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대란의 기록지붕을 선택했더니, 집의 내부에도 이렇게나 멋진 경사 천장이 가능해졌다. 눈으로 보지 않았을때는 그냥 평천장으로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아니었다.
하규하
천장 대란은 현명한 현장소장님의 적절한 중재로 가까스로 마무리되었다. 1층의 경사면은 에어컨이 설치되는 면적을 제외하고 경사면을 남기기로 했고, 2층은 모든 공간의 층고를 살려서 경사 천장으로 시공하되, 계단실만 관리의 편리성을 고려하여 평천장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일단 결심을 하고 났더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나와 현장을 괴롭혔던 고민과 변덕은 이미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와! 소장님, 정말 이쁘지 않아요? 역시, 이렇게 하길 잘했어요! 하하하!"
기가 막히다. 진상 건축주의 죽 끓듯 한 변덕이 얼마나 지났다고, 고민이 없었던 것처럼 당당할 수 있다니! 마음 좋은 현장소장님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셨지만, 그 변덕의 기록을 복기하는 지금의 나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으로 귀까지 빨개진다. 죄송합니다, 현장소장님!
결정하면 바꾸기 쉽지 않은 건축, 운이 좋았다
앞서 소개한 천장 대란은 수많은 변덕 중 하나일 뿐이다. 도면이 확정된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현장의 상황이나 구조물에서 확인되는 동선을 고려하여 크고 작은 변화가 계속 발생했다. 현장소장님은 공사가 진행되는 모든 과정에서, 변화가 필요한 내용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고 선택을 위한 건축주의 변덕을 끈기 있게 견뎌내 주셨다.
건축이라는 것이 한 번 결정한 것을 바꾸는 게 쉽지 않으니, 고민의 시간을 이해해 주는 시공팀을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꽤나 운이 좋은 건축주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건축주(=나)의 변덕과 고민만 빼면, 골조작업 이후의 공정들은 순조로웠다. 전체 공사비의 10퍼센트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 처리해야 하는 일로 보기엔 작업들이 끝도 없었지만, 언제나처럼 노동을 통해 쌓아 가는 시간만이 답이었다.
모든 것을 손으로 한 땀 한 땀 이뤄내야 하는 집 짓기에는, 언제나 끝이 있었다.