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소연
지난 9일 주요 경제부처의 국장급 인사 A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정신없이 바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과정에서 나온 정책들을 챙겨야하기 때문이다. 향후 후속 추진 과정 등을 보고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수차례 회의도 했다.
이어 그는 "총선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데다, 선거 마지막 판세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에게서 '여당 참패'라는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여당의 선전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민생토론회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기자가 "야당이 승리할 경우, 정책들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묻자, 그는 "(야당이) 과반이상이면 아무래도 힘이 빠지겠죠"라고 했다.
11일 오후 그와 어렵사리 전화 연결이 됐다. 그는 "출구조사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정책은 예정대로 준비하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어 "다가올 가을(정기국회 등)이 두렵다"면서 "여야가 민생 경제를 위해서 일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보자"고 그는 대답을 마무리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고위간부 B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대통령실 주요 인사의 사의 표명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었다. B씨는 조심스럽게 "부처마다 상황이 다를수 있지만 향후 주요부처 개각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향후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묻자, "내부적으로 상황 변경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할 것"이라며 "(기존) 그대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실정과 오만의 상징... '대파' 부메랑
국내 대형 금융회사의 임원 C씨는 "대통령이 직접 금융시장에서 개인투자자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면서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 시장이 지난해 이후 큰폭의 성장을 이룰 때 국내 시장은 사실상 침체나 다름없었다"면서 "정책의 일방적인 추진과정에서 시장과의 불통이 투자자들에게는 오만으로 비쳐졌고, 신뢰가 깨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파'로 상징되는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비상식적 접근과 경제실정이 부메랑이 돼 선거결과로 드러난 것"이라며 "여소야대 속에 정치적 혼돈이 더 가중될 경우, 경제위기가 더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4대 그룹의 주요 임원인 D씨도 비슷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등 반도체를 비롯한 2차전지 등의 국제 주도권을 놓고 나라마다 앞다퉈 기업과 협력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여야정치권이 말로는 협력과 지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동안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야 정치권의 갈등과 정책 혼선이 기업들에 '무형의 부담'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나"라고 묻자, "언론에서 어떻게 예상하는가"라며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박근혜 정부의 예를 들어가며 "보수정권(박근혜정부)에서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이야기했고, 진보정권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국민이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사실상 탄핵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