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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도 전공의도 지키자" 연세의료원장 서신에 간호사들 "황당"

[전공의 집단사직] 윤동섭 원장, '입단속' 메일 논란...간호사는 진료축소로 '강제휴가'

등록 2024.02.23 14:43수정 2024.02.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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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옮기는 의료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이정민

 
연세의료원장이 전체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서신이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도마에 올랐다. 전공의 집단사직을 앞둔 19일 작성된 이 서신에는 다른 구성원에다 전공의와 학생을 지키자는 식의 문구와 함께 대외 메시지를 신중하게 작성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간호사들은 집단사직으로 인한 진료축소로 강제휴가를 쓰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데 사실상 여론통제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세브란스병원이 속한 연세의료원은 지난 19일 윤동섭 의료원장 명의로 교직원들에게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합쳐달라'는 취지의 경영서신을 보냈다. 윤 원장은 서신에서 "어제(2월 18일)부터 의과대학, 병원, 행정부를 포함해 활동을 시작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환자의 안전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전공의와 학생은 물론 세브란스 구성원 모두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어려운 순간일수록 기관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환자들에게 큰 의미를 줄 수 있다"며 "대내외 채널에서의 공지와 메시지는 꼭 대외협력처(홍보팀)와 상의해 신중히 작성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간호사 파업도 지켜줄 건가? 의료원장 아니라 의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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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섭 연세의료원장이 지난 19일 교직원들에게 보낸 의료원장 경영서신 ⓒ 연세의료원

  
해당 서신에 대해 간호사들은 '병원 측이 전공의 집단행동을 사실상 지지하며 타 직종 의료종사자들의 노동 환경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병원이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의식하고 사실상 '여론 통제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속 간호사 A씨는 "의료원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그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는데도 단체로 출근하지 않는 등 규정을 어기고 병원 운영과 타 부서 직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그들을 병원은 도리어 지켜주겠다고 한다. 의료원장이 의사라는 이유로 그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직원들은 스스로 입단속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로 서신 내용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에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과 같이 얘기를 나누고 행동하자고 했지만 대외비 내용이 많다 보니 다들 꺼리는 분위기다. 만약 다른 직종에서 전공의들과 같은 형태로 파업을 한다고 하면 과연 그때도 병원이 직원들을 지켜줄지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의료원장이 아니라 그냥 의사장이다", "이 혼란한 와중에 서신이 오면서 의료원장의 별명이 '이와중'이 됐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진료축소로 간호사들은 '강제휴가'... "안 쓰면 간호조무사 업무로"

게다가 비슷한 시기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들이 담당 병동 관리자로부터 연차휴가 사용을 강요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들이 상급자에게 구두 혹은 서면으로 전달받은 내용에는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간호조무사 업무를 하게 하거나 다른 병동으로 파견될 수 있다'는 사실상의 통보가 담겼다. 전공의 이탈로 진료와 입원 병동을 축소 운영한 것이 그 이유로 보인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속 간호사 B씨는 "강제 휴가를 쓰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어이가 없었고 마치 권고사직과 같은 협박처럼 들렸다"며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그런 식으로 오프나 연차를 사용했다. 병원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업무 부담이 가중되니까 이참에 쉬어가자는 간호사도 있었지만 다른 병동으로 가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연차를 쓰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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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세브란스 소속 한 간호사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 ⓒ 블라인드


간호사들의 문제 제기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세브란스병원 소속 한 간호사는 지난 2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에서 "의사 파업 등 특수상황으로 입원환자가 줄어드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다음 주 근무 스케줄이 갑자기 오프로 바뀌고 다음 달 스케줄에도 듬성듬성 연차가 섞여 나온다. 이렇듯 원치도 않는데 연차를 야금야금 소진하다가 연말에 정말 연차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도 "전공의 파업으로 연차가 깎이는 중이다. 안 쉬고 싶다고 하는데도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강제로 쉬는데 이게 간호사 탓이냐"라며 "간호국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다른 병원은 어떤지 세브란스만 이러는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고 적었다. 23일 현재 이 게시물은 삭제됐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간호사들이 연차를 사용하기 싫다고 밝혔음에도 특정 날짜를 정해서 출근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라면 위법 소지가 있다"며 "또 간호사들에게 간호조무사 일을 시키거나 다른 병동으로 파견을 보내는 것이 업무의 급을 낮추거나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라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영옥 연세의료원 새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간호사들을 상대로 휴가를 쓰게 하는 흐름이 장기화하면 병원에서도 강제성을 띨 수 있기 때문에 지난 19일 노조 차원에서 병원 내 자보를 붙이는 등 선제적으로 입장을 표명했다"며 "아직까지는 휴가 사용을 권유하는 정도로 확인됐고 강제 휴가가 있는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브란스측 "의료원장 서신, 해석의 차이"

신촌 세브란스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 22일 강제 연차 사용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묻는 <오마이뉴스> 질의에 "확인한 뒤 회신을 드리겠다"고 했으나 23일 오후까지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연세의료원장 서신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서는 "해석의 차이라 의견을 드리기가 좀 난감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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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옮기는 의료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1∼3년 차를 포함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이정민

#세브란스 #연세의료원 #강제휴가 #간호사 #경영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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