 편이라고 폄훼하고 무시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입으로만 독소조항이 많은 법이라고 떠들어댈 뿐, 한 번이라도 이 법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한 적이 있나"라며 "소통하지 않는 집권당이 무슨 염치로 합의를 말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태원 특별법 여야 합의가 불발된 결정적 원인이 특조위원의 추천권 때문이라는 가식적 핑계로 여론을 호도하지 말길 바란다"라며 "애초부터 진실규명은 관심 없고 치부 가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던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은 왜 이토록 진상 규명을 위한 특조위 구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들도 잘 알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발언을 돌이켰다.

"왜 거부합니까? 죄를 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 진상을 밝히고 조사를 하면 감옥에 가야하기 때문에 못하는 겁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멈추지 않겠다"... '다음 국회 재발의' 예고한 야 4당  

야당 역시 이태원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을 규탄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위한 배상·보상책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제시한 방안은 유가족과 국민을 두 번 모욕주는 것이었다"라며 "유가족과 희생자분들의 행동을 돈 몇 푼 받아내기 위한 것처럼 매도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홍 원내대표는 "유가족분들께선 단 한 번도 제게 보상이나 배상을 말씀하신 적이 없다, 유가족들은 한결같이 그날의 진실이 알고 싶다고 이야기했다"라며 "그런데 아직 사고의 원인과 그날의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와 겨우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기소가 결정됐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것으로 우리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응답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더 나아가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의 거부권을 가리켜 "정부는 국회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온갖 핑계를 내놓았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조위 권한이 커서 기본권과 사법, 행정부 기능이 침해될 수 있다는 말도 어처구니가 없다, 동행명령권이나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은 세월호 참사 특조위에도 있었지만 위헌성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배 원내대표는 또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으니 진상규명이 이뤄졌다고 한다"라며 "책임 회피로 떠넘긴 수사심의위원회마저 기소를 권고하니, 검찰이 더이상 핑계 댈 것이 없어서 마지못해 기소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지금까지 거부된 법안들은 반드시 (다음 국회에서) 다시 살려내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 "온 국민이 바라는 대로 4월 10일 야권이 총단결해 국민의힘을 심판하고 거부권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며 "진보당은 10만 당원들과 함께 '탄핵의 봄'을 만들고 이태원 특별법을 기어코 살려놓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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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시민대책회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대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거부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형태를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이태원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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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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