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바로 회복한 아들마라케시에서 메르주가까지는 차로 10시간이 넘게 걸려 어린이에게는 힘든 여정이다
오영식
"아빠, 어제저녁에 뭐 먹었어? 뭐 맛있는 거 시켰던 거 같은데 난 못 먹고 그냥 잤지? 아빠 혼자 맛있는 거 다 먹은 거 아냐? 어제 저녁 먹고 게임도 하기로 했는데 못 했잖아~."
쉬지 않고 투정 부리며 생기 있는 모습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아냐, 어제 아빠도 안 먹고 너랑 같이 잤어. 게임은 지금 하자. 바로 Go~"
아들은 언제 아팠냐는 듯 몸 상태를 완전히 회복했지만, 오전은 호텔에서 아들과 놀며 푹 쉬었다. 오후 늦게야 점심을 먹으러 바로 옆에 있는 시가지로 나갔다.
사하라는 면적이 940만㎢로 지구상에서 남극 다음으로 가장 넓은 사막이다. 그리고 이 사막의 서쪽 경계가 바로 모로코의 메르주가이다. 메르주가 시가지는 아주 작아서 사막 투어를 온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 몇 개가 전부였다.
전통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시가지를 둘러봤다. 건물은 모두 흙으로 지었는지 거리는 온통 흙빛이었고, 건물이 없는 곳은 온통 모래 언덕이 높게 쌓여있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며 아들에게 말했다.
"태풍아, 우리 조금 있다가 낙타 타고 저 사막에 갈 거야."
"낙타? 나 혼자 타? 난 낙타 무서운데…."
"아빠가 아들이랑 탄다고 얘기하니까 한 마리는 작은 낙타로 데려온댔어. 너는 어린이 낙타 타."
"정말? 알았어."
거대한 자연 앞에서 배우는 겸손
호텔 한쪽에 있던 큰문을 열자 모래 언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고, 바로 앞에는 귀여운 낙타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아빠, 얘가 어린이 낙타인가 봐. 귀엽다. 나 낙타 이름 지을래, 낙둥이!"
"낙둥이? 그래, 좋네, 그럼 아빠 낙타는 낙식이로 할게."
아들과 낙타에 올라타 10분 정도 앞으로 나아가자, 호텔과 주변 마을이 사막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1시간 정도 더 사막으로 들어가자, 주변은 온통 모래 언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