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사고로 눈 손상... 유리에 대한 애착심 강하게 해"

[함양 향우를 찾아서] (주)삼호글라스 조용국 회장

등록 2024.02.04 10:45수정 2024.02.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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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고향은 출신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같은 하늘 아래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지는 시간의 무게로 잠깐 낯설다가도 곧바로 안정감을 느끼는 마음의 공간이다. 일자리를 찾아, 원대한 꿈을 위해 정든 고향을 떠나 각지를 떠돌며 밤낮없이 일에 매달릴 때에도 떠올리면 따뜻하고 언제나 그리운 곳이 고향일 것이다. 이처럼 여전히 고향 함양을 그리며 살아가는 향우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 주간함양은 매달 한 편씩 연재되는 '함양 향우를 찾아서' 특집을 통해 각지에 있는 고향 향우들을 만나 끈끈한 정을 느껴보고자 한다. - 기자 말
 
a  조용국 회장

조용국 회장 ⓒ 주간함양

 
"사람의 운명은 본인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유리처럼 약한 신체조건을 달고 태어났지만 마음만은 강철 같았던 향우 조용국(72) (주)삼호글라스 회장의 말이다. 불안했던 자신의 과거를 대변하는 듯한 유리의 삶을 50년 가까이 이어가고 있는 그는 유리업계에 혁신을 가져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유리는 불안하지만 아름답고 투명하다. 취재진이 만난 조 회장의 삶 또한 그랬다. 역경을 딛고 일어나 자수성가하고 여러 봉사로 베풂과 나눔을 실천해온 그의 삶을 확인하고자 주간함양은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삼호글라스에서 조 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조 회장은 함양읍 신천리에서 태어났다. 함양초·함양중·함양종고를 졸업 후(2008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졸업) 서울로 올라가 유리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1976년 비교적 어린 나이에 판유리 대리점에 입사해 판유리와 함께 가난한 시절을 이겨내며 1986년 삼호글라스를 설립했다. 유리시공 기능사 1급을 비롯해 유리 관련 자격증만 3개를 보유하고 축광 유리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는 조 회장은 유리산업 분야에 장인으로 불리고 있다.

삼호글라스는 단열 성능이 뛰어난 복층유리를 전문적으로 제조하고 시공하며 유리업계 선도적 위상을 정립해가는 중이다. 기술혁신이라는 슬로건으로 혁신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공장을 새로 마련하는 등 한층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변화했다. 제조환경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지 16,500m², 건물 6,600m² 규모로 최신형 복층유리 생산설비를 신증설 완료했다. 이 세련된 시설을 바탕으로 16~32mm의 알루미늄 간봉 복층유리와 TPS 간봉 복층유리, 27~54mm 삼중 복층유리 등 고품질의 기능성 복층유리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공급하고 있다.

"어릴적 유리라는 것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남들보다 관심이 많았죠. 그 중요성을 알고 관련 일과 공부를 병행해갔고 그로 인해 유리의 소중함과 더불어 애정을 이른 나이부터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우수한 제품을 바탕으로 현재 유리산업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조 회장이지만 유리인으로서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어릴적부터 병약했던 몸과 몇 번의 사고 그리고 가난은 조 회장의 발목을 자주 잡곤 했다.


"1년 동안 아내 생일과 제 생일을 제외하고는 시장에 간적이 없을 정도로 너무도 가난했고 그래서 열심히 일에 매진을 했어요. 일요일이 없을 정도로 달렸는데 어려서부터 유독 몸이 약했던 탓에 한번은 영양실조로 길거리에 쓰러져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습니다. 또 예전에는 유리 작업이 굉장히 위험했습니다. 어디선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 누군가가 벌써 다치고 난 뒤였죠. 저는 유리 일을 하면서 사고로 오른쪽 눈과 손이 손상되어서 많은 불편을 겪었는데 역설적으로 그 고통이 유리에 대한 애착심을 더 강하게 만들기도 했답니다."

숱한 어려움에도 조 회장이 굴복하지 않고 유리 산업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아내의 뒷받침도 컸다.


"우리 와이프는 저를 만나기 전부터 생활력이 굉장히 강했던 사람입니다. 결혼한 지 40년이 넘었는데도 한결같고요. 병약하고 어려운 나날들의 삶을 보내왔던 저를 그동안 강하게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정말 와이프의 덕을 많이 보고 있어요."

봉사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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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함양

 
조 회장의 사무실 벽에는 그의 모습이 담긴 수많은 사진들이 붙어있다. 다양한 사진들이 있지만 대부분 사회봉사 활동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몸이 아플 때는 이 사진들만 봐도 회복되고 자동으로 재충전이 됩니다. 휴대폰에 보관하면 잘 안보게 되니까 이렇게 벽에다 붙여놓으면서 지난날들을 자주 돌아보고 있어요. 이게 저에게는 마음의 약인 셈이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려운 길을 걸어왔던 만큼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그 고통을 공감하는데 익숙한 조 회장이다. 사람을 돕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만큼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이어갔고 그것을 증명할 누적된 사진들은 어느새 벽이 모자랄 정도로 가득하다.

조 회장은 국내 최대 봉사단체 중 하나인 국제로터리 의정부지회 회장과 동국대학교 동문회 회장 그리고 캄보디아 오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설립된 천호희망재단의 이사직도 겸임했다. 빈민국 아이들에 대한 교육 지원부터 농어촌 사랑, 소년소녀 가장 지원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쳐왔다.

"그동안 여러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감동들을 받아왔죠. 옛날 어르신들이 죽을 때 웃으면서 죽을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라고 했는데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저도 죽을 때 웃으면서 죽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봉사정신만큼 고향사랑도 남달랐던 조 회장이다. 재경함양군향우회 상임부회장부터 재경함양읍산악회 회장, 재경함양군산악회 회장, 재경함양중학교 동문회 회장직 등을 역임했었다. 특히 2014년에는 재경함양중학교 동문회 제26대 회장 재임 시 회의 발전에 공이 지대하고 각종 고향 모임 및 모교사랑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받아 '자랑스러운 함중인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70여년을 살면서 고향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고향 함양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삼호글라스 발전과 더불어 고향 함양을 빛내는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함양 향우를 찾아서 (9) (주)삼호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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