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웅 동림당 대표는 지하에 주체하지 못할 만큼 많은 책을 갖고 있다.
박은서
"자투리 시간 활용하면 책 읽을 시간 많아"
무한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은 흔히 '책을 읽고 싶지만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쟁력의 원천이 독서에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득한 중국 삼국시대에도 위나라 학자 동우(董遇)는 책 읽기를 게을리하는 제자들에게 '독서삼여'(讀書三餘)라며 꾸짖었다.
독서는 세 가지 남는 시간을 이용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첫째는 한 해의 남는 시간인 '겨울'이고, 둘째는 하루의 남는 시간인 '밤'이고, 셋째는 '비 오는 날'이다. 지금도 비 오는 날은 독서하기에 알맞다. 떨어지는 빗소리가 묘하게 몰입을 돕는다.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농경시대 동우의 일화를 오늘날에 맞게 설명하며 "자투리 시간의 구두쇠가 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책은 방학 때나 휴일에 많이 읽을 수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오갈 때도 읽을 수 있죠. 화장실이나 침대 머리맡에도 책을 두고 몇 쪽이라도 읽으면, 용변 보는 시간이 지겹지 않고 기분 좋게 잠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헌책방 주인들의 공통점은?
헌책방 대표들은 책을 버리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 다람쥐는 겨울이 닥치기 전에 도토리를 잔뜩 묻어뒀다가 다 기억하지 못해 도토리나무 번식에 기여한다. 김창삼 대표는 스스로 '책을 쌓아놓는 타입'이라 소개했다. 그는 "내가 책을 잔뜩 모아두면 아내가 슬쩍 버려 그나마 책방 공간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송재웅 대표 역시 책 욕심을 못 버리고 있다. 그는 "복사본이거나 큰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멀쩡한 애들을 내칠 수 있겠냐고요"라고 반문했다.
각자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영역도 있었다. 김창삼 대표는 제주학에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모은 헌책 중 가장 귀한 책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탐라기년>(耽羅紀年)과 <탐라지>(耽羅誌)를 꼽았다.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2000년대 이전, 그는 두 달에 한 번쯤, 책을 사러 육지에 갔다. 광주, 대전, 대구에 이어 서울에 들른 뒤 경부선을 타고 부산으로 내려오는 여정이었다.
<탐라기년>을 처음 손에 넣은 건 대구에 있는 헌책방이었다. 가격은 25만 원. 지금은 같은 책을 세 권이나 갖고 있다. 애정이 깊은 만큼 선뜻 팔지 못한다. 서울 헌책방에서 <탐라지>를 만났을 때는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책방 주인도 책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거금 70만 원을 주고 구매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책만 모으는 김 대표와 달리 송 대표는 골동품에도 관심이 많다. 2층에 있는 골동품을 설명하며 그는 신명이 났다. 이우환 화백의 목판화가 실린 한정판 <월간미술>이나 이왈종 화백의 <생활 속의 중도>를 보여줬다. 송 대표는 오래된 엽서와 우표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골동품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사라져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