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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KBS 앞, 세월호 유족 "그땐 교통사고라더니 이젠 다큐 불방"

[현장] KBS 본관 앞 293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박민 사장 면담 거듭 촉구

등록 2024.02.22 13:36수정 2024.02.2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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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293개 단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는 10년 전의 일을 잊었는가, 세월호 참사를 정쟁으로 만들지 말라!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방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복건우

 
"KBS는 10년 전 유가족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를 잊었습니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의 4월 방송을 사실상 불방시킨 KBS를 찾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 2014년 KBS 당시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에 비유한 것이 이번 다큐멘터리 불방 결정과 묘하게 닮았다"고 지적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293개 단체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예정대로 4월에 방영하고 앞서 불방 결정을 내린 이제원 제작1본부장과 박민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 언론, 시민단체 등 30여 명은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KBS 규탄한다', '세월호 지우기 낙하산 박민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박 사장의 면담을 거듭 요청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단원고 2학년 9반 고 진윤희양 어머니)은 "10년 전 KBS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수를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빗대어 막말 한 것에 대해 길환영 당시 사장이 머리 숙여 사과한 것을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며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원 본부장과 박민 사장은 당시 KBS가 약속한 공정보도를 망각하고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을 총선과 연결지어 무산시켰다. 절대 아물지 않을 유가족들의 상처에 다시 한번 굵은 소금을 뿌렸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구역 중앙위원인 조애진 PD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어제(21일) KBS 사장 면담을 요청하고 오늘 아침 KBS를 찾아왔으나 시청자센터장으로부터 상황 설명만 듣고 오는 27일 TV편성위원회까지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TV편성위원회는 노사 문제를 논의하는 곳이지 방송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 일주일 더 시간을 끌고 뭉개는 것이 제작본부 수장으로서 할 답변인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이 이렇게 진행돼 다큐인사이트 PD로서 가족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저희는 아직 방송을 포기하지 않았다. 시사교양PD들은 어제부터 릴레이 성명을 내고 있고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수 있도록 끝까지 내부에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정치권에서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0년 전 분향소에서 영정을 가지고 안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KBS 사장을 만나겠다고 한 유가족들의 목소리, 영정 속 눈빛들을 지금도 잊기 힘들다"며 "KBS는 상업방송에 담기지 않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공익에 복무해야 하는 공영방송의 최소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통해 시민들이 서로를 보듬고 가족들은 아픔을 치유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KBS가 1년 내내 방영하는 시간에 비하면 정말 작은 그 50분에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방영해달라"고 촉구했다.

전원 구조 오보, 교통사고 비유 떠올리며... "참사 정쟁화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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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293개 단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는 10년 전의 일을 잊었는가, 세월호 참사를 정쟁으로 만들지 말라!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방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복건우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KBS는 참사 당일 확인도 되지 않은 전원 구조 오보에 이어 세월호 참사 희생자보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더 많다는 보도로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한 장본인이다.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한 그날의 기억을 잊었는가"라며 "세월호 다큐멘터리가 선거에 정치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방영을 중단하는 것은 피해자와 시민을 분리시키고 참사를 정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7일 TV편성위원회가 열리기 전날인 26일까지 면담 여부 등이 적힌 공문을 보내달라고 KBS에 요청한 상태다. 지난 21일엔 KBS 본관 앞에서 당초 예정된 4월 18일에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라고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와 다큐인사이트 제작진 등에 따르면, 이제원 제작1본부장은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오는 4월 18일 방영하기로 한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대형 참사 생존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관련 시리즈'로 바꿔 6월 이후 방송하라고 지시했다. 22대 총선은 4월 10일이고, 기존 방송 예정일은 총선 8일 뒤인 4월 18일이었다.

이에 제작진이 항의했으나 KBS는 '4월 방영 불가'를 고수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고 밝힌 세월호 단원고 생존자도 지난 15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미 촬영에 들어가 절반을 찍었고 10주기가 아니면 방송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의미 있는 것들이 담겨 있다"며 방영을 요구했다.
 
#KBS #다큐인사이트 #세월호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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