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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설 가짜뉴스에 사면복권자들까지... 국힘의 문제적 공천

[분석] '시스템 공천' 뒤에 가려진 용산의 그림자... 민주당 공천 갈등 대비 착시효과

등록 2024.02.20 20:27수정 2024.02.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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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광진구 CCTV 관제센터에서 열린 '시민이 안전한 대한민국' 공약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2대 총선을 50일 앞둔 2월 20일, 더불어민주당에선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 통보 등을 놓고 공천갈등이 거세게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은 반대로 조용한 편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민주당 상황과 비교하면서 이른바 '시스템 공천'과 '공적인 헌신의 자세'를 강조했다. 실제로 '한동훈표 공천'에 대한 긍정 평가들도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다수 나오는 중이다.
 
양태만 보면 일리가 있다. 부산·경남 지역 중진 재배치도 꽤 수월하게 이뤄졌고, 서울 강서을 공천 심사 '부적격' 판정에 "윤핵관 설계"라고 강력 반발하던 김성태 전 의원도 결과적으로 주저 앉혔다. 김무성 전 의원은 출사표를 스스로 철회했고,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와의 공천 갈등 역시 수면 위로 아직 부상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출신 단수공천 0명'이란 첫 지역구 단수공천 발표가, 국민의힘 공천은 '공정'하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준 영향도 있다.
 
그러나 지난 19일 기준 단수·우선추천 된 지역구 103곳을 세세히 뜯어보면 상대적인 착시효과다. 민주당의 공천 갈등 탓에 국민의힘 공천이 더 나아보이는 듯한 착각을 부르는 것. 실제로는 단수·우선추천 된 지역구 곳곳에 '용핵관'과 '검핵관'이란 용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등 '문제적 공천'이 상당수다.
 
김태우의 재림? 윤 대통령의 '특사' 덕에 출마하는 복권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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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이재명' 저자 장영하 변호사가 2022년 1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전날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형수 통화 중 욕설이 담긴 음성파일 일부분을 들려주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인 장영하 변호사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지역구에 단수공천됐다. 해당 당협위원장을 맡을 때부터 그 배경에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지난 대선 당시 일찌감치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에 나섰던 그는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이었던 박철민씨의 제보를 근거 삼아 수년 전부터 '이재명 조폭 연루설'을 주장해 온 인사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재명 조폭 연루설'은 2021년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에 의해 별다른 검증 없이 제기됐다가 망신을 산 바 있다. 물증이라 제시됐던 현금다발 사진 자체가 허위였기 때문이다. 특히 장 변호사는 이 때문에 현재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등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지난 1월 26일 서울고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 낙선을 목적으로 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다. 그러나 이 같은 그의 적극적인 '반이재명' 활동이 되레 용산의 마음에 들었다는 후문이다.
 
원래라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출마가 불가능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인해 복권돼 도전장을 내밀게 된 인사들도 눈에 띈다. 대법원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8.15 특별사면을 통해 출마의 길을 열어줬던 김태우 전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과 유사한 사례인 셈이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던 김 전 구청장을 재차 무리하게 공천하면서, 당시 보궐선거는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충남 당진에 단수공천된 정용선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2018년 '이명박 정부 경찰 불법 여론조작과 직권남용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김태우 전 구청장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로 피선거권을 복권해줬다. 대통령의 특사를 염두에 두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왔다. (관련 기사: '댓글 공작' 징역형 받고도 상고 취하... 결국 사면 받은 정용선 https://omn.kr/2577l ) 그는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윤석열 국민캠프에 합류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맡은 '친윤'이다.
 
충북 청주서원 지역구에 단수공천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은 검찰 출신 법조인이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그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불법 수수한 혐의로 2018년에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022년 '윤심'을 등에 업고 당협위원장에 앉았고, 그해 말 신년을 앞두고 단행된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 덕에 총선 출마가 가능해진 사례다.

최근 특별사면 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의 공천설이 자꾸 불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협위원장 전진 배치됐던 '친윤 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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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1월 29일 부산시의회에서 22대 총선 해운대갑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김보성

 
언론은 대통령실 출신 인사 중 여당의 안방격인 '아랫목' 지역구에 단수공천된 인사가 주진우 전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구갑) 단 1명뿐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윤 대통령의 입김이 닿은 것으로 보이는 인사는 다수 있다. 윤심을 바탕삼아 적극적으로 사고 당협 자리를 메우며 전진 배치됐던 '친윤' 성향 당협위원장들이다. 
 
경기도 용인시병 지역구를 받은 고석 전 군사고등법원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후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다. 윤 대통령과는 법조인 시절 때부터 인연이 있던 사이다.
 
인천광역시 동구미추홀구갑에 단수 공천된 심재돈 변호사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년 후배로 유명하다. 특히 검사 시절 대표적인 '특수통' 라인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수사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물이다. 경기 의왕·과천시 지역구에 단수공천된 최기식 변호사는 작년 1월 해당 지역 당협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시기인 2020년 서울고검 공판송무부장이었다. 한동훈 위원장과는 사법연수원(27기) 동기다.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인물들과 지역구는 많다.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정무특보를 시작으로 정책조정기획관을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미래전략기획관이었던 장성민 전 비서관은 경기도 안산시상록구갑 지역구를 받았다. 해당 지역구를 다져온 현 당협위원장을 누르고 받은 단수공천장이다. 
 
예상대로 단수공천을 받은 친윤계(박수영·김성원 등), 경선으로 밀리게 된 '멀핵관'(권성동), 형식상만 경선인 '찐윤'(이철규), 비례대표 현역 의원을 꺾고 단수공천된 대통령실 출신(전희경) 등 '윤심'의 방증이라 할 만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원모 전 대통령실 비서관이 서울 강남을 아닌 다른 수도권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검토 중이라는 점,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변호사가 컷오프 된 점이 집중적으로 조명된 탓에 잘 보이지 않는 디테일들이다.
 
심지어 아직 국민의힘 공천은 현재진행형이다. 용산 혹은 검찰 출신이지만 경선 대상자가 된 인사들이 얼마나 현역 의원을 꺾고 올라올지도 미지수이고, 중진 재배치나 전략공천(우선추천) 지역으로 설정된 곳에서 또 용산이 내려 꽂을지 알 수 없다.
 
윤-한 갈등, 재발될 수도 있다
 

한동훈표 공천이 끝까지 '조용한' 공천일지도 지켜봐야 한다. 당장 같은 권역에서 지역구를 바꿔 공천장을 받은 지역에서 소란이 일고 있고, 컷오프 된 현역 비례대표 의원들 중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고석 전 판사에게 밀려 고배를 마신 서정숙 국회의원(비례대표)은 "공천 특권 카르텔이 작동한 것"이라며 "아주 높은 분과의 직접 인연이 없음이 죄인가"라고 따져 묻고 있다.
 
또한, 한동훈 위원장 측 인사와 윤 대통령 측 인사 사이의 경쟁이 '뇌관'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예를 들면, 서병수 국회의원이 부산 북·강서구갑으로 진지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부산 진구갑의 경우 정성국 전 한국교원총연합회 회장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정성국 전 회장은 한 위원장의 1호 영입인재로 불리고,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을 눌렀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알력 싸움이 반복되면, 용산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지역구의 경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윤 대통령의 '입'이었던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한동훈 위원장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김민수 대변인 사이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큰 무리 없이 교통정리가 돼 왔지만, 자칫 '윤한 갈등'이 재발될 것이라는 예측이 여의도에서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 #특별사면 #용핵관 #410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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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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