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와 세로, 적색·녹색·보라의 페미니즘 정치

2024 페미니즘 정치 선언

등록 2024.02.15 09:11수정 2024.02.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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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불평등으로 나아가고, 운동은 반동에 가로막히는 시간이다. 기후위기는 날로 심각해지고, 시민사회는 박원순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적은 탄압받고, 녹은 외면당하며, 보라는 힘이 빠졌다. 적록보라 연대를 통해 평등을 말하기에 앞서 넘어야 할 장벽들이 너무 많다.

진보정치의 여러 단면을 들여다보자. 정의당은 쪼개졌다. 진보당은 아직 약하다. 녹색당은 공동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가 없었던 적도 있다. 정당정치는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는 일인데, 시대와 불화해야 하는 진보정치는 기존의 정치 문법에 소화되고 말았다. 결국 진보정치는 진보를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시대의 무엇과 불화해야 하는가? 한국정치는 가부장적 권력의 현현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치를 외치는 자는 모두 가부장적 권력에 맞서야만 한다.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 차별과 혐오에 둘러싸인 소수자들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페미니즘정치에는 가부장적 한국정치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정당구조가 필요하겠다.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에게 어떤 표지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페미니즘정치선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정당구조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모두를 위한 자리를 만드는 정당구조이다.

가로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횡단하는 페미니즘정치가 필요하다. 자격을 묻는 정치가 아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페미니즘정치가 필요하다. 우리 사이의 경계를 경쟁을 위한 구분선으로 보는 정치가 아닌,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한 기준선으로 보는 페미니즘정치가 필요하다. 연대를 주고 받는 비용으로 보는 정치가 아닌, 일방적인 연대도 자산으로 보는 페미니즘정치가 필요하다. 그런 정치를 할 수 있는 정당구조가, 그리고 그런 구조의 정당이 필요하다.

세로


눈부시게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페미니즘정치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정치가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페미니즘적 실천이 곧 정치적인 울림이 되는 페미니즘정치가 필요하다. 완벽을 요구하는 정치가 아닌, 언제나 수정 가능한 실천을 묵묵히 이행해 나가는 페미니즘정치가 필요하다. 다그치는 정치가 아닌, 마지막 페미니스트의 실천을 기다려 주는 페미니즘정치가 필요하다. 모든 것을 거는 정치가 아닌, 가능한 만큼만 하는 페미니즘정치가 필요하다. 그런 정치를 할 수 있는 정당구조가, 그리고 그런 구조의 정당이 필요하다.



모든 페미니스트는 노동자다. 가부장적 노동구조에 대한 비판은 남성에게 유리한 산업구조와 이로 인해 생겨나는 제도권 밖의 노동문제, 특정 인물에게 권력이 몰리는 문제와 이로 인해 생겨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정상 가족'을 기준으로 하는 복지 체계와 이로 인해 생겨나는 '비정상 가족'에 대한 경제·사회·문화적 불이익에 대한 거부이다. 따라서 가부장적 노동구조에 대한 비판은 남성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런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거대한 페미니즘 담론을 실현할 수 있는 정당구조가, 그리고 그런 구조의 정당이 필요하다.



모든 페미니스트는 생명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비판은 자연 위에 서서 다른 생명들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탐욕과 무지함에 기반한 가부장적 경제·사회·문화 체제에 대한 반성이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한 비판은 남성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생명이 참여할 수 있는 거대한 페미니즘 담론을 실현할 수 있는 정당구조가, 그리고 그런 구조의 정당이 필요하다.

보라

모든 페미니스트는 시민이다.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비판은 특정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차별과 폭력이 왜 벌어졌는지를 살피고, 그렇게 한 결과 우리 사회에 성차별과 성폭력 구조가 만연해 있음을 선언하고, 이를 제거하려는 노력이다. 따라서 성차별과 성폭력에 대한 비판은 남성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거대한 페미니즘 담론을 실현할 수 있는 정당구조가, 그리고 그런 구조의 정당이 필요하다.

페미니즘정치선언

그래서 우리는 가로로 넘나들고 세로로 자리를 만드는 적록보라 페미니즘정치를 수행하는 정당이 필요하다.

실천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페미니즘당 창당모임이 있다. 페미니즘당은 다양한 부문의 활동가들이 여러 가지 모순을 연대를 통해 통합적으로 타파하고자 시도해 온 결과이다. 따라서 페미니즘당에서 새로운 페미니즘정치의 불씨를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인물의 탄생만을 기다려 온 시민사회는 그 수명을 다했고, 우리는 거대한 반동 앞에서 충분한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민주주의는 새로운 정치구조 없이 오지 않는다. 페미니즘정치를 선택한 정당을 선택하자. 페미니즘당을 한국 시민사회와 정치구조의 완전한 교체의 신호탄으로 만들어 내자.
#페미니즘당 #페미니즘 #여성정치 #적록보라패러다임 #급진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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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정치에 진심인 정치노동자. 녹색정치운동과 여성정치운동 등을 경험했고, 지금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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