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시작이 남해, 군민 자긍심을 가지기에 충분"

[고려대장경 관련 연속 인터뷰 2] 박석동 북+브랜드 디자인 동경작업실(東京作業室) 대표

등록 2024.02.06 12:39수정 2024.02.0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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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시, 어떻게 남해 알릴지 고민해야"


- 고려대장경의 남해 판각은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를 잘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를 널리 알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역사 문화와 종교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앞에서 말했습니다. 그렇기에 경남 남해군은 '역사 문화에 대해 어떻게 복원하고 관리하고 보존하고 알려낼 것인가'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불교계가 자신의 종교와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가지고 돕겠다는 것은 남해군 입장에서는 날개를 단 형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서로가 서로를 잘 이용하여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

불교 종단의 입장은 차치하더라도 남해군은 이 부분을 슬기롭게 대처하여 지방자치시대에 '어떻게 남해를 알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에 접근해야 합니다. 세수가 적은 지방자치단체들은 문화관광지 개발이나 여타 관광자원 개발에 관심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유입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입니다. 그래서 도로를 확장·포장하기도 하고, 펜션이나 콘도를 많이 짓기도 합니다. 최근 이동면 간척지에 에코촌이라는 이름으로 글램핑 공간을 남해군에서 시행하여 조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남해8경이라고 소개하는 곳 가운데 삼동면 동쪽 해안의 구불구불한 국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구불구불하다고 그것을 일부 구간들은 표도 나지 않을 만큼의 곡선펴기 사업을 진행하더군요. 차량의 안전을 위해서 그렇다고 하거나, 그것은 국도이기 때문에 남해군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도로가 곧아지고 넓어지면 분명 운전자들에게는 좋습니다. 저도 운전하는 입장에서 다녀보면 불편을 느끼거나 할 때도 있으니까요.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런 곳이기 때문에 이곳 `남해`를 찾아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서울처럼 만드는 것이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저는 남해를 남해답게 만드는 것이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사람이 많이 오게 하고, 그 사람들이 머물게 하는 것은 놀이공간이 아니라 문화공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놀다 먹다 쓰레기만 버리고 휙 가버리는 곳이 아니라 발걸음을 멈추게 하려면 바로 문화적 요소가 결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라는 키워드를 풀어낸 문화적 요소를 곳곳에 삽입한다면 분명 남해를 찾아온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 것입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대단한 건물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건물을 짓더라도 세상에 없는 건물을 지어 남해의 상징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 고려대장경의 판각지 남해과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합니다. 남북은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를 정도로 위험한 국면에 있고, 정치적 정쟁, 세대간 갈등, 지역적 갈등, 이념적 갈등 등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려대장경 판각이 당시 위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온 국민의 정성이 모여 발원하고 조성된 배경을 잘 알아야 합니다. 이것을 준거로 하여 우리나라 곳곳에 도사리는 위협을 지혜롭게 화합의 길로 나아가는 그 출발점을 남해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아가서는 지역적으로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 남해가 아니라 한국의 중심, 세계로 나아가는 평화의 메시지를 만드는 곳으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길에 중요한 매개로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것을 어떻게 구체화해 국비 예산을 더 받아내고, 남해에 관광객 유치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수준의 좁은 전망보다는 세계가 주목하는 땅 남해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고려대장경의 판각지 남해가 펼쳐나가야 할 핵심 사업을 제시한다면.

"활동 방향과 사업에 대해서는 당시 심포지움에서 잘 발표되었다고 봅니다. 남해군은 발빠르게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가시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보통의 예산집행을 보면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조사 등에 너무 많은 돈이 의미 없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군 행정 절차상 필요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 현실적으로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기간에 완성을 목표로 얼마의 예산을 쏟아부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래서 (이상한) 조형물 하나 설치하고 끝내거나 (그렇게 하여 흉물이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적게는 10년 정도의 계획을 수립하여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조형물이나 건물 등은 이러한 과제를 풀어가는 과정의 결과물이지, 이것들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당시 발표자료에는 남해군이 곧바로 받아서 시행할 수 있는 방법들을 잘 제시했다고 봅니다. 그때 발표를 듣고, 가슴이 뛰었던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한 개인, 단체 중심의 사업이 아니라 남해군이 나서는 사업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해야 남해로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세계의 남해로 나아가게 될 수 있습니다."

- 끝으로 군민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는 남해가 화려한 도시가 아니라서 더 좋습니다. 그런데 남해는 그러한 화려한 도시로 변하기를 원하는 듯합니다. 남해다움을 고민하고,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에 사는 자부심과 역사적 자긍심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역사 문화가 밥 먹여주나?'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시대에는 밥 먹여줍니다. 

옛날에는 먹고 살기 바빠서 역사 문화에 관심도 없고, 성곽을 헐어서 내 집 담장으로 쌓으면서 살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밥 굶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나라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문화유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족보를 들먹이며 우리 조상 가운데 어떤 훌륭한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자긍심을 높이듯, 우리는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에 살면서 이러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습니다. 외지에서 남해에 살러 온 저도 남해가 자랑스러운데, 남해가 고향인 사람들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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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동 대표는 삼동면 영지마을에서 `북(BOOK)+브랜드 디자인(BRAND DESIGN)` 회사 동경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작업실에서 일하고 있는 박 대표의 모습이다. ⓒ 남해시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고려대장경 판각지 복원사업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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