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을까봐 조마조마" 수제어묵집의 맛있는 '소리'

[체험 함양 삶의 현장] 겨울철 대표간식 어묵·붕어빵 만들기 체험

등록 2024.02.04 10:59수정 2024.02.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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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첫째주, 방방곡곡 진솔한 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체험 함양 삶의 현장'을 연재한다. <주간함양> 곽영군 기자가 함양의 치열한 노동 현장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면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함께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흥미롭게 전하는 연재 코너이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함양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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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함양

 
1월의 끝자락, 연이은 강추위가 함양군을 감싸고 있다. 영하로 떨어진 온도 속에서 어묵 한 입과 따뜻한 국물 한 모금은 한기 서린 몸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녹인다. 또 이맘때면 어묵과 함께 빠질 수 없는 간식 팥과 슈크림이 들어간 붕어빵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게 만든다.

이번 체험함양삶의현장에서는 겨울철 대표 간식 어묵과 붕어빵을 흥겨운 멜로디와 버무려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권현미씨를 조명하기로 했다.

1월 31일 오후 1시, 한적한 함양읍 용평 3길에는 '맛나 수제 어묵' 가게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맛있는 어묵 냄새가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본지 '지리산인' 코너에서 소개된 바 있는 이곳은 함양군 맛 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오늘 체험을 위해 가게를 들어서며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권현미씨에게 건네니 우렁찬 목소리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앞서 찾아뵀을 때도 느꼈지만 털털하고 카리스마 있는 느낌을 권씨에게 받았다.

가게 도착과 함께 권씨가 준비한 앞치마를 입고 재료 준비를 거들기 위해 다가섰다. 권씨는 "기자님 체격을 보니 왜소한 느낌이니 앞치마를 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왜소하다는 말은 살면서 처음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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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함양

   이곳 메인 음식인 어묵 육수를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다소 협소한 공간처럼 보였지만 정돈된 청결함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권씨는 "내 입에 못 들어갈 음식은 손님한테도 절대 안 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에 위생 상태는 누가 봐도 깨끗하다 느낄 수 있는 그런 가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위생 철저는 제가 정말 놓칠 수 없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육수는 무, 파 뿌리, 보리새우 등의 갖가지 재료가 아낌없이 들어간다. 보기만 해도 깊은 맛이 예상되는 재료들은 맛이 없으면 반칙이다. "이렇게 어묵에 들어가는 재료들 공개해도 괜찮아요?"라고 하니 권씨는 "상관없습니다. 이미 SNS에서 공개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역시 거침이 없다.


이어 어묵 꼬챙이를 색 별로 정리했다. 1000개가 넘는 꼬챙이 뒷부분에는 어묵별 구분을 두기 위해 색이 다른 테이프가 감겨있다. 보기만 해도 양이 상당하다. 한 움큼 꼬챙이를 쥐고 색색 별 구분하며 권씨에게 질문했다. "이정도 꼬챙이는 며칠 만에 나오는 겁니까"라고 물으니 권씨는 "이틀 정도면 이정도 꼬챙이가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굉장한 수익을 예상했지만 고급 어묵을 사용하고 있어 마진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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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함양

 
어느 정도 꼬챙이를 구분하고 있으니 오늘 판매할 어묵이 배달됐다. 곧바로 어묵을 꼬챙이게 끼우는 일을 권씨에게 배웠다. 먼저 위생 비닐을 탁자에 깔고 라텍스 장갑을 착용했다. 그러고는 어묵 앞뒤를 구분하고 가로로 세 번을 접었다. 세 번을 접은 어묵을 알파벳 M자가 되도록 만들어 꼬챙이에 끼운다.

아주 간단해 보이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손가락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 권씨에게 계속해서 질문하고 반복했다. 조금 숙달되니 권씨의 칭찬이 쏟아진다. 권씨는 "기자님 나중에 여기 아르바이트 하러 오셔야겠어요. 손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권씨는 사람 보는 선구안은 탁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어묵은 종류도 각각이다. 땡초를 첨가한 매운맛 어묵과 파프리카·우엉이 다져진 웰빙 어묵, 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양파 어묵을 비롯한 흔히 길거리에 판매하고 있는 꼬불이 어묵까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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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함양

  
어묵 준비를 마무리하고 붕어빵 굽는 방법을 배웠다. 유명 붕어빵 집에서 직접 노하우를 전수 받은 권씨의 붕어빵은 특별함이 담겨있다. 권씨는 "저에게 붕어빵 굽는 방법을 배우면 평생 굶고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씨의 설명을 듣고 자신만만하게 양손에 목장갑을 두 겹씩이나 장착하고 붕어빵기계 앞에 섰다. 먼저 밀가루 반죽이 들어 있는 주전자를 가지고 붕어빵 모형 판에 세로로 밀가루를 조금씩 부었다. 그러고는 깔린 밀가루 위로 팥을 푸짐하게 몸통, 꼬리 두 번 올린 후 가로로 밀가루를 붓는다. 과정은 간단하지만 숙달되지 않은 작업이기에 실수 연속이다. 밀가루가 테두리 밖으로 나오는가 하면 팥이 조금 들어가기도 한다. 권씨는 "밀가루를 판에 최소한만 붓고 안에 들어가는 팥 또는 슈크림을 푸짐하게 넣어야 됩니다. 그리고 밀가루 옆으로 팥이 나오지 않게 조심하세요"라고 말한 뒤 다른 볼일을 보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처음 붕어빵 뚜껑을 닫고 다음 붕어빵 뚜껑을 열기를 반복, 중간쯤 붕어빵 판이 돌았을 때 처음 붕어빵을 뒤집어 주어야 한다.

어느덧 모든 붕어빵 기계 판을 채우고 완성된 붕어빵 뚜껑을 하나, 둘씩 열어보았다. 결과는 참담하다. 예상은 했지만 옆구리가 터진 붕어빵, 머리가 없는 붕어빵 등 실패작이 연이어 쏟아졌다. 권씨는 "기자님이 만든 붕어빵은 다 드시고 가세요~ 저도 처음 붕어빵 굽는 것을 배울 때 밀가루 10kg 정도 태워 먹었어요"라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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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함양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고 했던가. 반대로 초보자가 머문 자리는 너저분하다. 여기저기 붕어빵 밀가루가 튀어있고 팥이 판에 눌러 붙어있다. 권씨는 "이렇게 팥이 붕어빵 판에 붙어 있으면 나중에 안 좋은 공기가 나와요. 그렇기에 지금 닦아내지 않으면 나중에 제가 좋지 못한 공기를 다 마시게 됩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장사가 시작되고 삼삼오오 사람들이 가게를 방문한다. 가벼운 인사와 함께 자연스레 어묵을 먹는 모습이 단골손님이 분명하다.

이윽고 붕어빵을 예약한 손님이 가게로 들어선다. 팥과 슈크림 붕어빵을 30여개 구매한 손님은 권씨의 가게가 더욱 유명해질까 장난스럽게 걱정했다. 그는 "이곳은 원래 저만 알고 있었던 맛 집인데 계속 유명해지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주인 입장에서 장사가 잘 되면 좋지만 저 같은 단골은 손님이 가득해져 이곳 음식을 먹지 못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농담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체험 함양 삶의 현장?16 겨울철 대표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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